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산행기]화엄사~반선

주5일 근무제의 도입으로 여가생활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디트뉴스24에서는 등산정보를 제공하는 동시에 우리 지역 관광지를 보다 알리자는 취지에서 대전충남 근교 산들의 등산기를 연재합니다. 이를 위해 대전충남지역 산악인들의 모임인 '대충山사람들'회원 분들이 참여해 주시기로 했습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 주/ 대충山사람들 홈페이지 (http://okmountain.com/okcafe)


산 행 지 : 지리산(경상남도 산청군 시천면)
산 행 일 : 2006년7월30일(일)~31일(월)
참 가 자 : 울두리
산행코스 : 화엄사▶ 노고단▶ 반야봉▶ 삼도봉▶ 뱀사골▶ 반선
교통정보 : 함양JCT→88고속도로→함양IC 또는 지리산IC

이번 하계휴가가 회사사정으로 예전보다 일주일 앞당겨지는 바람에 설악공룡 산행이 취소되고, 기간 또한 단축된 토, 일, 월요일 3일 뿐이다. 그런데 전날 동료들과 과하게 술 마신 탓에 토요일 하루를 집에서 그냥 그렇게 무의 미하게 보내고 나니 이제 남은 시간은 단 이틀. 이러다 이번 휴가는 산에도 한번 못 가보고 끝나는 건 아닌가?  싶어 부랴부랴 배낭을 꾸리기는 하는데... 그나저나 배낭매고 오늘은 어디로 가지. 영남알프스 학심이골, 금정산 성문돌기, 덕유산종주, 지리산 백무동, 기백산 용추계곡...


산행지를 떠올려보지만 얽힌 실타래를 푸는 것처럼 머리만 복잡해져 그냥 발길 닿는데로 가기로 하고 집을 나서 버스정류장으로 향한다. 아직 목적지도 정하지 못한 사이 버스는 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하고 시외버스터미널 안에는 큼지막한 배낭들이 군데군데 보이고 그 주위로는 젊은 친구들이 삼삼오오 모여 즐거워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매표소로 간다. "어디 가십니까?”"화엄사 1장요” “13,100원입니다.” 순간적으로 “어, 이게 아닌데.” 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흘러나온다. 지금 화엄사로 가 어쩌자고, 방울토마토랑 캔맥주1개, 물2통, 영양갱2개 여벌옷1벌 만 배낭에 넣고 집을 나섰는데...

이렇게 지리산엘 간다고 생각하니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다. 그나저나 이미 표를 끊은 상태인데 어쩌나... 8시발 구례행 버스를 타기위해 승강장으로 내려오는 동안 잔머리가 또 한번 바쁘게 돌아간다. “화엄사 도착이 11시 30분쯤이면 식당에서 점심 먹고 12시경 산행을 시작해서 노고단까지 갔다 성삼재에서 구례, 구례에서 부산행 막차를 타고 오면 되지, 뭐..“ 그렇게 대충 정리를 하고 버스에 오른다. 부산을 출발할 때 그 많던 승객들이 하동과 화개, 구례를 경유하는 동안 나만 남겨두고 다 내리고 없네?


11시 40분, 화엄사주차장에 도착해 점심을 먹기 위해 00식당에 들어가 산채비빔밥을 주문하고 앉아있는데 옆 테이블에서 “자기야, 노고단 가서 자리 없으면 어떡해? 우리 그냥 내려오는거야?” 남편 주위 눈치 한번 보고는 “글쎄... 어떡해 되겠지, 일단 한번 가보자고.” 하는 소리를 듣는 순간 그 무언가가 샤샥거리며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지금 생각하면 밥도 어떻게 먹었는지, 제대로 비벼 먹기는 먹었는지 기억이 없다. 그렇게 대충 먹고 나와 슈퍼에 들러 이슬이 두병과 쵸코파이 한통을 사고는 행여 놓칠세라 그들의 뒷모습을 따라 매표소로 향한다.

“시의 동산”이란 산책로와 화엄사 대웅전, 각황전은 물론이고 효대 4사자 3층 석탑도 둘러보면서 최대한 느리게 느리게 그들과 보조를 맞춰 가며 산행을 한다. 울창한 대나무와 산죽사이로 바닥에 돌을 박아 잘 정비해 놓은 등산로를 따라 오르다 용소쉼터에서 쉬고 있는 그들을 보고는  다가가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네, 반갑습니다.” “어디서 오셨어요?” “수원에서요. 아저씨는요?”  “아, 예, 저는 부산에서요.” 이런 간단한 인사로 얼굴을 익힌 뒤 먼저 출발해 연기암을 한바퀴 돌아보고 쉬엄쉬엄 계곡의 물소리를 벗삼아 중재를 지나 집선대로 오르는데 그들이 저만치서 쉬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들 옆으로 다가가 물병을 꺼내 물 한모금 마시면서 “많이 덥죠? 오늘 어디까지 갑니까?”하고 물으니 일단, 노고단대피소 가보고 결정 한단다.

이야기인 즉, 이번휴가 때 가족 4명이 지리산 종주를 한번 하자고 와이프한테 얘기를 하니 그땐 쌍둥이하고 갔다 오라며 안 가겠다고 해서 남자 세명만 예약을 했는데 산행당일 와이프가 갑자기 따라 나선 것이다. “만약에 자리배정 못 받으면 어떡하실려구요.” “사정해보고 안되면 집에 가야죠. 집사람만 보낼순 없잖아요. 허허허” 쓴웃음과 함께 들려오는 이 한마디.

사실 가족분들껜 미안하지만 아까 식당에서 두사람의 얘기를 듣고 내심 기대했던 말이다. 그래서 이슬이도 두병이나 사고 쵸코파이도 산 것 아닌가! ^^*노고단 대피소에 도착한 그들. 그리고 그 주위를 맴도는 나. 역시 자리가 없다. 직원에게 사정을 해도 안되는 듯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에게 조심스레 다가가 “어떻게 됐어요?” 하고 물어보니 대기자명단에도 없어 어렵단다. “저어, 그럼 지금 내려가시나요?” “네, 그래야죠. 성삼재에서 막차가 6시에 있다는데” 머리를 끅쩍이며 “그러면 아저씨 예약해 두신거 절 주시면 안될까요?”하니 당황스러운 듯 나를 바라본다.

여차여차 저차저차 시시콜콜한 얘기를 하며 사정을 하니 대피소 안으로 들어가 “박아무개요, 애들은 애 엄마랑 내려가고 혼자 있을거요”라며 표 하나를 받아들고 나와 내게 건네주곤 수고하란 말 한마디 남기며 가족들과 성삼재로 내려간다.


뒤돌아서 내려가는 네사람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보고 있자니 기분이 영... 배정받은 자리에 배낭을 벗어놓고 물병 하나 달랑 들고 일몰을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으로 노고단고개를 오른다. 고개에서 주위를 한번 둘러보고는 길옆에 핀 야생화를 찍어가며 전망대로 내려오는데 디카성능도 그렇고 사진술도 없다보니 사진이 별로다. 그러나 전망대에서 종석대 너머로 지는 해를 바라보며 내게 이런 일몰을 볼 수 있게 해준 수원의 박00씨 가족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다시금 감사인사 드린다.

전망대에서 일몰을 감상하고 대피소로 내려와 저녁을 먹어야하는데 먹을거라곤 방울토마토, 쵸코파이, 영양갱, 캔맥주, 소주뿐이니, 이거야 원... 하는수없이 쵸코파이를 밥이라 생각하고 국물은 소주로 대신해 먹는다. 그래도 디저트로는 방울토마토가 있네 그려. ^^* 다음날 노고단정상에서 일몰을 볼 생각에 아침도 안 먹고, 아니 먹을 것도 없지만 전망대를 지나 노고단고개에 올라섰는데 아니 이게 누구신가? 공단직원이 이 시간에 어인일로 노고단 입구를 지키고 서 있나? 직원에게 다가가 물어보니 4시40분에 탐방객들을 데리고 올라가 있단다.


내가 알기론 오전10시경부터 하루 네 번 개방하는 걸로 아는데 어떻게 된거냐고 물었더니 일출시간에 맞춰 한번 더 개방한다나 어쩐다나... 이렇게해서 노고단에서의 일출은 접고 대신 지리의 아름다운 운해를 디카에 담아가며 반야봉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반야봉에서 묘향대를 거쳐 이끼폭포로 갈까? 잠시 망설이다 출입금지구역인데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 삼도봉으로 내려선다. 삼도봉에서 화개재로 내려서는 길은 공포의 600계단이 기다리고 있다. 사실 내림길보단 화개재에서 오를때가 더 죽을 맛일게다...

뜻하지 않게 이루어진 지리에서의 1박2일 산행도 이제 저 기나긴 뱀사골계곡만 빠져나가면 끝난다 생각하니 아쉽다. 물론 먹을 것 제대로 못 먹고 한 무모한 산행이었지만... 아! 빨리 내려가 시원한 냉면 한그릇 먹고 잡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체력관리 잘 하시고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산으로 가는 울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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