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로 본 약국피해 공통점..."범죄대비 사전인지 중요"

약국범죄지도(2005년 1월 ~ 2006년 5월)

개국약사의 70%가 여약사인 점과 나홀로약국이 전체의 8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약국을 상대로 한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대표적인 대면접촉 업종이면서 현금거래가 많지만 상대적으로 방범에는 취약한 약국가 현실이 강절도 범죄의 타깃이 되고 있다.

데일리팜이 2005년부터 2006년 5월까지 경찰 및 지역약사회에 신고된 약국 강절도 현황을 GIS(지리정보시스템) 기법으로 범죄지도를 작성한 결과, 약국상대 강절도는 지역구분 없이 전국적인 현상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몇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같은 데이타를 바탕으로 실제 약국의 피해사례와 범죄에 쉽게 노출되는 약국의 특징, 그리고 예방법을 소개한다.

①연쇄적 절도=약국 한 곳만 노리지 않는다

2005년 5월 27일 새벽 송현동, 본동, 상인동 일대 약국 5곳이 며칠 간격으로 절도를 당했다. 약국마다 현금 1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부분 의약품 피해보다는 금고 속 현찰 피해가 컸다.

이들 약국들은 모두 무인경비시스템을 갖추고 있었지만 제 역할을 못한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드러났다. 특히 월말결재금으로 약국에 현금을 두고 퇴근했다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해 7월 8일 충남 공주시 신관동 한 약국. 40대 약국 전문털이범 2명이 새벽에 50만원의 현금을 훔치다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이들은 공주·연기지역 약국을 돌며 이 같은 수법으로 총 90여 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결과, 약국이 방범예방에 취약하고 현금이 주로 있다는 것에 착안 약국을 전문적으로 털어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이 약국을 타깃으로 삼는 전문 털이범들은 인근 여러 약국을 연쇄적으로 침입, 절도행위를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②범죄피해 시간대=범인은 개문 및 폐문 시간대를 노린다

대부분 약국범죄는 약사가 퇴근한 자정부터 새벽 사이에 발생한다. 하지만 약국 문을 여는 이른 아침시간대와 저녁 퇴근 무렵도 약국범죄에 특히 취약한 시간대로 나타났다.

올해 4월 14일 동대문구 O약국에 30대 강도가 들어 현금 40만원을 훔쳐 달아났다. 강도는 여약사가 퇴근 준비를 하던 오후 7시 30분경 칼을 들고 협박, 현금을 탈취했다.

경찰은 이 강도가 사건 당일 아침 약국에 들어와 구걸을 했던 남자와 인상착의가 비슷해 인적이 뜸해진 저녁 시간대를 노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됐다.

최근 이른 아침 약국에 들러 약사의 눈을 피해 약장에 있는 발기부전치료제를 훔쳐간 사건도 발생했다.

지난달 2일 동대문구 S약국에 따르면 40대 남자 좀도둑이 쇠구슬이 조제실에 들어갔다고 소란을 피우며 약사 눈을 피해 약장에 있던 비아그라 12정을 훔쳐 달아났다.

범인은 손님이 뜸한 오전 9시경 약국에 들어와 드링크를 구입한 후 오토바이 베어링에 사용되는 구슬이 조제에 들어갔다며 약사를 현혹하는 수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③현금이 타깃=현찰이 범행 1차 목표, 다음은 의약품

약국을 대상으로 한 절도는 대부분 현금을 타깃으로 한다. 현찰이 없을 때는 주로 고가의약품을 훔쳐 달아나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게 피해약국들의 일관된 증언이다.

올해 2월 8일 제주에 있는 한 약국이 며칠 사이를 두고 연달아 도둑이 들었다. 제주시 일도2동 S약국에 8일 새벽 도둑이 창문을 뚫고 들어가 현금 40만원을 훔쳐 달아났다.

특히, 이 약국은 사건이 발생하기 일주일 전에도 절도범이 침입, 금전출납기에 들어 있던 현금 80만원을 턴 것으로 밝혀졌다.

S약국 K약사는 "설 명절이 지난 대목이라 현금 80만원을 약국에 뒀는데 감쪽같이 가져갔다"면서 "이번에는 약 박스안에 40만원을 담아 서랍장에 숨겨놨는데 이를 어떻게 알고 훔쳐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약국 절도범들은 현금이 없는 경우에는 주로 의약품을 훔쳐갔다.작년 5월 30일 새벽 2시부터 약 1시간 가량 간격을 두고 서울 동대문구와 중랑구 약국이 연이어 절도 피해를 당했다.

범인은 동대문구 A약국 뒷문을 쇠파이프로 뚫고 들어가 얼마 안되는 현금과 의약품 3~4개를 훔쳐 달아났다. 같은날 새벽 3시 30분경 중랑구 중화동 B약국에도 동일한 범행이 벌어졌다.

④약사 현혹=좀도둑, 약사 현혹 엉뚱한 수법 자주사용

올해 2월 2일 신촌의 O약국. 대낮에 처방전을 들고 아랍계 남자 2명이 약국을 방문했다. 한 사람은 조제를 기다리며 약사에게 5000원짜리 신권을 바꿔달라고 요구하며 약사의 시선을 끄는 등 미심쩍은 행동을 했다. 두 사람이 약국을 떠나고서야 약사는 금고에서 현금 47만원이 사라진 것을 알았다.

작년 10월 20일 경기도 용인의 Y약국은 조제실로 들어간 구슬을 찾는다는 남자에게 100만원 상당의 고가 의약품을 도둑맞았다.

40대 남자는 구슬을 고의적으로 조제실쪽으로 소리 나게 굴린 후 자기에게 꼭 필요한 것이라며 약사를 현혹, 약사가 다른 환자 응대할 때를 틈타 노바스크와 리피토 등 고가약을 점퍼 주머니에 넣고 달아났다.

환자인 것처럼 가장하거나 드링크 등 간단한 의약품을 구입하며 약국 내 현금과 의약품을 노리는 경우가 많다. 주로 대낮에 약사의 시선을 다른 곳에 돌려놓고 이 같은 절도행위를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무인경비시스템 설치나 CCTV 등 범죄예방 장비를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범죄 예방을 위한 몇가지 실천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면, 약국 퇴근 후에도 약국간판과 약국내부에 불을 켜 놓는 방법이나 현금이나 고가의약품은 별도 보관하면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는 것. 경광등과 사이렌 등을 눈에 잘 띄게 부착, 범죄에 대비가 되어있음을 사전이 인지시키는 것도 효과적이다.

무엇보다 접객자세로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 약국 출입문에 경종을 달아 손님이 들어오면 큰소리로 두눈을 응시하며 인사를 하면 범죄심리가 많이 사라진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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