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정신장애인 11명 10km완주 박수갈채

 11일 제2회 대전시민마라톤 열려


"많이 힘들었지만 끝까지 달리고 싶었어요. 중간에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옆에서 손을 잡고 뛰어준 동생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열심히 뛰었어요. 너무 무리해서 뛰었나 무릎이 땡기내요"
10km 코스를 완주한 시각장애인 이은구씨(32)의 완주 소감이다.

11일 오전 10시 30분 엑스포 남문광장. 제2회 대전시민마라톤대회 시작 30분전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몸을 풀고 있었다. 각 단체별로 또는 가족별로 서로 무리를 지어서 몸풀기에 여념이 없었다.

참가자들 중 눈에 띄는 한 무리를 발견했다. 그 흔한 플래카드도 없었다. 참가자에게 지급된 기념 티셔츠도 입지 않고 참가번호표도 없이 두 사람씩 짝을 맞춰 몸을 풀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 왔다.

한마음, 한뜻 사회복지원 소속의 시각장애인들과 정신지체우들 이었다.
일반인들도 완주하기 힘든 코스를 앞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뛰기란 그리 호락호락해 보이지 않았다.
한마음 사회복지원 마라톤 지도교사 홍광선씨(27)는 참가 동기에 대해 "시각, 정신지체우들의 심폐기능과 지구력 향상을 위해 주3회 장태산을 뛰어서 오르는 연습을 했습니다. 마라톤대회도 몇 번 참가한 경험도 있습니다. 접수를 늦게 해서 참가 신청이 안됐다고 합니다. 그래도 이렇게 왔으니까 완주를 목표로 참여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장애인들이 일반일과 섞여 경기를 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참가를 결정하게 만들어준 든든한 후원자들이 있었다.
대전동산고등학교 복싱부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지난 4월부터 한마음 사회복지원과 자매결연을 맺고 자원봉사를 하고 있으며 오늘도 이들의 길잡이 역할을 해줄 든든한 친구들이 있었다.
"우리 복싱부 아이들이 대부분 결손가정의 학생들입니다. 어렵고 힘든 생활을 해온 아이들이기 때문에 사회에 대한 불만이 높았습니다. 하지만 자원봉사를 시작하고부터는 부모에게 건강한 신체를 물려받은 것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아이들이 스스로 장애우들 식사도 도와주고 청소도 해가며 한 식구처럼 지내고 있습니다."
동산고 복싱부 오현일(48)감독의 말이다.

출발 전 홍광선 지도교사는 몇 번이고 각자의 짝을 확인시켜주고 뛰는 요령을 설명하는 등 참가자의 안전에 무척 신경을 쓰는 눈치였다.

오전 11시 총성과 함께 마라톤이 시작됐다. 무리들 중에 섞여 한마음, 한뜻 사회복지원의 참가자들도 열심히 뛰었다. 조금은 불안해 보였지만 많은 참가자들과 시야에서 사라져갔다.

오전11시35분을 넘어서면서 10km 참가자들이 하나, 둘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었다. 동산고 복싱부 오감독은 학생들이 걱정이 되는지 일일이 전화를 걸어 학생들의 위치를 파악하며 초조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출발한지 45분이 지나면서 한뜻 사회복지원 정신장애우들이 하나둘씩 결승선을 통과했다. 45분이면 결코 일반인들에게도 뒤지지 않는 기록이었다.
뒤를 이어 한마음 사회복지원의 시각장애우들도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앞이 안보이니 더 힘든 표정들이다.

대회시작 1시간이 넘어서면서 참가자 대부분이 경기를 마쳤지만 아직까지 대현(동산고 복싱부·3년)군과 기호씨(23·시각장애자)가 아직까지 들어오지 않았다. 경기를 끝낸 학생들과 원생들은 두 사람이 걱정이 되는지 결승선 한참 앞에까지 뛰어갔다 오는 등 불안한 마음을 표현됐다.

1시간8분이 지나면서 걱정했던 두 사람이 모습을 나타냈다. 비록 일반인에 비해 많이 늦은 시간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제야 모두들 안심이 되는 눈치였다.

동산고 최선민군(3년)은 "생각보다 잘 뛰었어요. 성치 않은 몸이라 많이 힘들 것 같았는데 저 힘 안들게 해주려고 그랬는지 정말 열심히 뛰었어요. 앞으로 이런 행사가 있으면 계속 도와 드려야죠"라며 참가 소감을 밝혔다.

한마음 사회복지원 소속 시각장애자 7명, 한뜻 사회복지원 소속 정신지체우 4명 총 11명은 단 한명의 낙오자도 없이 모두 완주했다.

원생들은 완주자에게 주어지는 메달을 목에 걸고 일반인들과 똑같은 마라톤 코스를 완주했다는 성취감에 즐거워했다.

한편 제2회 대전시민마라톤대회에는 남자 3천7백여명 여자 1천4백여명등 5천1백여명이 참가해 10㎞ 미니코스와 21.0975㎞ 하프코스로 나눠 레이스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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