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산행기] 보은 속리산(어항마을~장각폭포)

주5일 근무제의 도입으로 여가생활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디트뉴스24에서는 등산정보를 제공하는 동시에 우리 지역 관광지를 보다 알리자는 취지에서 대전충남 근교 산들의 등산기를 연재합니다. 이를 위해 대전충남지역 산악인들의 모임인 '대충山사람들'회원 분들이 참여해 주시기로 했습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 주/ 대충山사람들 홈페이지 (http://okmountain.com/okcafe)


산 행 지 : 속리산(충청북도 보은군 내속리면)
산 행 일 : 2006년 7월 09일 일요일 (흐리고 비)
누 구 와 : 산찾사.너른숲.재넘이.강건너 덕배.신셈.부소림.시간여행.소금인형.왕소금
교통정보 : 경부고속도로 청주IC→25번국도→대야리→37번국도→속리산
산행코스 : 화북면사무소~어항마을~사모봉~834봉~881봉~비로봉~천황봉~장각동 능선~장각동~장각폭포(금란정)~화북면사무소

이번 일요일 우리나라 최대 오지의 비경 응봉산 용소골 산행은 장마권에 든 날씨를 감안하여 29일 계획한 속리산 동릉으로 변경한다. 이번 산행엔 다음주 16일 당일 지리종주에 참가할 마라톤 주주클럽님들께 체력훈련을 겸한 산행에 동참시키려 주주 홈피에 공지를 올리자 전날까지 함께할 산우가 20명이 넘는다. 산행전날밤 너른숲님은 태풍을 동반한 하루종일 비가 내릴거란 예보가 신경쓰인듯 산행초보가 낀 주주님들껜 산행취소 공지를 올리는게 어떻겠냐는 전화를 받고 고심끝에 안전을 위해 산행을 취소한다는 글을 주주홈피에 올린다.

비가 오든 말든 태풍번개가 처도 개의치 않는 산행 꼴통들인 산우들은 어김없이 새벽 6시 약속장소에 하나둘 그 모습을 드러낸다. 혹시 저녁 늦게 올린 주주홈피의 산행취소 공지를 못본님들을 기다리는 동안 아침을 못든 산우들 해장국으로 속을 채우며 이래저래 계획된 시간보다 늦게 출발한 우린 화북 면사무소 주차장에 차를 주차후 산행들머리를 찾아든다. 이곳 동릉을 찾은지가 거의 10여년이다.


아스름한 예전 기억을 더듬어 어항마을 뒤를 지나 사모봉을 향한 밭둑으로 들어서는데 마지막 민가의 할머니는 웬 미친넘들인가 ? 하는듯한 뉘앙스를 풍기며 "아~ 이런날 뭣~하러 산에는 간댜~ 저그 밤나무 넘어 들어가면 길이 있어~" 하시며 친절하게 산행초입을 가르켜 주시는걸 보면 이젠 이곳도 예전과 달리 많은 등산인들이 다녀갔나 보다. 산행 들머리로 향하는 고추밭 밭뚝 아래엔 새로 지은듯 반듯한 건물옆 지붕이 특이하다.

초반 숲속으로 들어서는 들머리는 등로가 있을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희미하나 조금 더 진행하자 이내 뚜렷한 오솔길과 함께 선등자의 표지기 여러개가 길 안내를 한다. 수분을 잔뜩 머금은 수풀을 헤치며 힘좋은 덕배가 선등으로 이슬을 털어낸 등로를 따라 후미에서 천천히 따라가다 첫머리 넓은 공터에 이르자 이른아침밥을 먹은탓에 배가 고픈 너른숲님 배고파 못가겠다 하여 베낭에서 빵과 감자떡을 꺼내어 산우들과 나누어 먹으며 첫 휴식에 들어간다.

짧은 휴식후 개스 자욱한 외길의 뚜렷한 등로를 따라 사모봉을 향한 오름질을 시작하자 높은 습도와 수온주로 온몸엔 열기에 휩싸이나 다행스럽게도 태풍의 영향인지 시원한 바람이 불어 더운줄은 모르나 가는내내 보여지는 조망 없슴에 답답증이 인다. 육산의 부드러움속에 간간히 나타나는 암릉은 수분을 먹은 이끼로 인해 미끄러움이 장난이 아니다. 첫번째 나타난 개구멍 바위의 틈바구니를 잽싸게 통과한 숲님은 역쉬~ 58년생 멍띠답다.


낼름 그 바위의 언저리로 올라선 숲님은 누가누가 날씬하게 잘 빠저나오나 품평회만 열중.... 베냥 받아 올려줄 생각은 아예 없는듯 심술을 부린다. 산행시작 1시간이 흐를쯤 두갈레길중 우측의 암봉으로 이끌어 주는 표지기를 따라 올라서니 더 이상 오를곳 없는 첫 봉오리를 밟는다. 사모봉이다. 정상은 암릉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가 바위를 쪼개가며 튼실히 자라고 있다. 날 좋은날 이곳에 서면 화북 넘어 속리산 전망대 역활을 하는 도장산이 코앞으로 달겨들고 우측으론 이곳 동릉과 나란히 화북으로 가라앉은 산수유 능선이 보일테지만 오늘만큼은 그런 조망을 바란다면 사치에 가까운 호사로움이 될테고 그저 진행하는 동안 비나 뿌리지 않길 바랄뿐이다.

길이 이어질것 같지 않는 사모봉을 넘어서면 급격한 내림길의 암릉사이로 위험스런 등로가 우리를 긴장시킨다. 지금껏 올라서던 암릉에 비해 내림길 암릉의 위험은 배가 된다. 오늘 처음 함께 산행하는 유일의 여성 소금인형이 부서질까 ? 노심초사 하는 재넘이가 한발한발 리드를 잘 해줌에 안심이 된다. 그런 넘이를 완죤 믿음인가 ? 소금인형님과 한이불 한솥밥을 먹는다는 왕소금님은 평생 동고동락할 소금인형은 본체만체 그저 자기 갈길만 바쁘고 전혀 관심이 없기에 한마디 했더니소금이 물에 젖으면 더욱 무거워저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나 어쩐다나.....

사모봉의 급격한 내림길은 한없이 고도를 낮춘다. 속리산 동릉은 도면상으로 보면 그리 길지 않는 능선이다. 그러나 오름과 내림의 부침이 심하고 육산의 부드러움속에 감춰둔 암릉의 날카로움은 가끔씩 느닷없이 길을 막고 갖은 앙탈을 부려댐으로 산행속도를 늦춰놓고 체력을 갉아먹어 동릉을 통과하는 시간은 생각보다 아주 길어진다. 급격한 내림길의 사모봉이 평정을 찾을때까지 잘도 참아준 하늘은 드디어 심술궂은 짙은 안개로 앞을 가리더니 종내는 더는 못참아 준다는듯 비를 뿌린다.


한참을 내려선 등로는 다시 오름이 시작되고 험한 암봉을 몇개 넘어선 안부에 이르자 반듯한 묘 1기가 보인다. 도봉오선생치영위지묘라 쓰인것으로 기억되는 묘비가 세워진 무덤 주위는 관리가 잘 돼있어 보이는데 이런 험한곳까지 자리잡은 묫자리는 그 후손들의 고단함을 넘어 그 정성 하나만은 알아줄만 하다. 안개와 암릉의 미끄러움으로 인한 위험스런 등로가 산행시간을 지체시킴으로 아직 갈길은 먼데 벌써 때가 가까워옴은 거지만 드글드글한 내 위장이 이미 한참 전 반란의 기미를 감지함에 모든것 만사제처두고위장반란을 잠재우는 작업을 먼저 하기로 한다.

넒은 암릉에 옹기종기 앉아 먹는 빗물에 젖은 밥은 그래도 맛은 좋다. 밥을 먹는동안 식어버린 몸뚱아리에 열을 주기위해선 달콤한 휴식과 후식의 호사를 기대할수없어 얼른 자리를 털고 일어서서 뜨끈한 라면국물이 끓으면 한모금씩 먹고 가라는 재넘이의 청을 묵살하고 그와 덕배를 남겨놓고 나머지 일행은 먼저 길을 떠난다. 비로봉에서 신선대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능선에 오르기까지 베낭을 머리에 이고 통과해야만 하는 개구멍바위를 지나고 아기코끼리 모양의 암릉 왼쪽 사면을 타고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선후 진행하다.

내려다 보면 앗찔함이 느껴지는 트래버스 구간을 만나는데 바위에 걸려있는 로프로 중심을 잡고 모두들 안전하게 통과를 한후 줄기차게 내리는 빗줄기를 뚫고 산행을 이어간다. 주능선이 가까워옴은 예전 산행기억속에 자리한 조릿대숲이 앞길을 막고 있슴으로 알수가 있다. 부지런한 덕배와 재넘이 벌써 우리를 따라붙어 함께 오른 주능에 서자 날이 아주 덥다면 우측으로 조금 더 가 신선대에서 약초로 우려낸 막걸리에 도토리묵을 먹어보기로한 애초의 계획을 수정하여 그냥 곧바로 비로봉을 거처 천황봉을 오르기로 한다.


천황봉으로 향하는 등로는 물이 흥건히 고여있어 질척거리고 미끄럽다. 추위를 피할 목적으로 입은 판초우의속 등산복은 이미 팬티까지 침범한 빗물로 그 찝찝함은 진행하는 동안 발걸음을 더디게 한다. 소강상태를 보이던 빗줄기가 걷어지며 천황석문을 통과하자 하늘이 열린다. 걷는데 걸리적 거리는 판초우의를 벗어 베낭안에 구겨넣고 걷다보니 순간 산아래 운무의 장관이 눈앞에 펼처짐에 가던길을 멈춘 산우들 입이 쩌억 벌어지며 닫힐줄 모른다. 빗물을 피해 베낭 깊숙히 갈무리한 디카를 꺼내어 정신없이 누르다 보니 다들 먼저 천황봉에 올라 더 좋은 선경을 감상한다며 바쁘게들 떠나기에 베낭안에 다시 디카를 넣고 정리하는 사이 산우들은 벌써 그 모습을 감췄다. 먼저 떠난 산우들을 잡기 위해 정신없이 뜀박질을 한다.

요정도의 속도면 산우님들을 따라 잡을텐데 이상하게도 정상에 이를때까지 앞서간 님들이 보이질 않는다. 정상에 서니 1년에 한두번 볼까 말까한 선경이 내 정신을 쏘옥 빼놓는다. 천황봉을 중심으로 한바퀴 빙빙 돌아가며 정신없이 디카를 눌러대며 욕심껏 풍광을 담고 나니 그제야 먼저 떠난 산우들 보이지 않음이 의야해 정상아래를 향해 재넘이를 불러보니 저 아래쯤 응답이 들린다. 산우들이 천황봉을 올라서던 중간 샛길의 조망터를 들리는 순간 그것을 못본 내가 먼저 올라온것 같다. 산우들 정상에 서자 모두들 깔끔하게 펼처지는 조망과 넘실대는 운무의 정경에 안개속과 우중을 헤메던 그간의 답답증을 일시에 떨친 환희한 찬 표정이 역력하다.

속리의 서북능선이 티끌하나 없이 깨끗하게 한눈에 들어서는 풍광은 속리를 찾은 이래 나도 처음인것 같다. 재넘이와 신셈님 계룡산이 보인다 흥분하고 저것이 예전 우리가 걸은 옥녀봉에서 운장산 복두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며 대둔산 서대산 덕유산은 물론 가까이는 구병산 봉오리가 운무속에 머리를 디밀고 우릴 반겨주는데 눈 좋은 덕배가 진안의 진산 마이산까지 찾아내 그곳을 가르키는 모습이 큰눈은 실눈 되고 입은 찢어저 귀에 걸린 모습이 귀엽기까지 하여 보기도 좋다.


이런 멋진 풍광에 아둔한 나의 머리론 도저히 그 아름다움을 표현을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데 신셈님 역쉬 푸릇푸릇 감수성 예민한 어여쁜 여고생을 가르키는 교사라 그런지 혼자서 슬그머니 독백하듯 내 뱉은 표현이 아주 특이하고 독특하다. " 히야~ !!!! 결혼한 첫날밤 새색시 우리 마누라 벗긴것 보다 속리산 벗겨놓은게 더 이쁘네 그려~" 신셈님의 표현대로 새색시 알몸보다 더 이쁜 속리산 운무의 장관은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한다 해도 그 아름다움의 반이라도 제대로 살릴수 있다면 인류 최대의 시인이라 할 것이다.

종일 우중산행에 대한 신의 배려였던가 ? 천황봉을 뒤돌아 내려올쯤 화북방면에서 부터 스멀스멀 밀려들던 운무가 어느덧 속리산 전체를 삼키더니 또다시 빗줄기를 뿌려대기 시작한다. 신이 베푼 선경으로 엔돌핀이 샘솟듯 솟아올라 온몸을 젹신 뒤 끝은 낮잠 한숨 푹 자고 난 뒤의 나른함과 같다. 언제 그런 풍광이 있었냐는듯 운무속의 속리산은 그 눈부신 속살을 감췄다. 바라던 모든것을 이룬뒤의 허탈함 비슷한 감정을 안고 천황봉 헬기장에서 장각동으로 뻗어 내려간 능선으로 발길을 옮긴다.

급격한 초반 능선 내림길이 평정을 찾은건 15년만에 그 품에 들것을 허락한 장각동 계곡 상류를 만나고부터다. 계곡을 끼고 완만히 내려가는 원시림의 오솔길을 걷는 숲님이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내려서는 내내 장각동 계곡은 유순함과 차분함이 느껴진다. 정다운이와 함께 도란도란 얘기하며 산책하기엔 그만인 장각동 계곡은 유명하게 이름지어진 폭포와 소가 없슴이 그 규모를 말해주는것 같았는데 그런 내 마음을 비웃듯 매표소를 지나자 길 옆의 금란정 아래 장각폭포가 그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택시를 불러 차를 회수후 대전으로 향한다. 밤치를 넘어서자 구름이 걷힌 서북능선의 깔끔한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모두들 그 모습에 탄성을 내지르기에 길 한켠에 차를 주차후 그 모습을 디카에 담도록 배려하자 오늘 기사분 써비스 만점이란 기분좋은 말은 들었으나 그런 해찰을 부리는 통에 재넘이 차와는 간격이 벌어저 대전에 도착후 뒤풀이를 위한 식당에 들어서야 앞서간 산우들을 다시 만날수 있었다. 대전도심으로 들어서자 항상 매연으로 희뿌연한 하늘이 오늘 만큼은 태풍과 빗줄기로 모든 먼지를 쓸어버려 가을하늘처럼 공활한데 차장으로 스며드는 바람은 청아하기 이를데 없다. 뉘엿뉘엿 넘어가는 햇살 아래론 도심을 넘어 저멀리 계룡산이 맑고 깨끗함으로 다가선다. 이어지는 뒷풀이의 흥겨움과 정겨움이 어울러저 하루를 마감한다. 아마도 나의 삶에서 산과 산우를 제외시킨다면 허전함으로 삶의 뿌리가 뽑힌거나 진배없는 절망과 허망함만이 있을것이다.

산으로 향하는 동안 산은 내 영혼을 구제하는 도구이며 세상과 연결하는 통로며 내 삶의 질을 높여주는 작업이다. 오늘 산행은 세상살이의 버팀목으로 생활의 양식으로 나를 지탱시켜 주리라... 또다시 내 삶을 윤택하게 해 줄 산으로 향할때 함께할 산우들과 헤어지는 밤하늘엔 산우들의 마음처럼 달무리진 운무속 보름달이 고개을 내밀어 은은히 그 불빛을 밝혀 귀가길을 열어주고 있었다. 산에서 건강을........산찾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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