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산행기]중국 안휘성 남부의 황산

주5일 근무제의 도입으로 여가생활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디트뉴스24에서는 등산정보를 제공하는 동시에 우리 지역 관광지를 보다 알리자는 취지에서 대전충남 근교 산들의 등산기를 연재합니다. 이를 위해 대전충남지역 산악인들의 모임인 '대충山사람들'회원 분들이 참여해 주시기로 했습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 주/ 대충山사람들 홈페이지 (http://okmountain.com/okcafe)


여 행 지 : 중국 황산(안휘성 남부에 있는 연화봉을 위시로한 72봉이 연이어 있는 산괴를 말함)
여행기간 : 2006년 5월 25일(목)부터 5월 28일(일)까지 3박 4일
누 구 와 : 산이 좋은 사람들과 함께
교 통 편 : 열차편 : 상해/황산 22:02/08:50, 13:08/01:08, 황산/상해 22:38/09:38, 22:07/10:26, 남경/황산 23:51/05:37등 직행편은 하루 9편 있다.
버스편: 항주 서(西)버스정류장에서 하루8편(오전7시~오후4시), 상해 장거리 버스정류장에서 노선 있음

프롤로그... (주. 프롤로그에 사용한 사진은 그토록 보고 싶었으나 날씨가 도와주지 않아 보지 못한 황산 풍광사진으로 출처를 밝히면 펌을 허락한 푸른솔님의 사진임) 학생수련회와 수학여행으로 수업이 없던 황금연휴 기간에 중국 황산트레킹을 다녀왔다. 트레킹(Trekking)이란 가벼운 배낭을 메고 산이나 들판을 걸으며 자연을 감상하는 여행을 말한다. 주로 산길을 걷는다는데 의미를 두기에 산을 정복하는 등정이 아니라 자연과의 만남 자체를 중요시한다. 오를 땐 남이지만 내려올 땐 친구가 된다. 대한항공 CF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황산은 "천하의 명경(明景)은 황산에 모인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경치가 아름다우며 세계문화유산의 자연유산목록에 올라 있다.

"중국 5악(五岳)-동악(태산: 泰山), 서악(화산: 華山), 북악(항산: 恒山), 남악(형산: 衡山), 중악(숭산: 嵩山)-을 보고 온 사람은 평범한 산은 눈에 들지 않는다. 그러나 황산을 보고 돌아온 사람은 오악도 눈에 차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천하 명산이다. 황산은 안위성(安徽性) 남부에 위치하며 주봉인 연화봉(蓮花峰 1860m)을 비롯하여 72개의 봉우리가 연이어 있는 산괴(山塊)를 말하는 것으로 황산의 옛 이름은 이산(移山)이었으나 전설중의 황제가 이곳에서 수련연단하였다 하여 당나라 때 황제로부터 황산(黃山)이란 이름을 하사받았다고한다. "황산 4절 : 기송(奇松, 기이한 소나무), 괴석(怪石, 괴상한 돌), 운해(云海, 구름바다) 온천(溫泉)"이 한데 어우러진 모습은 멋진 동양화를 그려내는데 특히 황산의 소나무는 대부분 봉우리와 암석 절벽에 바위를 뚫어 뿌리를 내리고 비바람을 견디며 강한 생명력을 자랑한다.


황산의 소나무들은 생장 환경이 힘들고 어려운 것만큼 성장 속도가 매우 느리다. 암석 위의 작은 분재 같은 소나무의 수령도 수백 년이며 그 중 유명한 영객송(迎客松)은 연륜이 천년이나 된다고 한다. 기이한 암석 위에 솟아있는 소나무와 기암들은 한 폭의 그림과 같다. 황산은 일년 중 250일 정도가 비가 오고 구름과 안개에 가려져 있어 맑은 날의 황산을 보기 힘들다고 한다 . 천해, 북해, 서해 등 바다해(海)를 쓰는 것은 구름바다(운해)를 말하는 것으로 구름 속에 산봉우리들이 마치 여기저기 떠있는 섬들 같이 보이기 때문이다 . 1978년 70세의 노구를 이끌고 황산에 오른 등소평이 황산의 풍광에 취해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개발을 하라고 지시한 후 돌계단을 만드는 대 역사가 시작되었고 지금도 진행중이다.

황산을 찾는 사람들은 산의 아름다운 풍광에 감탄하고 산 아래에서 정상까지 이어지는 12만개가 넘는 돌계단의 숫자에 다시 한 번 더 놀란다. 여행 중 메모와 기억을 더듬어 일기형식으로 여행기를 남긴다. [5월 25일(목) -첫째 날] 아내의 배웅을 뒤로하고 인천공항행 버스에 오른다. 대전서 인천공항까지는 약 3시간 소요. 오후 3시. 인천공항 H카운터에 도착하자 인솔자인 <산이 좋은 사람들>의 이규호 대장님이 반긴다. 이번 여행에 함께 할 인원은 산악대장을 포함해 14명. 간단한 인사와 주의사항이 전달되고 짐을 부친 후 출국수속을 밟는다. 면세점 쇼핑을 하고 곧바로 탑승을 시작한다. 오후 5시 10분. 탑승을 완료한 비행기는 인천공항을 이륙한다.

기내식이 제공되고 지루해질 즈음 황산국제공항에 도착한다. 인천에서 중국 황산까지는 중국민항(중국동방항공) 전세기를 이용하고 비행시간은 약 2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중국은 한국과 -1시간의 시차가 있다. 손목시계의 바늘을 뒤로 돌려 현지시간으로 시간을 맞춘다. 조그만 황산 공항은 가랑비가 내린다. 황산은 원래 중국 안휘성 둔계 지역이었으나, 인근에 있는 황산이 개발되면서 황산시로 개명되었다. 일행중 한 사람이 과일을 반입하여 입국수속을 하면서 약간 문제가 되었으나 다행히 가이드의 도움으로 잘 무마되었다. 과일은 반입 금지 품목이므로 해외여행시 주의해야한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공항을 빠져나오자 현지가이드가 소형 버스로 안내한다. 조선족 가이드는 이름이 김흔이고, 올해 26살이며 아직 미혼이라고 자기를 소개하며, 3박 4일 동안 잘 부탁한다는 인사를 한다.


호텔로 가기 전에 기내식으로는 부족한 저녁 식사를 보충하기 위해 10분 정도 진행하여 도착한 곳은 <진달래>라는 간판이 정겨운 한국식당이다. 제공된 음식은 전체적으로 기름지고 짠 편이지만 그런 대로 먹을 만 하다. 습도가 높고 후덥찌근한 날씨보다도 내일 날씨가 더 걱정이다. 숙소인 메디아호텔로 향하는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신안강 야경이 아름답다. 체크인하고 대구 산정산악회원들과 맥주 한잔을 하면서 인사를 나눈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금방 친구가 된다. 밤11시. 샤워 후 침대에 눕는다. 룸메이트인 산악대장은 내일 날씨가 걱정되는지 밤하늘을 쳐다보며 날씨가 맑아지기를 기원한다. 잠자리가 바뀐 탓에 이리저리 뒤척이다 늦게 잠이 들었다.

[5월 26일(금) -둘째 날 ] 5시 30분 모닝콜에 눈을 떠 커튼을 여니 비가 내린다. 호텔식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배낭만을 챙겨 버스에 오른다. 황산시에서 황산풍경구까지는 버스로 약 1시간 반 정도를 이동한다. 교통질서가 잘 지켜지지 않아 운전기사들이 서로 조심하기 때문에 교통사고는 오히려 잘 일어나지 않는다는 가이드의 설명이 그럴 듯하다. 깎아진 천애(天涯)의 절벽에서 자라는 기송(奇松), 그리고 기기묘묘한 모양의 다양한 괴석(怪石), 1년에 250여 일이 비가 오는 지역답게 시시로 변화무쌍하게 연출되는 운해(雲海), 그리고 온천(溫泉)은 황산의 4절이라 해서 유명하고...

안개가 짙은 황산에서는 잎이 두꺼운 모봉차(毛峰茶)가 생산되는데 이것을 운무엽(雲霧葉)이라고 한다. 산지와 구릉에서는 산꼭대기까지 계단을 형성하며 올라가는 차밭을 많이 볼 수 있다. 1시간 정도를 달려 <제주도>라는 간판이 걸린 조그만 편의점에 들려 생수와 우의 등 필요한 물건들을 사고 다시 10여분을 달리자 黃山이란 현판이 걸린 황산 대문이 눈에 들어온다. 중국 관광객은 이곳에서 셔틀버스로 갈아타야 하지만 외국관광객은 타고 온 버스를 타고 들어간다. 양쪽으로 하늘을 찌를 듯한 대나무들이 위용을 뽐내고 있는 안개 자욱한 산길을 굽이굽이 돌아 오른다.


마치 한계령을 오르는 듯 하다. 첫 날 트레킹 코스는 옥병케이블카 - 옥병루(영객송) - 천도봉 - 연화정 - 오어봉 - 해심정 -(점심식사)- 해심정 - 보선교 -서해대협곡 -배운정 - 북해호텔로 이어지는 약 8시간 코스다. 자광각에서 옥병삭도(케이블카)를 탄다. <참고> 옥병삭도 요금은 성인 65元(약 8500원), 아동 35元(4500원)이고 황산풍경구 입장요금은 성인 200元(약 26000원)이고 아동과 60세 이상 노인, 비수기는 100元이다. 황산에는 세 개의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있다. 여섯 명이 함께 탈 수 있는 옥병 케이블카는 우리나라 무주리조트 곤돌라와 비슷하며 연화봉과 천도봉 사이에 위치한다.

소요시간은 8분 정도. 황산의 모든 길은 바위를 직접 쪼아서 만들어 놓거나 돌을 다듬어서 만든 자연 친화적인 계단으로 되어 있다. 산악대장은 "걸으면서 보지말고, 보면서 걷지 말라" 주의를 당부한다. 해발 1,668m의 옥병루(玉屛樓)에 이르면, 수령 1000년이 넘는다는 소나무 영객송(迎客松)이 당당한 모습으로 등산객을 맞이한다. 음식점과 화장실, 대피소 등이 있어 휴게소 역할을 하는 옥병루는 관광객들로 발을 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로 인산인해다. 짙은 운무에 언뜻언뜻 보이는 비경이 감탄사를 자아낸다.

천도봉과 손님을 맞는 소나무라는 뜻의 영객송(迎客松)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느라 난리 법석이다. 빗줄기가 점점 굵어진다. 천도봉으로 오르는 가파른 돌계단은 빗물에 매우 미끄러워 오르는 것을 포기하고 발길을 돌려 연화봉으로 향한다. 눈앞으로 펼쳐지는 놓치고 싶지 않은 선경(仙境)에 자꾸 발걸음이 멈춰 선다. 연자봉을 지나 연화정에 도착하니 오른쪽으로 황산 최고봉인 연화봉이 웅장한 자태를 뽐내고 정면으로 오어봉이 한 눈에 들어온다. 황산에서 제일 높은 봉우리는 연화봉(蓮花峰, 1864m)이며, 제二봉은 광명정(光明頂, 1860m), 제三봉은 천도봉(天道峰, 1810m)이다. 연화봉은 주위에 여러 산들이 둘러싸여 마치 연꽃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황산의 최고봉이다.


자연휴식년제 때문에 5년 간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가파른 돌계단을 내려서고 못 생긴 물고기와 같이 생긴 봉우리라고 이름 붙여 진 오어봉(鰲魚峰)을 향해 한발 한발 오른다. 사방이 짙은 운무에 가려 발아래 펼쳐지는 황홀한 풍광을 볼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해심정을 지나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천해청> 식당으로 들어선다. 다행히 점심식사를 하는 동안 비는 그쳤다. 해심정(海心停)에서 서해대협곡으로 들어선다. 황산은 일년에 220일 이상 비가 내릴 정도로 고온 다습한 지역이기 때문에 피어오르는 운무가 산을 휘감으면 황산은 곧 구름바다 위에 떠 있는 섬들이 된다.

그래서 천도봉과 연화봉을 중심으로 남쪽을 남해(南海), 북쪽을 북해(北海), 동쪽을 동해(東海), 서쪽을 서해(西海)라고 부르고, 가운데 분지 형태를 이루는 지역을 천해(天海)라고 부른다. 해발 1600m 지점인 해심정에서부터 목표 지점인 배운정(排雲停)까지 이르는 서해대협곡을 건너는 길은, 해발 600m까지 계곡을 따라 걸어 내려갔다가 다시 1600m 고지까지 올라 와야 하기 때문에 거의 1000m를 오르내려야 하는 쉽지 않은 코스다. 서해대협곡은 우리 일행만이 보일 뿐 관광객이 거의 없어 고요하고 적막감 마저 돈다. 짙은 운무 사이로 희미하게 보이는 풍경들이 신비감을 더한다.

건너는 이마다 신선이 되는 다리라는 멋진 이름의 보선교(步仙橋, bridge of Immortal)를 건너며 잠시 신선이 되어본다. 보선교를 다시 건너와 바위 동굴을 지나면 서해대협곡이 시작된다. 천길 낭떠러지를 가로지르는 허공다리는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한 스릴감을 준다. 그런 길을 어찌 만들었으며, 또 어떻게 그런 다리를 놓으려고 의도했는지...모두가 경탄스럽기만하다. 바위 절벽에 매달린 허공다리 바위에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운 들꽃이 잠시 발길을 잡는다. 계단 하나 하나 미끄러지지 않도록 표면을 요철로 파놓는 정성, 소나무 한 그루, 작은 들꽃 하나도 손상하지 않으려고 보호대를 만들어 놓은 손길은 우리가 배워야 하지 않을까.. 가파른 내리막 계단을 내려섰다 언뜻언뜻 보여지는 비경을 위안 삼아 다시 가파른 오르막 계단을 숨가쁘게 오른다.

눈길 닿는 곳마다 펼쳐지는 비경 때문인지 전혀 힘든 줄 모른다. 이름하여 몽환경구(夢幻景區). 꿈속을 거니는 경치라는 뜻처럼 운무에 가려 희미하게 보이는 길을 따라 걷는다. 배운정에 도착하면서 서해대협곡 트레킹은 끝이 난다. 안전을 위해 정상에 둘러 쳐 놓은 쇠사슬에 매여 있는 수많은 자물쇠들은 이곳을 다녀간 연인들이 또는 부부들이 우리 사랑 영원히 변치말자는 약속의 상징으로 달아놓고 열쇠는 절벽 아래로 던졌다고 한다.

배운정에서 숙소인 북해호텔까지 2.5km이며 아치형 석교를 건너 서해호텔을 지나면 단결송과 대왕송 등 유명한 소나무들이 볼거리다. 옥병케이블카에서 내려 시작된 트레킹은 예정보다 1시간 빠르게 진행되어 7시간만에 숙소인 북해빈관(호텔)에 도착하여 끝이 난다. 산 아래에서 해발 1600m 고지까지는 세 곳의 케이블카를 이용하여 접근이 가능하고, 또 산 정상 부근에는 북해호텔, 서해호텔, 사림호텔 등 4성급 호텔만도 여러 개가 있어 많은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대나무로 만든 지게 같은 것을 진 바짝 마른 짐꾼들이 연신 지나간다. 어떤 사람은 공사용 돌덩이를, 어떤 이는 생수 병이나 호텔에서 쓰는 물품들을 산 아래에서 호텔이 있는 1600고지까지 지고 나르는 것이다. 그래서 호텔에서는 물가가 매우 비싸다. 500mL생수 1병이 5元, 콜라나 캔맥주가 15元,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1회용 커피믹스 1봉은 15元(약 2000원), 2홉 한국산 소주는 65元(약 8500원)이다.


우리나라 같으면 케이블카를 이용해 올라오겠지만 관광객을 많이 태우고, 또 보다 많은 사람들을 고용하여 일거리를 줌으로서 같이 먹고 살기하기 위함이란다. 샤워를 하고 저녁식사 시간까지 여유가 있어 혼자 사자봉에 오른다. 비가 그치고 상쾌하다. 청량대를 지나 원숭이와 같은 모습의 기암이 운해를 내려보는 것 같은 모습의 후자관해(候子觀海)를 지나 사자봉까지 40분 정도 소요된다. [5월 27일(토)-셋째 날 ] 새벽 4시 20분 모닝콜에 눈이 떠 커튼을 여니 날이 맑다. 호텔에서 마련한 방한복을 입고 로비로 나서니 일출을 보기 위한 관광객들로 북새통이다.

어제 다녀온 사자봉(獅子峰)으로 오른다. 청량대(淸凉臺)는 사자봉 중턱의 해발 1,640m 지점으로 일출과 운해를 보기에 가장 좋은 장소이다. 이곳에서는 시신봉(始信峰)이나 십팔나한조남해(十八羅漢朝南海) 등을 조망할 수 있다. 청량대에는 먼저 도착한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이 북적인다. 사자봉(獅子峰 해발 1670m)은 청량대에서 계속 위로 올라간다. 20분 정도를 더 올라 동쪽 먼 하늘이 밝아 올 즈음 사자봉에 도착하니 비교적 한산하다. 어제 온천지를 뒤덮었던 운해는 모두 사라지고 맑은 날씨와 상쾌한 아침 공기가 기분까지 상쾌하게 한다. 동쪽 하늘에 붉은 기운이 감돌더니 붉은 해가 불쑥 모습을 드러낸다.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황산에 소나무를 배경으로 뜨는 해는 한 폭의 동양화처럼 아름답다. 언제나처럼 떠오르는 태양이지만 황산의 사자봉에서 맞이한 일출은 색다른 감흥으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다. 일출을 볼 확률이 5%밖에 안 된다는데 참으로 행운이다. 호텔로 돌아와 모닝 커피를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하고 아침 식사 전 어제 빗속에 정신 없이 걸었던 서해 호텔까지 천천히 산책을 나선다. 서해호텔 앞에 단하봉을 배경으로 자리잡은 서해산장이 멋진 엽서처럼 눈에 들어온다. 아침 식사 후 트레킹을 나선다.

오늘 트레킹 코스는 광명정-비래석-배운정-서해대협곡 일부-배운정-북해호텔-(점심식사)-몽필생화-시신봉-관음봉-(운곡케이블카)-연곡사로 이어진다. 북해빈관에서 돌계단을 따라 40분 정도 가면 황산 제이봉(第二峰)인 광명정(光明頂)이다. 광명정에는 돔형의 기상대 시설과 광명산장이 자리잡고 있다.

이곳에 서면 연화봉을 비롯하여 천도봉까지 한 눈에 조망할 수 있고 운이 좋으면 멋있는 운해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인데 어제와는 달리 깨끗한 시야에 벌거벗은 채 황산은 그 전모를 드러내고 어제 우리가 걸었던 길도 한 눈에 들어온다. 광명정에서 대한항공 CF로 유명한 비래석(飛來石)까지 이동하면서는 발아래 펼쳐지는 서해대협곡이 눈길을 떼지 못하고 걸음을 자꾸 멈춰 서게 한다. 두 손을 모아 합장하는 모습을 한 합장바위를 지나 비래석에서 기념 사진을 촬영한다.

눈을 감고 남자는 오른손, 여자는 왼손으로 비래석을 만지며 비래석을 세 번 돌면 소원이 성취된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배운정에서 다시 서해대협곡으로 내려선다. 어제 운무에 가려 보지 못한 풍광들이 너무나 멋진 모습으로 두 눈에 빨려 들어온다. 보선교까지 내려갔다 오려는 계획은 부족한 시간 때문에 중간에서 아쉬운 발걸음을 돌린다. 북해호텔에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오후 트레킹은 계속된다.


전설에 의하면 이태백이 황산에 올라 잠이 들었다 깨어 피어오르는 안개와 운해속을 뚫고 솟아 나온 기암봉우리 위에 작은 소나무를 그렸다는 "몽필생화"(夢筆生花)(꿈속에 붓으로 꽃을 그리다)와 붓을 놓은 필가봉을 카메라에 담고, 흑호송(黑虎松)이 서 있는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향하면 연인처럼 붙어 있다하여 붙여진 연리송, 용의 발톱을 닮은 용고송, 운해를 탐험하는 듯하여 이름 붙여진 탐해송 등 수령 수백 년이 넘는 소나무들을 구경하며 죽순을 닮은 죽순봉을 지나면 믿음이 시작되는 봉우리라고 이름 붙여진 시신봉(始信峰)에 닿는다.

시신봉 정상은 출입을 통제한다. 시신봉 앞에 가지를 축 늘어뜨린 마치 악기 하프를 닮은 감금송을 지나 조금 더 진행하면 관음봉에 닿는다. 이곳 저곳을 배경으로 열심히 기념 사진을 남기고 다시 오던 길로 발걸음을 되돌려 흑호송에서 백야령쪽으로 향한다. 하산은 동쪽에 위치한 운곡케이블카를 이용한다. 올라올 때 탔던 옥병 케이블카는 6명씩 타는 소형 케이블카이지만, 운곡 케이블카는 50명이 한꺼번에 탈 수 있다. 그러나 2시간 정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므로 짜증이 난다. 기다리는 시간이면 걸어서 내려가고도 남는다.

2시간을 기다려 고작 8분 정도를 타고 내려오는 선택은 트레킹을 신청한 사람들에게는 그리 바람직하지 않은 선택이다. 운곡사역에서 내려 셔틀버스에 오른다. 굽이굽이 산길을 돌아 내려가 황산 대문을 빠져나오면서 황산 트레킹은 아쉬운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어제는 짙은 운무 때문에 그리고 오늘은 너무 화창한 날씨 때문에 운해에 휩싸인 황산의 절경을 보지 못한 아쉬움은 남지만, 웅장한 황산의 전체 모습을 속속들이 만끽할 수 있었던 건 어쩌면 큰 행운일 것이다. 황산 대문을 배경으로 마지막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다시 황산시로 돌아오는 버스에 오른다. 모내기가 한창인 들녘은 평화롭다. 간혹 처마 밑에 돼지 다리를 매달아 놓은 모습이 보인다.


가이드의 설명에 의하면 굵은 소금과 향료를 뿌려 3개월 정도 처마 밑에 매달아 숙성시키며 훌륭한 반찬이 된다고 한다. 황산시로 돌아와 1시간 동안 발맛사지로 피로를 풀고 첫날 저녁식사를 했던 진달래 식당에서 삼겹살 파티를 하며 여행이 끝나가고 있음을 아쉬워한다. 호텔에 여정을 풀고 샤워를 한 다음 신안강변 야경을 즐긴다. [5월 28일(일) -마지막날] 6시 30분 산책을 나선다. 휘낙타(徽駱駝)상이 우뚝 자리잡은 호텔 앞 공원에는 중국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체조를 하는 사람, 검무를 하는 노인들, 춤을 배우는 아낙네들까지 일요일 아침을 즐기는 모습들이 즐거워 보인다. 신안강변에서 빨래하는 아낙네들의 모습과 고기 잡는 어부의 모습, 그리고 논에 거름을 주는 농부의 바쁜 손길은 우리나라 6-70년대의 모습과 흡사하다. 호텔 뒤쪽 서민 아파트 베란다에는 빨래들이 주렁주렁 널려있어 미관을 중요시하는 우리나라하고는 대조적이다. 호텔로 돌아와 아침식사를 하고 체크아웃 한 후 마지막 날 일정을 시작한다. 오전에 황산시내에 있는 명조(明朝), 청조시대(淸朝時代)의 옛 거리를 거닐어 본다. 명청대 옛거리는 물고기 모양을 하고 있으며 약 1300m 정도 뻗어 있는 주거리는 물고기의 척추에 해당하고 수많은 골목길은 물고기의 가시부분에 해당한다.

노가(老街)라고 쓴 일주문 비슷한 곳을 들어서면 이곳 특산품인 문방사우, 도장, 모봉차(毛峯茶)를 비롯하여 직접 만든 부채, 마지막 황제에게 진상했다는 과자(皇品 상호가 붙은 집)등 볼거리, 먹거리 상점들이 당시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쌀에 글씨를 새기는 놀라운 솜씨는 10元이면 핸드폰 고리로 기념품이 된다. 주의 할 것은 이곳 역시 부르는 값의 6-70% 정도면 살 수 있다. 황산 비경을 담은 CD나 DVD는 몇 천원이면 살 수 있지만 사지 않는 것이 좋다. 대부분 공CD다. 1시간 반정도 명청대 옛거리(老街) 구경을 끝내고 조선족 동포가 경영하는 쇼핑점에 들렸다.


이번 여행은 원래 노팁, 노쇼핑이지만 귀국 선물을 구입하기 위해 가이드의 추천을 받은 곳이다. 모봉차와 여자들이 좋아하는 술 십전대보주, 남자들이 좋아하는 죽엽청주를 시음할 수 있고 각종 견과류를 맘껏 시식할 수 있다. 어른들에게 선물할 중국 술(오량주)과 참기름 한 병을 구입하고 공항으로 이동했다. 술은 반드시 부치는 짐에 넣어야 하는데 깨질 것을 염려하여 배낭에 넣었다가 검색대에서 적발되어 다시 화물로 부치는 수고를 해야했다. 거기다 박스 포장비까지 지불하고... 이상할 정도로 황산공항을 정시에 이륙한 비행기는 약 2시간의 비행 끝에 인천공항에 안착한다.

물론 기내식 점심이 제공되지만 부실하다. 이번 여행으로 큰 숙제를 하나 덜어 홀가분한 기분이다. 다음은 백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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