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산행기]설악산 공룡능선

주5일 근무제의 도입으로 여가생활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디트뉴스24에서는 등산정보를 제공하는 동시에 우리 지역 관광지를 보다 알리자는 취지에서 대전충남 근교 산들의 등산기를 연재합니다. 이를 위해 대전충남지역 산악인들의 모임인 '대충山사람들'회원 분들이 참여해 주시기로 했습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 주/ 대충山사람들 홈페이지 (http://okmountain.com/okcafe)


◇ 일   시 : 2006. 8. 25 - 26(1박2일)
◇ 산행지 : 설악산 공룡능선
◇ 누구와 : 직장동료(박○○팀장, 최○○부장)와 함께
◇ 산행코스 : 오색 - 대청봉 - 중청대피소(1박) - 희운각 - 공룡능선 - 마등령 - 비선대 - 설악소공원
◇ 교통정보 : 대전IC → 중부고속도로 → 호법IC → 영동고속도로→ 현남 IC(4시간소요) → 속초방면→ 해맞이공원(좌회전)→ 설악동 소공원주차장(50분 소요)→ 설악동 매표소까지 도보 이동(3분 소요)

설악산 공룡을 가보고 싶다는 직원의 제의로 4명이 의기투합하여 금요일 연차휴가를 냈다. 출발하기 전날밤 첫 제의를 했던 직원은 갑자스런 발의 부종으로 출발을 포기하고 나머지 3명만 출발한다. 설악동에 주차를 하고 양양에 있는 친구에게 부탁하여 오색으로 들어서니 얼마전 할퀴고간 수마의 흔적이 서서히 나타나는데 그 정도가 얼마나 심한지 아직까지도 끝이 보이지 않는 복구작업은 계속 진행중이다.

인제-한계령구간의 통제로 오가는 차도 뜸하지만 찾아오는 손님들도 없으니 식당을 비롯한 대부분의 상가는 활기를 잃은지 오래인데 그나마 우리처럼 가끔씩 찾아오는 손님을 얼마나 반가와 하는지 써비스가 아주 좋다. 공짜로 주는 머루주 한잔과 도토리묵이 미안해서 동동주 한잔씩 더 하고 배가 더부룩한채로 산행을 시작한다. 매표소를 지나자마자 수마에 헝크러진 등로가 마음을 씁쓸하게 한다. 오색구간은 한번 오른적이 있지만 대청봉에서 일출을 보기위해 캄캄한 새벽녘에 올라 기억나는게 별로 없다.


다만 급경사 길에 숨이 턱까지 차오르며 올랐던 기억만이 있을뿐인데 역시나 처음부터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길이 힘들게 한다. 항상 오름길이면 유난히 힘들어 하는 팀장님에게 보조를 맞추다 보니 처음부터 잦은 휴식의 연속이다. 하긴 시간에 구속받을 일이 없으니 쉬엄쉬엄 진행하기로 하는데 제 1쉼터를 지나면서 안개속에 묻혀있던 설악엔 이슬비가 내리기 시작이다. 더위를 식히는 반가운 비 임에는 틀림없지만 빗줄기가 세지지는 않을까?

은근히 걱정이 앞선다. 지난번 보지못한 설악폭포에 짐을 내리고 그동안 흘린 땀방울을 폭포수에 씻어내며 한가한 휴식을 가져본다. 계곡의 한 구석에서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父子가 라면을 끓여가며 산행하는 모습이 참으로 부러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다시 급경사의 오름길이 시작되고 여러번 땀방울을 훔쳐내며 힘들게 능선 둔덕에 올라서 휴식을 취하려니 화장실을 방불케 할 정도의 찌들은 소변냄새가 짜증스럽게 한다.

계단을 오르며 또 한번의 힘겨운 오름을 치고 오르고 나서야 등로는 완만해지고 제 2쉼터에 도착해서 또 한번의 기나긴 휴식을 갖는다. 땀이 많기로 유명한 ○팀장님은 이미 걸치고 있는 모든 옷이 땀으로 젖어 아예 웃옷을 벗어 땀을 짜내고 ○부장은 반바지로 갈아 입는다. 오늘은 오히려 기온도 높지 않고 이슬비까지 내려 산행하기 좋을법도 한데 두분은 오랜만의 산행이라 무척이나 힘들어 한다. 이곳 부터는 지난 산행시 붉게 물드는 동녘을 바라보며 정상에서 일출을 감상하기 위해 급하게 치고 오르던 곳으로 기억이 생생하다.


오락가락하던 빗줄기는 대청봉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조금씩 굵어지지만 우의를 걸칠 정도는 아니다. 정상에는 학생들로 보이는 10여명의 젊은이들이 정상정복의 기분을 만끽하고 있을뿐 짙은 운무로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 기념사진을 한 장씩 남기고 중청대피로로 내려가는데 구름이 서서히 걷히면서 공룡의 등뼈가 하나둘씩 구름을 뚫고 올라오고 있다. 대피소 자리를 배정받고 저녁식사를 준비하려니 다행히 비는 멈춘다. 산상에서 먹는 삼겹살에 소주한잔은 그 어느맛에 비할데가 없는 꿀맛이다.

옆자리에서는 아줌마들이 양주에 이어 소주를 부어라 마셔라 하며 신나게 돌리고 있더니 드디어 잠자리에 들어 말썽을 피운다. 소등을 하고도 한참을 씨그럽게 하더니 나중에는 한 아줌마가 술이 과해 신음 소리를 내며 생고생을 한다. 본인이 고생하는 것은 본인의 과업이라 하지만 그 때문에 잠을 못이루는 대다수의 피해자들은 어디에다 하소연을 할까?

◐ 둘째날 ◑
아침 05시 자는둥 마는둥 설친잠에 피곤한 몸을 일으키니 어제와 마찬가지로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다. 육개장으로 아침식사를 한 후 06:15 드디어 공룡을 향해 출발하는데 공룡의 모습은 짙은 운무에 숨어 나올줄을 모른다. 한계령 길 초입부에는 출입금지 표지판이 가로막고 있는데 언제쯤 저 팻말이 사라지고 제 모습을 찾을지? 빨리 그날이 오기를 고대한다.

소청봉에 다 다를쯤 설악은 역시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운무가 서서히 걷히기 시작하더니 용아릉과 공룡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지면서 설악의 아름다움을 뽐내기 시작한다. 비에 젖은 급경사의 희운각 하산길을 조심스럽게 내려간다. 하산길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습도에 땀이 비오듯 쏫아지고 어깨를 짓누르는 배낭의 중압감이 오름길 못지않게 힘들게 한다.

희운각에 도착하니 이곳도 예외없이 수마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데 철 계단마져 잘려 떠내려간 상태이고 계곡은 온통 떠내려온 바위와 나뭇가지들이 뒤엉켜 있다. 계곡의 모습은 폐허로 변했지만 계곡물은 여전히 시원하고 목마른 산객들에겐 없어서 안될 생명수와도 같은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물을 보충하고 무너미고개를 통과하여 드디어 공룡의 품에 안긴다. 급경사의 로프구간을 힘들게 올라 신성봉에 오르니 두명의 산객(사진작가?)이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한후 짐을 정리하고 있다.

아쉽게도 옅은 가스로 인해 공룡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이지만 그 위용은 수마에도 불구하고 여전하다. 10여분을 훨씬 넘게 휴식을 취한후 다시 공룡의 등뼈 속으로 파고든다. 잘록한 허리로 내려가 길게 이어진 등뼈를 밟고 진행하다가 우측 숲 밖으로 고개를 내미니 어느새 옅은 가스는 걷히고 울산바위를 중심으로 흰 구름이 아래로 깔리고 있다. 아! 오늘도 축복받은 날이로다.


다들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오고 멋진 배경을 뒤로 기념사진을 한 장씩 남긴다. 길게 패인 가야동계곡 너머 용아릉이 보이지만 소청에서 내려다본 모습에 비하면 평범한 암릉에 불과한 듯하다. 편안한 능선길도 잠시뿐, 뾰족뾰족한 등줄기를 다시 오르내리며 공룡의 최고봉이자 대략 중간지점인 1,275봉이 눈앞에 서서히 다가온다. 우리의 발걸음은 점점 느려지고 단체 산행팀들이 하나둘씩 앞지르기 시작이다. 1,275봉 직전의 샘터에서 산삼썩은 샘물(?)로 에너지를 충전하고 1,275봉 정복에 나선다.

샘터를 지나 오름길 직전의 전망대에 오르니 우측으로 운무가 암봉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급경사의 오름길에 들어서니 두 분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 나오고 몇걸음 오르다 멈추기를 반복한다. 두분께는 미안하지만 천천히 올라오라 하고 먼저 올라간다. 1,275봉에 오르니 앞지르던 단체 산행팀들도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고 모두들 힘겨워 하지만 공룡의 모습에 반한 얼굴의 표정은 밝기만 하다. 지나온 공룡의 등은 어느새 운무에 휘감기고 가야할 나한봉도 운무속으로 숨어들고 있다.

한참을 쉬고서야 다시 올라온 만큼의 급경사 내리막길로 진행한다. 잠시동안 편안한 길이 이어지다 이내 다시 오르막 길로 이어지고 로프를 두 번정도 타고난후 다시 바위에 걸터앉아 지나온 길을 되돌아 본다. 방금 나타날 것 같은 나한봉은 보이질 않고 힘겨운 오름길이 계속 이어지니 두 분의 발걸음은 더욱 더 무거워 진다. 마지막 암봉인 나한봉에 오르기까지 공룡은 그 나름대로 구름속에 숨었다 나오길 반복하며 손님들을 즐겁게 해 주지만 대청봉은 한번도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마등령의 독수리는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고 두 세팀이 점심식사를 맛나게 하고 있다.


우리도 자리를 잡고 반주를 곁들인 식사를 하는데 힘든 고행길 끝에 먹는 밥맛은 그 자체만으로도 꿀맛이다. 한시간여의 식사와 휴식을 마치고 마등령을 출발하는데 공룡은 우리에게 마지막 선물을 안긴다. 백두대간 갈림길 삼거리에 오르니 그곳에도 많은 사람들이 늦은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바위에 올라 공룡과 마지막 작별을 하고 우측 비선대를 향하여 하산길에 접어든다. 잠시후 마등령 0.7km 이정표와 함께 나타난 작은 물줄기는 대간 산꾼들이 이용하는 생명수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 물맛이 끝내준다.

사면의 밋밋한 등로가 한참이나 이어지지만 속도는 나지를 않고 이미 예상시간은 훌쩍 넘어가 시간의 구속에서 벗어난지 오래다. 급경사의 너덜길에 접어들어서서 부터는 한 분의 다리가 완전히 풀려 발을 앞으로 내딛기가 두려울 정도라고 하니 아주 천천히 내려간다. 거의 3시간이나 소요될 정도로 힘들게 비선대에 도착하여 세족으로 덥혀진 몸을 식히고 시원한 동동주 한잔으로 피로를 달랜다. 이미 다리의 힘이 모두 소진된 팀장님에게는 평범한 오솔길도 쉬운길이 아닌 듯 싶다. 소공원에 도착하였을때 몸은 패잔병의 지친 모습을 연상케 하지만 얼굴은 정 반대로 해냈다는 성취감과 기쁨으로 가득찬 모습이다.

그것도 설악산 처녀산행을 공룡능선으로 맛보았으니 부장님에겐 아주 오래 기억될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리라 생각된다. 두분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특히 마지막 다리가 풀려 고생하신 최 부장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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