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산행기] 경북 구미 금오산(취영정~대혜문)

주5일 근무제의 도입으로 여가생활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디트뉴스24에서는 등산정보를 제공하는 동시에 우리 지역 관광지를 보다 알리자는 취지에서 대전충남 근교 산들의 등산기를 연재합니다. 이를 위해 대전충남지역 산악인들의 모임인 '대충山사람들'회원 분들이 참여해 주시기로 했습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 주/ 대충山사람들 홈페이지 (http://okmountain.com/okcafe)


산 행 지 : 구미 금오산(경상북도 구미시 남통동)
산 행 일 : 2006년 6월 29일 목요일 (흐림)
산행코스 : 자연학습원~취영정~칼다봉~전위봉~성안 대피소~정상~약사암~할딱고개~명금폭포~도선굴~대혜문~매표소
교통정보 : 경부고속도로→구미 IC→33번 국도→4km→금오산 4거리

비가 내릴거란 예보는 빗나가고 수분을 잔뜩 머금은 대기는 뿌옇게 시야를 가리며 답답증을 일으키는데 습도는 높아 가만 있어도 왕 짜증 일어나는 날씨가 오전 일찍부터 시작된다. 예상했던대로 함께 하리라 여겨지던 산우들 못간다 핸폰이 오고.... 우짜튼 계획된 산행임에 나홀로 라도 떠나볼 요량으로 나서나 날씨 만큼이나 흐린 마음엔 우울함이 깃들어 흥이 날리 없다. 1017 열차 새마을호의 안락한 의자에 몸을 기대자 마자 어제 저녁 고교동창 모임에 소주와 맥주로 꼭지가 돌아버린 몸뚱아린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던가 ?

금방 혼곤한 잠에 빠저들었나 싶었는데 어느덧 구미 도착의 안내 멘트에 번쩍 정신이 들어 허겁지겁 내려선다. 시원한 에어콘의 새마을호 객실을 벗어나 구미역앞의 도로로 나서자 금방 숨이 막힐듯한 열기와 도심의 소음 공해가 내 정신을 갉아먹듯 혼란스러움에 얼른 택시를 잡아타고 도심 탈출을 감행한다.

택시는 금오산 저수지를 옆에 끼고 달려달려 터~엉 빈 자연학습원의 주차장에 나를 내려주고 쏜살같이 달아난다. 개념도를 꺼내 들고 멍한 의식을 두둘겨 깨워내 산행들머리를 찾아든다. 주차장에서 언뜻 보인 얕으막한 봉오리에 세워진 정자를 향해 오르다 보니 산행들머리의 이정표가 길을 안내한다.

등산로는 완만한 솔숲의 오솔길로 몇개의 둔덕을 넘어 몇개의 갈림길을 지나자 본격적인 암릉의 오름길이 이어짐에 힘빠진 다리통이 후들거릴 정도인 최악의 컨디션을 감안하여 한발 한발 쉬엄쉬엄 걷다 쉬다를 반복하며 칼다봉을 향해 오른다. 높은 습도에 바람 한점 일지 않는 기후에 올라오는 지열이 더하니 온몸은 그새 흥건한 땀에 후줄근 하게 젖어옴에 그늘에 잠시 앉아 참외를 깍아 입에 물어 수분을 섭취하여 원기를 회복후 칼다봉에 올라섰다.



칼다봉에 올라서서 배낭을 내려놓고 오늘따라 이상하게 바짓단까지 축축하게 젖어버린 옷들을 벗어 쥐어짜니 주루룩 땀이 흘러 내린다. 아예 벗은김에 홀라당 벗어제키고 뙤약볕에 몸을 노출시키고 거풍의 즐거움을 누린다. 칼다봉을 얼마 진행하자 조망좋은 암릉에 소나무 그늘이 드리운 자리를 만남으로 아예 점심을 먹고 가려고 베낭을 풀어 밥상을 펼쳐 놓다 보니 배낭안에 들어있던 1000리터 짜리 물통 뚜껑이 반쯤 열려있고 반쯤은 그냥 쏟아저 버린걸 발견한다.

어쩐지 !!!! 아무리 땀이 많기로서니 오늘은 좀 너무한다 싶었는데 찔끔찔끔 새어 흘러내린 식수가 내 바지를 적셔놓은걸 모르고 컨디션이 나쁘다 보니 땀도 억수로 많이 흘리는구나 생각을 한 내 자신이 어이없어 웃음이 난다. 바쁠게 없는 난 아예 몽땅 옷을 벗어 소나무 가지에 걸어 널어놓곤 천천히 점심을 식사를 한후 벗은 몸을 아예 너른바위에 덜렁 누워버렸다. 어느정도 옷이 마르자 주섬주섬 복장을 갖추고 전위봉을 거처 성안으로 들어선다.


성안은 커다란 분지로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 아직 남아있다. 6.25 사변 이후 정상의 미군부대를 상대로 살아가던 양공주들의 삶의 터가 되기도 했던 이곳은 슬픈 사연을 뭍어둔채 짙은 색감을 뿌려놓은 6월 초원의 싱그러움만이 햇살아래 가득하다. 흘러내린 수통으로 모자란 갈증을 이곳 성안의 샘에서 풀고 물통에 가득 채워 정상으로 향한다. 금오산 정상에 선다. 초생달이 걸려있는 모습과 닮았다 하여 현월봉이라 한단다.

증명사진 하나 박고 뙤약볕을 피해 약사암으로 내려선다. 금오산 산정 천하비경이라는 약사봉 아래의 약사암은 그 빼어난 아름다움에 매번 찾아와도 감탄을 금할수 없을 만큼 멋지다. 특히 약사봉 맞은편 깊은 계곡 너머 우뚝 솟은 아름다운 산자락에 자리하고 있는 범종을 안고 있는 누각은 약사암의 절경중 압권이다. 난 그곳으로 향하는 꼬옥 잠긴 철대문을 넘어 구름다리를 타 넘어 가고 싶은 욕망을 애써 잠재우고 뒤돌아 나와야만 했다.


약사암에서 내려서는 하산길은 가파른 계단의 연속이다. 칼다봉 능선을 오면서 볼수 없었던 등산인들이 하나 둘 올라선다. 할딱고개에 이르러 그 위를 올라서 좀더 내려가면 조망좋은 너럭 바위를 만날수 있다. 그 바위 아래선 대혜폭포와 해운사 도선굴이 발 아래에 그 선경을 아낌없이 보여준다. 금오산 중턱 400m 지점에 위치한 27m의 거대한 폭포는 그러나 아쉽게도 수량이 부족해 졸졸졸 흘러 떨어지는 물이다. 대혜(명금)폭포 우측 절벽을 향해 오른다. 천연동굴로 야은 길재 선생이 수도를 하였다는 도선굴로 향하는 내내 내려다 뵈는 풍광이 시원스럽다.

도선굴에서 뒤돌아 나와 대혜문은 지나 매표소로 이어지는 내림길을 천천히 걷다보니 옛 생각이 절로 난다. 84년도 철도에 입사한 그해 공무원 3호봉 월급 14만 4000원중 14만원을 저축하고 여비와 수당으로 용돈을 충당했던 그 시절의 난 항상 궁핍한 생활의 연속이었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집안 형편을 생각하여 내 앞가림을 스스로 해야 했던 그때의 난 더 낳은 나의 미래를 위해 모든것을 인내하고 감내해야 했고 그래서 그시절 만난 나의 아내와 데이트는 철도직원의 잇점을 최대한 활용한 산행이 내가 생각해 낼수 있었던 궁여지책이었다.


가난한 연인이 즐겨찾던 구미의 금오산과 김천의 직지사를 품은 황악산 그리고 버스 한번 타면 갈수있는 계룡산과 대둔산은 나의 펄펄한 젊음과 향수가 서린곳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즐겨찾던 금오산을 잊고 살다 십여년이 지난 오늘 다시 찾고 보니 옛날의 아련한 추억이 뭉클뭉클 솟아남에 감회가 새롭다. 한가로운 어느날 빛나던 젊음의 그 청춘을 회상하며 아내와 함께 금오산 기슭을 꼬옥 다시 한번 찾아야 겠다. 산에서 건강을........산찾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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