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무산...나도 할 말있다서준원 박사

최근 신행정수도 특별법의 위헌 결정으로 지역 여론이 들끓고 있습니다.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기대를 가졌던 주민들의 분노가 강하게 표출되고 있으며, 분권과 균형발전을 기대했던 지식인들로부터도 강발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는 이에따라 헌재의 위헌 정국을 어떻게 풀어 갈 것인가 하는 의견 수렴 차원에서 ‘행정수도 무산, 나도 할 말 있다’는 긴급 특별시리즈를 마련했습니다. 지역 오피니언 리더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함께 리플을 통한 독자들의 활발한 의견개진이 있기를 기대합니다.

신행정수도 건설은 신기루였던가. 아직도 충청지역에선 허탈, 좌절과 분노 등으로 얼룩진 감정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화살이 어디로 그리고 누구를 향해 날라 가고 있나. 정작에 충청은 화살을 날릴 제대로 된 활(弓)도 없는 그런 서글픈 처지가 아니던가. 그래서 초당적 정치력과 결집된 민심으로 만들어지는 독자적 활이 있어야 한다. 화살만 있고 활이 없다면 신행정수도란 과녁을 맞히지 못한다. 차제에 충청의 저력과 위력을 함께 담은 활을 만들어야 한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직후 필자는 답답하고 안타까운 심정으로 독일대학의 법학교수들에게 이 사안을 소개했다. 모두가 신행정수도 이전문제가 어떻게 헌재의 판단까지 요구되었는지 의아해 했다. 추진배경과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했지만, 그래도 왜 헌재까지 가야했느냐고 속 편한 질문만 해댄다. 우리의 법체계가 크게 영향을 받고 있는 대륙법의 본산이 독일이다. 그런데도 학계인사들은 하나같이 선뜻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더 이상 남 탓을 하지 말자

지금의 시점에서 헌재에 대한 삿대질도 부질없다. 정치권에 대한 원망과 책임요구도 또한 부질없다. 이 대목에서 우리 모두 좀 더 솔직해보자. 신행정수도 건설이 순수한 국가정책인지 아니면 정략적 선택인지. 필자의 판단으론 두 가지 속성을 지닌 사안으로 지방분권 실현이란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복합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본다. 탈 중앙-지방분권 실현이라는 의미에선 노무현정권의 선택은 인정받아야 마땅하다. 하여튼 정치권과 국민은 패를 갈라 찬반의 방향으로 내달렸기에 헌재의 판단까지 나온 것이 아닌가.

노무현정권의 지도력·정치력 결여를 탓 할 것만 아니다. 헌재의 위헌결정은 여야의 정치력 부재와 전근대적 관습에 물들은 중앙중심주의와 뒤늦게 내몰아친 민심호도가 함께 어우러진 변화거부의 ‘관습적 합작품’이다. 그 이면에 정략적으로 참여했다가 슬그머니 발을 뺀 한나라당의 전략선택이 탁월(?)해서 여론은 조장·고무되었고 관습수도권(서울시)의 관제데모도 한 몫을 해냈다. 이렇게 된 마당에 중앙지 언론의 게이트키퍼(gate-keeper)도 나무랄 것이 없다. 언론만이 영구적인 정치집단이라는 막스 웨버(Max Weber)의 지적처럼, 자기 몫을 내주기 싫어하고 이웃에게 건네지는 떡도 다 가지려는 그릇된 속성을 가진 탓이다. 그렇다고 충청은 여기서 좌절할 순 없다.

비정하고 냉담한 정치권 행태

만약에 말이다. 예정지가 영호남 어디였다면 상황은 어땠을까. 표를 얻기위해 충청으로 몰려오던 여야 주요 인사들이 지금처럼 나 몰라라 하고 발길조차 주지 않을까. 건설예정지 주민들의 타들어 가는 심정을 먼발치에서 지켜보면서,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겠지...이처럼 태평하게 지낼 수 있을까. 그래서 현 정치권이 보여주는 충청인에 대한 야멸찬 모멸감이 더 서럽게 느껴지고, 해도 너무 한다는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향후 대안마련 및 추진전략 등과 관련하여 나병배부장과 육동일교수가 명쾌하게 지적·정리했다. 따라서 필자는 정치적 관점에 국한시켜 정리해보겠다. 필자는 디트뉴스를 통해 총선 참패 직후에 지역민심으로부터 버림받은 자민련의 자성을 촉구하면서 ‘차라리 자폭하자’고 주장했고, ‘지방분권화와 분권형 정당제’를 정리했으며, 지방당(local party) 출현을 고대하면서 ‘충청이 나설 때’가 도래했다고 피력했다. 전국정당만이 지고지선은 아니다. 지역감정을 고무시킨다는 비난도 많이 들었지만 충청의 과거와 현실을 고려할 때, 아니 미래를 위해서도 지극히 합리적 수순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 구체적 방안으로 지방당의 출현을 기대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중앙권력에 도전하자고 주문한 것이다. 충청 출신도 이제 국가 지도자로서 나서야 하지 않겠는가. 세력이 약하다고 여기저기 눈치만 볼 것이 아니다. 충청이 주체성을 가지면 도전의 가치와 성공예감이 아닌 확신을 가질 수 있다.

지방분권은 거부할 수 없는 대세다

유럽과 독일의 경우 각주 또는 지역에 기반을 둔 정당이 중앙(연방)에서도 활동이 활발하다. 우리의 경우, 선거 때만 되면 중앙에서 내려와 지방을 들쑤시고 다닌다. 선거가 끝나면 지방은 들러리다. 모든 것은 중앙권력 위주로 펼쳐지는 작금의 정치현실 탓에 신행정수도에 대한 인식과 여론도 부정적 시각으로 돌아 선 것이 아닌가. 그래서 지방이 힘을 가져야 자립적인 발전이 보장된다. 유럽은 통합 이후에 중앙과 지방간에 권력이 분산중이고, 국가와 국가끼리의 상생과 협력이 진행중이다. 그래도 가장 기본은 지방이 우선이다.

세방화(세계화+지방화)의 물결 속에서 국가와 중앙권력의 의미와 역할이 점점 취약해지고 있다. 반면에 지방은 독자적-실질적인 살 길을 찾아 나서고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국경개념이 무너지고 외국인(유럽연합국)들의 출입이 자유로워지면서 지방마다 애향심을 이전보다 더 강조하고 있다. 필자가 머물고 있는 바이에른 주에서는 오래전부터 심도있는 연구를 통해 지역사랑에 대한 콘텐츠개발에 주력해오고 있다. 지방이 제대로 살아나야 중앙이 건실해진다. 세상이 이렇듯 변하는데도 우리는 모든 것이 한강을 끼고 있는 ‘관습수도’에 몰려있다. 한강의 물줄기를 돌릴 수 없지만, 중앙중심의 시대착오적인 인식의 흐름을 바꿔줘야 한다. ‘관습수도’가 아닌 ‘성문수도’를 건설하기 위한 그 주체로서 충청이 나서야 하는 운명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어설픈 몽니로는 안 된다

상대가 대화에 소극적이면 갈등은 저항을 통해 조정되고 희석될 수밖에 없다. 어떤 유형의 갈등도 저항을 내면에 안고 있다. 충청인의 내면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고 한다. 저항을 꺼려하는 충청인의 고매한 성품도 폭발하면 수습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것이 충청의 저력이요 진면목이 아닌가. 향후 갈등조정 과정에서도 충청이 조용하면 신행정수도건은 물 건너간다. 누가 우리에게 치즈를 달라고 했는가, 이런 식의 볼멘소리도 하지말자. 주어진 치즈마저 못 챙기는 것은 충청의 수모고, 충청에 대한 피동적·답보적인 부정적 이미지만 굳건해지고 그나마 남아있던 진솔한 애향심마저 허물어질 것이다. 단순한 자존심의 훼손 여부가 아니라 충청인의 삶과 미래가 함께 허물어지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는 신행정수도 건설의 기대와 희망에 떠밀려 너무 멀리 와 있다.

한때 충청의 몽니가 유효한 적이 있었다. 크게 화내지 않고 은근히 심통을 부려 상대방으로부터 설득력을 얻어내는 그런 몽니를 김종필(JP)씨가 소개한 바가 있었다. 지금은 그런 몽니 정도로 안 된다. 강력한 저항과 행동이 필요하다. 몽니도 비빌 곳이 있어야 효력을 발생하지, 지금처럼 무주공산인 충청에서 누가 누구에게 몽니를 부릴 것인가. 그래서 초당적으로 대처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 아닌가.

충청 정치권은 당적을 버리고 나서라

한국 정치사에서 충청의 위상과 역할은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을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처지다. 그래도 정치권력의 변동과정에서 충청의 독자적 세력구축이 허용되면 그나마 위상과 역할이 돋보였다. 우리는 이를 지역감정을 부추긴 지역정당의 한계로 치부하고 있지만, 그래도 민심결집과 정치적 연대 등을 영호남과 비교하면 아직도 치졸한 수준이다.

정치는 이해관계를 조정·추진하는 에너지다. 그런 에너지가 충청지역에선 결집·분출되지 못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정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에너지가 산발적으로 분출되다 보니 민심추스리기에 안일했고 급기야 헌재의 개입까지 뒤따른 것이다. 충청인 모두가 진정으로 신행정수도 건설에 관심이 있다면, 충청지방과 중앙의 현직 정치인들은 과감하게 탈당함으로서 충청권의 결집된 정치력을 과시해야 한다. 지금처럼 초당적으로 대처하자면서 무늬만 동색을 가진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적어도 지방선거 이전까지라도 당적을 버리고 한데 뭉쳐 같은 목소리를 중앙과 전국으로 외쳐야 한다.

시, 도지사부터 탈당하라

향후 중부권 신당이든 충청이 중심이 되는 정치세력의 태동에 저급한 표현까지 써가면서 기존정당이 딴지를 건다는 자체가 후진정치다. 정치는 곧 민심이다. 민심을 잘 추스리는 정치세력의 등장은 당연한 현상이고, 기존정당은 이를 인식하여 더 잘하려는 모습을 보여야지 서로에 대한 책임론 공방으로 날을 세울 필요가 있는가. 이런 식의 접근방식은 표를 주면 찬성하고 표를 안주면 반대한다는 식의 논리로 신행정수도 건설의 본질을 호도하는 정치적 계산에서 나온다. 충청살리기 본질에 동의한다면 신행정수도가 관철될 때까지라도 충청 정치권은 비상한 각오를 다져야 한다. 개인의 영달을 접고 충청을 위해 과감하게 헌신하겠다는 행동을 먼저 보여야 한다. 당적 이탈이라는 ‘정치적 삭발과 혈서’를 꺼려한다면 이미 민심을 외면하는 것이다.

그 출발점으로 시도지사부터 탈당하는 것이 파괴력을 지닐 것이다. 이를 지켜보는 충청민심은 이들을 기억하고 끝까지 지지해줄 것이다. 정치적 계산이 아닌 순수한 열정이 나올 때 국민도 이해하고 동조할 것이다. 지금처럼 어정쩡하게 소속 정당이 다르다 보니, 의견규합도 어렵고 파괴력도 취약해 당연히 중앙의 논리대로 끌려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신행정수도 건설과 상관없이 자신의 정치생명만 연장시키고 소속 정당만 살아남으면 되는 것인가. 이런 식으론 안 된다. 충청인 스스로가 “故 신행정수도” 무덤을 만들 것인가. 충청 정치권과 민심의 맘먹기에 달렸다.

서준원(徐俊源) 51세, 대전고, 연세대, 독일 뮌헨대(정치학박사), 국회정책연구위원, 자민련 정책의정팀장, 다물민족연구소 상임이사(현),독일 뮌헨대 초빙교수, 한성대 겸임교수(현), 충남대, 대전대,배재대, 한남대 출강,(연락처)016-321-3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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