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교부금 확보 앞 다퉈 내세워…"자랑할 성질 아닌데" 갸웃

대전지역 국회의원들이 특별교부금 확보를 경쟁적으로 내세우고 있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특별교부금은 개별 의원들의 정치역량을 가늠하는 잣대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대전지역 의원들이 밝힌 특별교부금 확보 액수는 그다지 자랑할 만한 정도가 아닐 뿐만 아니라 “나도 이만큼 했다”는 식의 경쟁 심리도 엿보여 일부 곱지 않은 시선도 나오고 있다.

대전 국회의원들 때 아닌 ‘특별교부금 확보’ 자랑…왜?

이재선 의원(서을)이 가장 먼저 불을 댕겼다. 이 의원은 지난 21일 대전서구문화원 건립 지원을 위한 특별교부세 3억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에 따르면 문화원 건축과 주차빌딩 등 총 97억원의 예산이 계획된 가운데 12억원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접하고 행정안전부로부터 일단 3억원을 확보해 지원토록 했다는 것.

다음날인 22일 김창수 의원(대덕)은 대덕구 오정동 외국인학교 주변 도로개선 사업비로 특별교부금 5억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상민 의원(유성)은 26일 유성구 노인회관 신축 추가 예산 5억원, 초등학교 화장실 개·보수 예산 11억 6,100만원 등 총 16억 6,100만원을 확보했다고 공개했다.

또 박병석 의원(서갑) 27일 관저고 급식실과 관저동 다목적 체육관 신축 등 23억 5,500만원을, 임영호 의원(동구)은 28일 동대전중학교 급식실 및 식당 증축 예산 등으로 특별교부금 등 총 16억 6,000만원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확보한 금액만으로 보면 박병석 의원과 이상민 의원이 각각 1, 2위를 차지했고 임영호 의원과 김창수 의원, 이재선 의원이 뒤를 이었다.

“내세울 성질의 것도 아닌데…” 일부 차가운 시선

국회의원이 지역구 관련 예산을 확보했다는 것은 당연히 자랑할 만한 일. 하지만 특별교부금의 성격 상 이를 경쟁적으로 내세울 만한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특별교부금을 집행하는 행정안전부는 “어느 의원이 얼마를 확보했다”는 사실이 알려질 경우 의원 간 보이지 않는 경쟁으로 입장이 난처한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충남과는 달리 대전은 사실상 한 선거구다보니 특정 의원의 국비 확보 기사가 의원 간 경쟁 심리를 일으키면서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동시에 특별교부금의 사용처가 대부분 지역구 민원 해결용이라는 점을 놓고 볼 때 의원 간 경쟁은 바람직한 일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로 대전지역 국회의원 중 유일하게 특별교부금 확보액을 공개하지 않은 권선택 의원실 관계자는 “우리도 올해 약 20억원 정도를 확보한 상태로, 지역구 민원사업인 만큼 의정보고서에 내보낼 계획이었다”면서 “언론을 통해 기사화 할 성질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대전지역 또 다른 의원실 관계자는 “일부 의원실에서 보도자료를 낸 것이 기사화 되다 보니 우리도 안 낼 수 없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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