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후 희열감으로 통증 와도 안 쉬다 몸 망가져

◆무리한 운동은 몸이 망가질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마라톤 마니아 박모씨(42)는 매일 아침 한시간씩 조깅을 한다. 박씨는 전날 늦게까지 업무에 시달리거나 술자리가 이어지더라도 어김없이 아침 6시면 운동화를 신고 조깅 트랙으로 향했다.

몇 달 전 스트레칭을 소홀히 한 탓에 무릎에 통증을 느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결국 병원에서 무릎 관절이 망가져 수술을 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박씨는 수술을 앞두고 있는 요즘도 어김없이 아침이면 조깅을 즐긴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박씨처럼 운동에 지나치게 빠져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른바 운동중독. 운동은 건강을 유지하는 최고의 비결이지만 잘못하면 애써 몸을 망치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운동을 즐기는 사람이면 누구나 빠질 위험이 있는 운동중독에 대해 을지대학병원 정형외과 스포츠클리닉 이광원 교수(042-611-3279)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운동은 마약?

박씨처럼 몸에 무리가 갈 정도로 운동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운동을 하게 되면 엔돌핀(Endorphin)이 분비된다. 특히 운동시 발생하는 ‘베타 엔돌핀’은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물질로 마약과 화학구조가 유사해 마약과 같은 희열을 느끼게 한다. 베타엔돌핀의 진통효과는 진통제보다 40~200배나 강하다. 

이와 같은 진통과 행복감 현상은 운동시 생성되는 젖산 등 피로물질의 축적과 관절 또는 근육통증을 감소시키기 위해서 체내에서 자동으로 반응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체력이 바닥난 상태에서 호흡조차 곤란한 사점(Death point)에서 베타 엔돌핀이 급격하게 분비되면서 세컨드 윈드(Second wind) 상태를 경험하게 된다. 세컨드 윈드는 운동 중에 고통이 줄어들면서 운동을 계속하게 하는 의욕이 생기는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피로감과 체력소모로 탈진한 신체를 다시 운동 상태로 유지시키기 위해서 행복감과 진통효과를 줌으로써 운동의욕을 계속 불어 넣어주는 신체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때 유쾌한 기분은 묘한 행복감을 느끼는 상태를 경험하게 되는데, 마약 복용보다도 더 강력하다고 한다.


이같은 베타엔돌핀의 행복감 때문에 운동을 중단 하지 못하고 계속하게 되는 운동중독이 발생되는 것이다.

운동 중독은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는데 있어 두말할 나위 없이 좋아 보인다. 그러나 운동중독의 드물지 않은 문제는 바로 운동 중 부상이 발생할 경우에 있다. 운동 중 부상이 발생되어도 운동 중독 때문에 중단하지 못하고 계속 하게 되는데, 그것이 부상 부위를 악화시키고 자칫 고질적인 만성장애로 만들 수 있다.

운동을 즐기는 당신은 예외?

전문가들은 가벼운 운동이라도 규칙적으로 2~3개월 계속하면 100% 운동중독이 생긴다고 지적한다. 등산 또는 매일 3㎞를 걷는 것만으로도 이런 현상이 생긴다는 것. 운동을 거르면 불안, 초조, 신경과민, 불쾌감이 생긴다면 이미 이 단계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 

운동중독에 빠지면 우선 금단증상을 느끼게 된다. 바빠서 하루라도 운동을 못하면 불안하거나 자신에게 죄책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또 희열감을 느끼기 위해 지칠 때까지 운동을 하게 되고, 계속적으로 운동량을 늘려나간다.

더 나아가서는 운동 중 심한 통증이 발생하거나 질환이 나타났는데도 무리하게 운동을 지속하게 된다. 나중에는 스스로 운동을 중단하거나 운동량을 줄이려고 해도 뜻대로 되지 않게 된다. 
 
문제는 운동에 대한 내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다른 중독과 마찬가지로 운동 강도를 계속 높여야 행복감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운동을 계속 할수록 강도와 시간이 길어지는 게 당연한 수순이라는 것이다.
 
장년층에서는 매일 등산을 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 경우 앞 정강이에 피로 골절이 생기는 것이 대표적인 운동중독 부작용이다. 다리를 무리하게 사용하면 정강이뼈에 지속적으로 압력이 가해지고 결국은 뼈에 금이 가는 것이다.

축구에 중독된 사람은 운동 중 발목과 정강이에 부상을 입고도 축구를 계속하는 경우도 흔하다. 마라톤 동호인 중에는 발바닥 근육과 근막에 염증이 생겼는데도 쉬지 않고 달리는 경우도 많다. 길거리 농구에 빠진 청소년 중에는 무릎 인대에 염증이 생겼는데도 운동을 쉬지 않으며, 인라인스케이트는 무릎 연골 파열, 골프는 팔꿈치 인대 염증이 있어도 계속 운동을 하게 된다.
 
이처럼 운동중독은 신체 과 사용으로 인한 질병을 야기하고 그 상태를 악화시킨다. 근육이나 인대를 다치면 당분간 쉬면서 회복을 기다려야 하지만 운동중독자들은 통증만 견딜 만하면 바로 다시 운동을 시작한다. 그러다 보니 손상된 근육과 인대는 회복할 사이도 없이 망가지게 되는 것이다.
 
을지대학병원 정형외과 스포츠클리닉 이광원 교수는 “운동이 격렬해지면 뇌에서 아편, 모르핀과 비슷한 엔도르핀 등 통증감소 물질이 나와 육체적 고통을 잊고 기분이 좋아진다”며 “운동을 하면 생리학적으로 피곤하고 아파야 정상인데, 운동중독에 걸리면 오히려 운동을 하지 않을 경우 소화가 안 되고 아프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과격한 운동은 잠재된 질병을 불러내는 위험한 행동”이라며 “운동중독을 예방하려면 스포츠의학 클리닉 등을 찾아 현재 하는 운동이 자신에게 맞는 운동인지, 강도는 적절한지, 과도한 운동 등으로 신체질환이 발생했는지 등을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운동 중독 예방 10계명
①자신의 운동 목적을 파악한다.
②운동을 할 때 목표 달성을 이루는 식의 비장한 각오로 임하지 말고 재미로 즐긴다.
③스포츠 선수 또는 비만을 개선하는 목적이 아니라면 건강을 유지하는 정도의 운동량이 적당하다. 주 3~5회, 1회에 1시간 이내에서 운동을 한다.
④격렬한 운동을 한 다음날에는 휴식일을 두거나 운동 강도를 줄인다.
⑤운동종목을 바꿔본다. 달리기만 하던 사람은 근력강화 운동이나 수영 등 다른 종목을 섞어볼만 하다.
⑥몸의 경고 증상에 귀 기울인다. 운동중독에 빠지면 인대가 늘어나고 뼈에 무리가 가도 운동을 계속해야 직성이 풀린다. 결국 피로골절까지 간 뒤 운동을 포기하는 사태에 이르기도 한다.
⑦과훈련증후군 증상이 나타나면 즉각 운동을 쉬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 과훈련증후군이란 평상시 부하로 운동을 해도 경기성적은 떨어지고, 만성피로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⑧이때 정신력으로 극복하자며 강박적으로 운동하는 것은 스스로 몸과 마음을 망치는 길이다.
⑨반드시 의사의 권고를 받아들여야 한다.
⑩건강 검진을 받듯 정기적으로 스포츠 검진을 받아 자신의 건강에 맞는 운동 처방을 받는 것이 좋다.

이광원 을지대학병원 정형외과 교수.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1983), 의학박사, 을지병원 인턴 및 정형외과 레지던트, 정형외과 전문의자격 취득(1988), 군복무(7사단의무대 및 국군대전통합병원 정형외과 과장), 미국 피츠버그 대학병원 정형외과 clinical research fellow(1995), GOTS-KOSSM-JOSSM Travelling Fellow (1999)
대한 견주관절 학회 평의원
전문 진료 분야
견관절 및 슬관절, 관절경수술, 스포츠손상
kwangwon@eulji.ac.kr (042) 611-327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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