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정가 민감한 반응 '본격 정치지형 변화 예고'

자민련이 전당대회를 치른지 10일만에 간판을 내리고 한나라당과의 합당을 선언했다.

10년 영욕의 자민련이 간판을 내리고 한나라당과 전격 통합을 선언하면서 충청권 정가는 크게 술렁였다. 한나라당과의 20일 통합은 예견되어 있었다지만 합의과정은 ‘깜짝쇼’에 가까웠다. 

통합과정은 철저히 극비리에 이뤄졌다. 김학원 대표는 열린우리당 전당대회가 있었던 지난 주말 박근혜 대표와 만났다. 이날 통합에 대한 원칙을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김대표는 이날 만남에 대해 “통합한다는 원칙적인 교감을 나눴다”고 말했다. 그러나 통합시기는 결정을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통합이 급진전된 것은 19일 오후. 김대표는 “운동을 하고 돌아왔는데 한나라당 지도부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며 “통합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는 이날 밤에 이뤄졌다”고 말했다. 합의 주체인 김학원 대표조차도 놀랄만한 ‘전격적인 초고속 통합’이었다.

박대표가 이처럼 전격적으로 통합을 추진한 데는 오는 5.31 지방선거에서 충청권에 확실한 교두보를 확보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한나라당은 이른바 ‘중원’이라고 불리는 충청권에 교두보를 확보 하지 못하면서 두차례의 대선에서 모두 좌절했다. 따라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충청권 정치세력의 본산인 자민련과 통합을 통해 확고한 교두보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문제와 맞물릴 경우 다소 복잡해질 수 있지만 전격적으로 통합을 추진할 수 있었던 것도 자민련이 국민중심당과의 분화과정에서 ‘1인정당’으로 슬림화 돼 통합부담감이 크지 않다는 점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자민련으로서도 ‘보수대통합’을 명분으로 한 한나라당과의 통합은 꽉 막힌 정치상황을 타개할 유일한 돌파구였다. 국민중심당과 통합이 결렬되면서 지방선거에서 독자후보를 내기도 어려울 정도로 독자생존이 불투명해진 자민련으로서는 보수대통합을 명분으로 한 한나라당과의 통합만이 탈출구였다.

자민련은 지난 10일 전당대회를 통해 당을 해산하는 절차와 권한을 전국규모의 전당대회에서 당 집행위원회로 위임하는 사전 정지작업으로 한나라당과의 통합작업의 걸림돌을 정비한것도 이 때문이었다.

통합방식도 자민련이 해체하고, 소속 당원들이 일괄 입당하는 형식을 취했다. 당 재산은 한나라당에 모두 귀속시키기로 했다. 이는 한나라당 내 일부 인사들이 ‘당대당 통합’ 반대의 명분을 주지 않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외형상으로는 자민련 소속 의원과 당원들의 개별입당인 만큼 한나라당에서도 문제삼기는 어렵다.

이에 대해 국민중심당은 즉각 포격에 나섰다. 이규진 대변인은 “김학원 대표가 자민련을 해산하고 한나라당에 통합하는 것은 자신을 키워준 충청인을 배신하고 충청도를 팔아먹는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이 대변인은 또 “국민중심당과 흡수통합키로 하고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지않는다고 자민련을 한나라당에 팔아먹는 것은 정치도의상 있을수 없다”며 “부여군민의 지지를 받아 국회의원이 된 본인이 당적을 바꿔 한나라당에 가는 것만으로도 도덕적으로 지탄받아 마땅한데 자민련까지 흡수시키고 재산까지 갖다 바친다는 것은 더더욱 용납 못할일”이라고 공세를 펼쳤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한나라당과 자민련의 통합이 충청권의 정치지형을 제대로 이해못한 성급한 결정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외형상 한-자동맹이 가져다 줄 시너지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오히려 지리멸렬한 국민중심당의 부활을 당기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자민련을 흡수한 한나라당에 대한 ‘충청정서’의 역풍이 결코 만만찮을 것이란 전망이다.

충청권을 지지기반으로 한 국민중심당의 창당과정은 자민련과의 관계설정 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충청권을 정서로 한 두 개의 정당으로서는 ‘공멸’이라는 압박과 함께 ‘도로 자민련’이라는 딜레마에 빠져 있었다.

충청권 정치세력을 하나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자민련 김학원 대표가 국민중심당과의 통합결렬을 선언한데 이어 자민련 간판을 스스로 내리고 한나라당과 통합하면서 국민중심당은 충청정서를 대변하는 유일 정당으로 자리를 잡을 전망이다.

자민련과의 관계가 정리된 국민중심당은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에 투항(?)한 자민련을 주 타겟으로 삼을 것이 분명하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이번 충청권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과 함께 국민중심당이란 혹을 더 붙여 양쪽을 상대로 힘겹게 싸워야 할 처지가 됐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자민련과의 통합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중앙당의 한 고위 사무처 당직자는 “자민련과의 통합문제에 대한 안건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 전격적으로 올라왔다”며 “당직자와 당원, 소속의원도 모르는 통합은 전형적인 밀실정치의 표상아니냐”며 불만을 감추지 못했다.

또 다른 한나라당 관계자는 “공천심사위원 선정과정에 이어 자민련과의 통합으로 충청권 지방선거는 더더욱 어려워졌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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