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골 호박꼬지 (대전 대덕구 송촌동 송촌고교 후문 앞)

어린시절 가을이 오면 마루에 걸터앉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애호박을 썰었던 때가 있었다. 얇게 썬 애호박을 대소쿠리, 플라스틱 소쿠리 할 것 없이 집안에 있는 온갖 소쿠리를 총동원하여 볕 잘 드는 뜰 판에 줄줄이 펼쳐놓고, 햇살 좋은 돌담장 위에도 널어놓았다. 가을에 애호박을 썰어 잘 말려 놓으면 겨울철뿐만 아니라 일 년 내 내 훌륭한 먹을거리가 되었기 때문이다.

   
호박꼬지찌개. 시원하고 얼큰한데 은근하게 매운 맛을 목 뒤로 숨겨주는 맛이 일품이다

대전시 대덕구 송촌동 송촌고교 후문 앞에 있는 ‘맑은골 호박꼬지식당’(대표 조길숙46). 이집은  그런 호박꼬지를 이용한 향토음식으로 유명세를 타는 곳이다. 송촌동성당 건너편 공영주차장 앞에 있어 주차하기도 좋고 찾기도 쉽다.

호박꼬지는 말려서 요리할 때까지의 과정도 만만치 않다. 손이 아주 많이 간다. 햇볕 잘 들다가 하루 이틀 비라도 내리면 금방 호박 꼬지가 눅눅해져 곰팡이가 생기고 물러 터져 버리기 일쑤이기 때문에, 다 말렸다 해서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었다. 보관을 잘못하면 또다시 곰팡이가 생기고 자칫하면 썩어 버리게 때문에 보통 정성이 없으면 호박꼬지를 먹기 힘들었다. 

   
호박꼬지갈비찜. 매콤달콤하면서 칼칼하고 뒷맛이 개운하다.

호박꼬지란 호박을 얇게 썰어 그늘에 바싹 말린 것을 말한다. 요즘에는 주로 호박떡이나 제과점에서 많이 소비되고 또 건포도,밤의 대용으로도 많이 사용되기도 하지만 옛날에는 돼지고기 두루치기나 또 각종찌개에 고기대신 넣어 먹었다.

호박꼬지를 넣으면 마치 설탕이라도 넣은 듯 국물이 달콤해지기 때문에 사실 남자들보다는 단맛을 좋아하는 여성들이나 아이들의 입맛에 더 맞는 음식이다. 하지만 요즘은 식당에서 취급하는 곳도 흔치 않아 맛보기도 힘들다.

   
옥천 농가에서 직접 말린 호박꼬지. 건조기에 말린 것과는 차이가 크다.

이 집의 주력메뉴는 호박꼬지찌개와 호박꼬지갈비찜이다. 호박꼬지찌개의 맛은 일단 육수가 중요하다. 엄나무,황기 등 한약재와 해물을 넣고 3시간 이상 푹 과서 만든 육수에 이집 특제양념장과 고명으로 호박꼬지와 돼지고기, 대파를 넣고 끓여 나오는데 시원하고 얼큰한데 은근하게 매운 맛을 숨겨주는 맛이 일품이다.

호박 향이 밴 돼지고기는 물론이고 호박꼬지 자체 맛도 기가 막히다. 오히려 고기보다는 호박꼬지가 쫀득하니 더 맛있다. 먹는 방법도 다르다. 호박꼬지에 돼지고기를 얹어놓고 그 위에 이집 특제 새우젓양념장을 곁들여 싸먹으면 호박과 돼지고기의 쫄깃함이 그만이다. 오래 끓이면 끓일수록 깊은 맛이 우러나오기 때문에 시간을 갖고 먹는 것도 맛있게 먹는 방법에 하나다.

   
푸짐한 호박꼬지찌개 한상.

원래 찌개에 돼지고기가 들어가면 좀 들끈하고 느끼한데 호박꼬지가 들어가면 그 느끼함을 잡아줘서 깔끔한 맛을 낸다. 거기다 한방천연육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우리 고유의 맛을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업그레이드 시킨 웰빙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호박꼬지찌개에서 중요한 건 호박이다. 이집은 울타리호박, 즉, 토종호박을 사용한다. 보통 시중에서 판매되는 것을 보면 대다수가 건조기에서 급성으로 말린 것이 많은데 이집 호박꼬지는 옥천 농가에서 가을바람에 직접 말린 것을 사용해서 육질이 쫄깃쫄깃한게 다르다.

   
옥천 농가에서  자루째 가져온 호박꼬지

   
조길숙 대표와 남편 윤준기씨(왼쪽부터)

   
호박꼬지 싸서 먹는 방법
   
메뉴판

건조기에서 급히 말린 호박꼬지는 풋내도 나고 씹히는 맛도 쫄깃하질 않다. 그러다보니 자연 건조된 호박꼬지가 딸려 애를 먹는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은 중국산 호박꼬지도 많이 들어오고 있다.

호박고지 갈비찜은 돼지왕갈비와 호박꼬지에다 새송이,팽이버섯,고구마,당면을 넣고 육수에 들어가는 재료를 엑기스화 해서 걸죽하게 만든 양념장을 넣고 조려 나오는데 매콤달콤하면서 칼칼하고 뒷맛이 개운한게 특징이다.

   
10가지 이상 나오는 밑반찬은 주인이 직접 만든다.

밑반찬은 고사리무침,시금치무침,상추겉저리,조기,콩자반,무생채,어묵햄볶음,동치미등 그때그대 계절에 맞게 10가지 이상이 나오는데 모두 주인이 직접 만든다.

예로부터 늙어서 좋은 것은 호박뿐이라는 말이 있다. 호박은 소화흡수가 잘 되기 때문에 위장이 허약하고 몸이 여윈 사람에게 좋으며, 회복기의 환자에게도 아주 좋다. 산후에 부기가 있는 산부에게 특히 좋고, 당뇨병 환자나 비만 환자에게도 좋다. 비타민과 칼륨, 섬유질이 풍부해 부침개와 떡 케이크, 호박죽 등의 웰빙요리에 응용해도 좋은 식품이다.

   
대전시 대덕구 송촌동 송촌고 후문 앞에 있는 '맑은 골 호박꼬지' 전경

이집의 특징은 모든 음식에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가족들이 먹는다고 생각하고 정성을 가지고 음식을 만드는게 특징이다. 누구에게나 음식에 얽힌 추억만큼은 나이가 들수록 더 그리워진다고 한다. 호박꼬지를 이용해 다양하게 먹을거리를 조화롭게 만든 우리 조상들의 지혜에 감탄할 뿐이다.

조길숙 대표는 전북순창이 고향인데 꼼꼼한 성격에 친정어머니한데 배운 타고난 음식솜씨와 손맛이 배어 있다. 호박꼬지를 이용한 향토음식을 대중화시키기 위해 지난 2년간 송촌중학교 후문에서 식당을 운영하다 지난해 이곳으로 확장 이전했다.

   
송촌고 후문 앞에 있는 송촌동 공영주차장. 주차 걱정은 없다.
대전에 호박꼬지음식을 전문적으로 하는 데가 없어 사명감을 가진다는 조 대표는 지속적으로 호박꼬지에 관한 음식을 개발해 전국 호박꼬지 체인화에 앞장서고 싶다고 한다. 여기에는 남편 윤준기씨(50)의 도움이 절대적이라고 한다. 건설업을 접고 3년 전 시골에서 호박꼬지를 이용한 현대화된 음식메뉴를 개발해서 호박꼬지전도사로 불릴정도로 호박에 조예가 깊다.

못 생긴 여자를 호박 같다고도 하고, 꽃 축에 끼지도 못하는 것이 호박꽃이라지만 잘 따지고 보면 호박만큼 우리에게 친근하고 유용한 것도 없다. 우리 몸에 좋은걸 안다면 이제라도 향토음식인 호박꼬지를 먹어보자.

연락처:042-626-4045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10시
휴일: 매주 1.3주 일요일
포장: 가능
좌석:90석( 연회석 완비)
주차장: 식당 앞에 있는 송촌공영주차장을 이용하면 됨
주소: 대전 대덕구 송촌동 503-6 송촌고 후문 앞
차림표: 호박꼬지 찌개  (중) 10,000원, (대) 15,000원,  호박꼬지갈비찜 1인 7,000원
찾아오시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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