[디트의 눈] 반목과 갈등, 눈물... 그리고 화해와 이후

   
홍명상가가 지난 9일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주민들의 반발 등 우여곡절끝에 말이다.
2008년 8월 1일. 대전시가 홍명상가 철거를 위해 도시계획시설사업을 고시한 날이다. 이 날 이후 대전시청 남문광장에는 시위가 끊이지 않았다. 상인들은 생계의 터전인 점포를 포기할 수 없다며 철거현장에 누워버리겠다고 엄포를 놨다. 시장에게는 “박성효 물러가라”고도 했다.

대전시가 물건조사를 강행하자 흥분한 상인들이 공무원을 폭행했다는 소문도 나돌았고 이에 공무원들은 해당 상인들을 고소까지 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등 민심이 흉흉해졌다. 홍명상가 철거에 반복과 갈등만 있을 뿐 왜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

그렇게 1년여가 지난 지난 9월 9일, 드디어 홍명상가가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삶의 터전을 내 줄 수 없었습니다. 박성효 시장님, 당신을 많이 원망하고 미워도 했습니다.”

상인 고미영 씨가 자신이 평생 장사하며 살던 홍명상가를 떠나보내는 추억의 글을 낭독하는 순간 철거현장은 이내 울음바다가 됐다. 자신들의 일터가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던 상인들이 울기 시작했고, 이들과 몸싸움을 벌이던 공무원들의 눈에도 눈물이 고였다. 맨 앞자리에 앉아 있던 박 시장도 눈시울을 붉혔다.

인근 주민인 김순태씨도 “홍명상가는 내게는 너무나 소중한 삶의 터전이었다. 중앙데파트처럼 한 순간 폭삭 주저앉혀버리지 왜 저렇게 조금씩 허물어서 심장을 갉아 먹듯 고통을 주는지 야속하고 원망스러웠다”면서 “홍명상가 상인들도 생계의 터전이던 홍명상가가 이제는 내 가족과 모든 시민으로부터 사랑을 받게 될 공간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이후 상인 대표는 박 시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감사패에는 “삶의 터전인 홍명상가를 잃은 아픔도 있었지만 박 시장께서 정당성과 공권력에 앞서 목민관으로서 상인들의 어려운 상황을 먼저 헤아려 줘 새로운 터전을 준비할 수 있었다. 소망을 갖고 부지런함으로 희망을 키워 나가겠다. 민주적인 해법을 찾아줘 감사하다”고는 내용이 담겼다.

   
중앙데파트에 이어 홍명상가는 과거 대전의 대표적인 쇼핑센터였다. 사진은 1970년대 모습.
박 시장은 “시장 물러가라던 분들에게 감사패를 받으니 감회가 새롭다. 삶의 터전을 잃은 아픔보다 도시 전체의 미래를 위해 결정을 내려주신 홍명상가 상인 모두에게 고맙다”며 “목척교 주변 복원은 생태환경을 살리는 일이기도 하지만 결국 원도심을 살리고, 모든 대전시민을 행복하게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었다.

반목과 갈등, 심지어는 고소·고발까지 이어졌던 홍명상가 철거가 결국엔 새로운 대전을 위한 화합의 이정표가 된 셈이다.

홍명상가 철거와 목척교 주변 복원 등은 생태하천을 살리고 멱 감고 썰매를 지치던 잃어버린 추억을 살리는 일이며, 원도심 상권을 다시 회복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에 앞서 홍명상가 철거는 반목과 갈등이 눈물이란 촉매제를 통해 화해에 이르는 한 편의 드라마이기도 했다.

이제 우여곡절 끝에 대역사는 시작됐다. 앞으로가 더욱 중요하다. 어려움이 있던 만큼 앞으로 당초 계획대로 사업이 차질없이 추진될지 두고 볼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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