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유성구 전민동 ′송파손칼국수′

◈유성구 전민동에 위치한 송파손칼국수.

"으드드드… 춥다아 …"
코끝이 알싸해지는 초겨울 칼바람이 불어온다. 허기진 배는 더욱더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고, 종종거리는 걸음은 구수한 멸치국물과 복작거리는 사람냄새가 기다리는 아담한 칼국수집으로 향한다.

대전시 유성구 전민동 '송파 손칼국수'(대표 이옥자). 주인 내외가 오래 살았던 동네명을 따서 붙였단다.

활짝 웃으며 맞는 주인아주머님의 인상은 푸근한 고향집 어머님 그 자체. 뜨끈뜨끈한 온돌마루에 앉아 있자니 식당 안에는 그야말로 고소한 깨내음이 가득하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시장통 참기름 집 앞을 지날 때 맡았던 바로 그 냄새다.

메뉴는 칼국수와 수제비 딱 두 개. 선택의 여지가 없다. 잠시 후, 냉면그릇의 2배는 됨직한 '왕대접'에 담겨 나오는 칼국수는 우선 푸짐한 양에 압도당하는데 3인분 이상 시킬 경우 국자와 함께 큰 대접으로 내어 덜어먹도록 돼 있다.

거기다 질 좋은 멸치로 우려낸 걸쭉하고 구수한 국물에 곱게 간 깨가 듬뿍 섞여 그야말로 입안 가득 퍼지는 고소함이 행복감을 준다.
◈왕대접에 담겨 나오는 고소한 국물의 칼국수.

면발도 그날그날 아침마다 새로 반죽해 일일이 직접 썰어 울퉁불퉁 굵으면서도 탱탱하고 쫄깃한 맛이 면을 말아 올리는 재미까지 더해준다. 또한 그 위에 얹어 나오는 신선한 생 부추의 아삭함은 국물에 시원함을 더해주고 담백한 호박나물도 자칫 심심할 수 있는 칼국수 맛을 한층 더 높여준다.

대부분 칼국수집들이 마른 새우나 조개로 국물 맛을 내 시원한 맛이 있다면 이곳은 조미료를 전혀 첨가하지 않고 깨를 듬뿍 넣어 오래오래 끓여낸 멸치국물의 진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

함께 나오는 반찬도 심플 그 자체다. 김치 한가지인데 그렇다고 실망해서는 안된다. 생고추를 넣어 담근 선명한 붉은 색이 깔끔하면서도 맛깔스럽다. 겉절이는 아니지만 입안에서 씹히는 기분이 상큼하고 배추 자체의 단맛도 물씬 풍긴다.

얼큰하고 매콤한 국물을 원한다면 함께 따라나오는 고추 다대기를 넣어도 좋다. 풋고추가 한창 나올 무렵 집에서 직접 절여 잘게 다진 뒤 갖은 양념을 한 다대기는 칼칼하면서도 알싸한 매운 맛을 선사한다.
◈직접 손으로 민 울퉁불퉁한 면발이 쫄깃하다.

맘씨 좋은 주인 부부는 한번 왔던 손님들의 먹는 양을 기억해 양이 큰 사람에게는 알아서 많이 준단다. 말만 잘하면 공기밥도 서비스. 정성 들여 끓여낸 칼국수를 싹싹 맛있게 먹어주는 손님들이 너무도 고마워서란다. 거기다 셀프서비스지만 커피까지 마실 수 있으니 이쯤 되면 주인아주머니의 후덕함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겠다.

칼국수와 수제비가 1인분에 3천5백원. 집에서 직접 갈아낸 오리지널 콩 국물에 말아먹는 냉콩국수도 별미인데 여름에만 먹을 수 있다니 내년을 기다려야겠다.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지만 셔터를 내려놓아도 새어나오는 불빛에 문을 두드리는 단골들을 밀어내지 못해 다시 솥을 건다는 주인아주머니. 그래서일까. 그날도 시계는 이미 밤 9시를 훌쩍 넘어서고 있었다.

연락처 042-862-3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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