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내집’ 식당(대전시 중구 대흥동)

가을바람이 따뜻한 국물을 그리워하게 하게 한다.그동안 지루했던 무더위와 장마로 인해 심신이 지치고 스태미나도 떨어져 있을 때다. 이런 때는 몸의 기운을 돋우기 위해 여러 가지 보양식을 찾게 된다.

그중에서도 생태환경의 기초이며 세상에서 가장 느린 수서생물인 다슬기는 물속의 웅담이라고 일컫는 건강식품이다. 이 다슬기가 영양만점 건강만점 웰빙식으로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 올갱이 국밥. 물속의 웅담이라고 일컫는 올갱이가 듬뿍 들어있어 가을철 보양식으로 딱이다.

대전에서  다슬기 하나로 미식가들의 발길을 잡는  ‘내집 식당’(대표:김경화 55)을 찾았다. 이집은 대흥동 훼밀리호텔 건너편 쪽에 있어 찾는 데는 어렵지 않다. 하지만 오래된 구옥 1층이다 보니 외부나 내부 모두 허름하다. 홀에 탁자가 4개 있고 내실을 포함하여 허름한 방들이 3개 있어 손님들은 어디든 편하게 찾아서 앉는다. 그 옛날 어머니가 해주는 고향의 맛으로 시골 장터 식당을 연상케 하지만 간판 이름대로 누구든 내 집 같이 드나드는 곳이다.

다슬기는 표준어지만 지역에 따라 충북에서는 올갱이, 그 중 진천지방에서는 도슬비, 전라도에서는 고동 또는 대사리, 강원도에서는 꼴부리, 경북 북부에서는 고디, 골삐 등으로 부르며 대전에서는 다슬기라고 부른다.

     
▲ 토속된장과 아욱이 어우러져 구수하고 개운하다 ▲ 옥천에서 잡은 국내산 올갱이를 쓴다.

이 집은 충북 옥천 맑은 물에서 잡아 올린 푸른색을 띄는 올갱이만을 사용해 국밥을 차린다. 푸른 빛깔을 내는 육수를 뽑는 방식도 조금 다르다. 이집은 작은올갱이를 갈아서 10여 가지 천연재료를 넣고 육수를 만드는 게 특이하다. 뚝배기에 직접 담가 몇 년 묵힌 토종된장을 풀고 올갱이와 아욱만 넣고 끊인 국물 맛이 구수하면서 담백하고 시원하다. 여기에 밥을 한술 말아뜨면 한마디로 입안에 감기는 맛이다. 또 올갱이 살을 씹으면 쌉쌀하면서도 향기가 개운하다.

국 안에는 올갱이를 많이 담아서 입안에 씹히는 감촉이 제법 푸짐하다. 거기다 소화를 잘 되게 해 주고 뱃속을 편안하게 해 술꾼들의 해장국으로 인기가 높다. 그래서 남녀노소 불문하고 식사 때가 되면 이집은 북새통을 이룬다.

     
▲ 직접 만든 두부로 만든 두부두루치기. ▲ 일년 내내 손님상에 오르는 두부. 담백하다.

특히 별미인 증약막걸리는 애주가들에게 너무 인기가 많다. 막걸리는 전통주로 서민들의 애환이 서려있는 술이지만 옥천 증약막걸리는 이미 지역에서는 제일 알아주는 술이다.그래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삶의 청량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막걸리는 한 주전자에 3천원이고 반주전자도 가능하다.

점심때는 주로 식사 손님이 많지만 저녁에는 막걸리에 오징어 두부두루치기를 먹는 직장인들이 많다. 그리고 각종 모임도 많지만 특히 예술동호인들이 많이 찾는 집으로도 유명하다. 이밖에 식전에 공복을 체울 수 있는 파전도 인기 있는 품목이지만 전라도식 비빔밥 역시 찾는 사람들이 많다.

     
▲ 옥천 증약막걸리. ▲ 전라도식으로 만든 정갈한 밑반찬.

김경화 대표는 전북 부안이 고향이지만 결혼해서는 김제에서 줄곧 살면서 레코드 가게를 운영을 해 음악에도 조예가 있다. 지금도 식당 안에는 그 당시 가게에 전시됐던 바이올린, 섹스폰, 호른 등 악기와 그때 찍었던 사진들이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그 후 20년전 가정사로 레코드가게를 접고 대전에 와서 음식업에 종사하게 된다.

하지만 음식솜씨는 어려서부터 외할머니와 친정어머니가 여자는 음식을 할 줄 알아야 한다며 엄하게 요리를 가르쳐서 그 당시에도 웬만한 음식은 맛깔나게 잘 했다고 한다. 그래서 ‘내집’에서 나오는 전라도식 밑반찬을 보면 짭조름한게 그냥 술 안주로 먹어도 손색이 없다.

     
▲ 김경화 대표. 시원시원한 성격과 뭐든 퍼 주는게 기분이 좋다고 한다.거기다 음식솜씨까지 뛰어나  손님들이 너무 좋아한다. ▲ 친자매는 아니지만 그이상으로 호흡이 잘 맞는 송인근씨.
김대표는 ‘내집‘에 오기 전 동구 정동에서 호남식당이라는 이름으로 3년간 식당을 운영했는데 그때도 올갱이 국밥은 유명했었다. 이곳 대흥동으로 와서 7년째 영업을 하고 있으니 10년 동안 올갱이 국밥을 만들었다.
또 이집은 종업원이지만 친자매 언니처럼 지내는 송인근씨(58)와 같이 식당을 운영하지만 손님이 넘칠 때는 손을 딸려 이제는 종업원을 하나 둬야 될 것 같다.

     
▲ 김제에서 레코드가게 할때 찍었던 사진 ▲ 악기들이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섹스폰

     
▲방안  T.V 위에 있는 장구 ▲ 방안에 걸려 있는 호른

이집의 특징은 주문을 하면 이집에서 직접 만든 두부 한 접시가 일 년 내 내 손님상에 무료로 나오기 때문에 식사가 나오기 전에 허기진 배를 채울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또 밑반찬 중에서는 콩조림이 연중 변하지 않고 나오는데 그 맛도 담백해서 인기가 많다.. 겨울에는 고등어조림이 나오는데 이것 역시 별미로 일품이다.

 
   
   
▲ 차림표 ▲ 대전광역시장이 다녀가면서 남긴 글이 홀 벽면에 장식하고 있다.

올갱이가 물속에 있는 웅담이라는 별칭을 갖게 된 것은 올갱이에는 간을 좋게 해주는 물질이 다량 함유되었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간염이나 간경화를 고치는 약으로 흔히 써온 올갱이를 끓이면 우러나는 파란 물이 올갱이 피의 푸른 색소인데, 이 청색소가 사람의 간 색소와 닮아 간 기능 회복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올갱이는 동의보감에 숙취해독에 좋고 당뇨예방과 눈을 맑게 하는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기록돼 있다. 민속의학자 인산 김일훈씨가 쓴 "신약"에는 "다슬기에 있는 푸른 색소가 사람의 간색소와 같은 뿌리를 지녔으므로 간을 이루는 세포에 좋다"고 되어 있다. 또 본초강목에는 "열을 내리고 눈을 밝게하고 당뇨, 이질, 취질, 위암, 변비에 좋다."고 수록되어 있을 정도로 우리 몸에 좋은 올갱이.  달콤하고 쌉싸래한 맛도 일품이지만 가을철 웰빙 보양식으로 이보다 좋은 게 있을까.

   
▲ 대전 중구 대흥동 훼미리호텔 건너편 다송일식 앞에 있는 내집 외부전경. 내집이라는 상호가 친근해 보인다.

어린시절 된장을 풀고 삶아낸 올갱이는 뒤꽁무니를 깨트리고 입으로 국물과 살을 쪽쪽 빨아먹는 재미로 한참 정신없이 먹다보면 입술이 퉁퉁 부었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 추억을 뒤로하고 오늘은 구수하고 개운한 올갱이 국밥 한 그릇을 먹어보자. 심신이 날아갈듯 가벼워질 것 같다. 빨리 가보자.

예약, 연락처: 042-223-5083
영업시간: 오전11시~오후10시
휴일: 매주 일요일은 쉰다.
포장: 안됨
주소: 대전광역시 중구 대흥동 409-7
주차장: 별도 주차장은 없지만 식당 앞에 유료주차장이 있다. (1시간 1,300원)
차림표: 올갱이 국밥 5,000원, 비빔밥,두부 오징어 두루치기 10,000원, 증약막걸리 한주전자 5,000원
찾아오시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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