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라골라 무조건 천원” 얇아진 지갑에 반색

“무조건 천원입니다. 싸다고 무조건 집어넣지 마세요. 물건 떼오려면 저 밤새야 하니까. 욕심 부리지 말고 적당히 집어 가세요”
◈경제 불황이 끝없이 이어지며 소비자의 지갑이 얇아지자 1천원짜리만 취급하는 상점이 등장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여름을 실감할 만큼 더운 3일 오후 3시 동구 중동 중앙시장 근처 버스 정류장 앞의 ‘1천냥 하우스’라는 촌스런 이름의 상점은 날씨를 무색하게 할 만큼 후끈 달아올라 있었다. 호기심에 고개를 들어 눈길을 한차례라도 줄 망정 그냥 지나치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행인들의 발길을 잡아끄는 인기‘짱’이다.

출입문도 없는 가게 입구에는 1만원짜리 모자를 1천원에 판다는 푯말이 붙어 있고 이 모자 저 모자 썼다 벗었다 하는 행인들로 북적여 자연스럽게 호객행위가 이뤄진다.

20평 남짓한 가게 안은 '풀 방구리에 쥐 드나들 듯'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들락거린다. 상품 진열대가 마주하고 있어 두 사람이 간신히 비켜 지날 수 있을 정도의 좁은 통로에서 모두들 두리번거린다. 사뭇 진지한 눈빛이다.

어차피 가격은 조건 없이 1천원, 좀더 요긴한 물건을 손에 넣기 위한 눈빛이 빛난다. 필요한 것을 단돈 천원에 구하면 금상첨화겠지만 당장은 필요 없더라도 싼 값에 일단 장바구니에 넣는 것은 욕심이라기보다는 알뜰 구매 성격이 짙다.
◈1만원짜리 모자를 단돈 1천원에 판다고 하니 신사인들 욕심이 안날 수 없다.

값이 1천원으로 동일한 탓에 가격은 개수로 따진다. 살충제며 그릇, 플라스틱 빗자루를 검정 비닐봉지에 가득 담아 한꺼번에 테이블에 쏟아 놓고 숫자를 세면서 도로 봉지에 담는게 계산법이다.

“18개 사셨네요. 1만 8천원이요”
“계산할 필요 없어서 좋네. 가만... 2개 더 사서 아예 2만원을 채울까”

없는게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웬만한 물건은 다 있다. 대형 할인매장에서 4-5천원에 판매되는 플라스틱 빗자루부터 일본어가 잔뜩 써 있는 프라이팬, 라면 2개 정도를 끓이면 딱 알맞을 양은 냄비, 약국이나 슈퍼에서 2천원 정도하는 살충제까지 벌써 듬성 듬성 비어 있는 진열장에 갖은 생필품들이 자리하고 있다. 종류만도 수백가지.

“싸니까 들어왔지. 요즘처럼 주머니 가벼운 세상에 1천원에 무조건 하나씩이라는데 안 좋아할 사람 있나?”
“아휴~창피하게 왜 사진을 자꾸 찍어. 천원짜리 사는게 뭐 자랑이라고...쓰다가 고장나면 버리는 거지 뭐. 천날 만날 쓸 것도 아니고. 총각도 하나 집어요”

할인매장 경력 10년의 주인장 조모(39)씨는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돈 쓰는게 아니라 돈 벌어가는 겁니다” “천원 대박~이런 기회 없습니다” 쉬지도 않고 호객용 멘트를 날리지만 전혀 피곤한 기색도 보이지 않는다.

“알잖아요. 전부 비밀인거. 물건은 떼어 오는데가 따로 있지요. 그거 알려주면 나도 쪽박 차야 돼요”

1천원에 팔아도 남느냐는 질문에는 “안 남으면 이 짓을 왜 하겠어요”라고 짧게 한 마디 한 뒤 기자의 질문에는 입을 굳게 다물고 마이크를 잡고 목청을 돋운다.
◈상품 진열장의 물건 종류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이 비켜서기도 힘들 정도의 좁은 상점안을 가득 메우고 있다.

물건의 면면을 들여다 보니 ‘메이드 인 차이나’가 대부분인 점에서 싼 가격으로 공급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매장이 20평 정도로 동네 구멍가게 만한 초소형이라면 직원은 조씨와 계산원 1명이 전부다. 동구지역이기 때문에 임대료도 비싸지 않아 1천원 장사가 제격이라는 조씨의 설명이다.

전날 밤 10시경 경성큰마을 사거리 인도에는 오징어를 잡을 때 씀직한 커다란 전구가 환하게 빛난채 ‘무조건 1천냥’이라는 입간판이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어려운 경제 얇아진 주머니 만큼이나 천원 상품이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