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안면도 사업자 선정 취소를 보며

이완구 충남지사가 취임한 지난해 이맘때쯤 이 지사의 향후 도정 수행에 대한 능력과 안목을 예상할 수 있는 하나의 중대한 충남 현안이 있었다. 바로 안면도 관광지 개발 사업자 선정.

안면도 관광지 개발 사업은 지난 1990년 처음 개발 계획이 수립된 이후 무려 18년 동안 표류돼 왔던 충남도 대형 사업 가운데 하나로 이 지사는 잠자고 있던 이 사업을 다시금 꺼내들었다.

새롭게 추진하며 사업자 선정 절차에 착수했고 1차와 2차 평가 절차를 거쳐 최종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게 될 투자유치위원회가 지난해 12월 19일 있었다. 그런데 이날 투자유치위원회에서 그간 평가를 담당했던 평가위원들의 얼굴을 부끄럽게 하는 결과가 나왔다.

종전 평가에서 수위를 차지하던 대림오션캔버스 컨소시엄이 2위로 밀리고 3위였던 인터퍼시픽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역전극이 연출된 것이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였다. 당시 현장을 취재하던 출입기자들조차 결과를 보고 어리둥절 해하기도 했었다.

이 지사는 그날의 결과에 대해 모든 것을 객관적이고 투명한 절차에 의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다며 떳떳하게 얘기했다. 특히나 자신의 주관적인 결정이 아닌 투자유치위원들의 공정한 투표로 최종 협상대상자를 결정했다면서 자랑삼아 말했다.

그러나 결과에 승복하지 않았던 대림컨소시엄측 업체는 이 지사를 상대로 우선협상대상자 무효 확인 소송을 냈고 10개월여에 걸친 지루한 법정 공방 끝에 10일 법원이 결정을 내렸다. 그 결정은 이 지사가 원치 않을 결과였다. 바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취소한다는 것.

법원의 결정에 도청에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항소 의지를 밝혔다. 이 지사가 직접 기자들에게 항소 의지를 밝힌 것은 아니지만 이 지사의 의중을 담아 도청 고위 공무원들이 의견을 내놨다.

그런데 항소에 대한 얘기와 함께 의미심장한 얘기가 들려왔다. 바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취소된다고 하더라도 2위 업체인 대림컨소시엄에게는 사업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왜 일까. 사실 이 지사는 지난 연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바뀌게 된 동기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내심 대림컨소시엄을 탐탁치 않게 생각했던 뉘앙스를 풍겼다. 직접적으로 얘기하지는 않지만 대림컨소시엄에 참여한 업체 가운데 일부 업체와 이 지사간 사이가 좋지 않다는 소문이 떠돌던 시기였던 터라 그같은 짐작은 기정사실처럼 회자돼 왔다.

그런 이 지사의 의중은 대림컨소시엄측이 최종 결과에 반발하며 수차례 면담 요청을 함에도 묵살한 채 ‘법대로 하라’고만 말해왔었다. 그 와중에 도청 주변에서는 ‘소송에서 지더라도 이 지사가 대림컨소시엄에게는 사업을 맡기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대림측에 있는 업체는 충남의 사업을 따낼 수 없을 것이다’ 등의 얘기가 전해져 왔었다.

즉, 이 지사 개인적인 입맛과 감정에 따라 향후 충남도의 미래를 좌우할 대형 프로젝트의 사업자가 선정됐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해 보이는 대목이 아닐수 없다. 옛말에 아니 뗀 굴뚝에서는 연기가 나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 이 지사가 그동안 직간접적으로 그와 관련된 의중을 내비쳤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지사는 도정을 수행하면서 종종 감정적인 대응을 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장항산단과 관련해서도 해수부와 환경부 등 일부 정부 부처와 감정적인 대립각을 세웠었고 국방대학교의 논산 유치 과정에서도 많은 반발을 사왔었다.

하지만 감정적인 대응은 대립의 골만 더욱 깊게 만들 우려가 있다. 이번 안면도 사업자 선정만 해도 그렇다. 감정의 골은 결국 법정 다툼으로 가게 됐고 앞으로 상당 기간 사업 지연이 불가피해 졌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민들에게로 옮겨질 뿐이다.

이 지사는 200만 도민들의 대표임을 명심해야 한다. 도민들을 위한 행정을 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감정적인 대응보다는 무엇이 진정 도민을 생각하는 것인지를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또한 충남도 부지사,국장급 고위관계자들도 도지사의 뜻에 모든 것을 맞추려 할 것이 아니라 '행정의 원칙'에 대한 소신도 때론 밝혀주는 것이 진정 도지사를 잘 모시는 길임을 간과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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