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부른 행동 말아 달라” 충청권 여론 달래기

신행정수도 이전과 관련, 한나라당 당론이‘반대’로 나온 것으로 알려져 대전지역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 대표가 당 소속 지역 주요 인사들에 대해 직접 전화를 걸어 ‘섣부른 행동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그 것이 어떤 의미를 담는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 6월 지방선거때 대전에 지원유세 나온 박근혜한나라당 대표.

황진산 대전시의회 의장은 23일 시의회 출입기자들과 만나 “박근혜 대표가 22일 밤늦게 전화를 걸어 ‘성급하게 행동하지 말고 상황을 보자’며 행동의 자제를 요청했다”고 공개했다. 황 의장은 ”박 대표가 ‘내가 발표한 게 아니지 않느냐’면서 속단하지 말아달라고 주문을 해 왔다“고 덧붙였다.

황 의장은 박 대표와의 대화에서 “더 이상 설득하려고 하지 말아 달라. 당론을 확실하게 밝혀주고 한나라당은 영남당이 아니라 전국 정당임을 인식해서 큰 틀 속에서 판단해 달라”고 설명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지난 6.13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이 구청장을 1명 배출하는 등 교두보를 확보한 것을 강조하고 “한나라당이 충청권을 버리려면 아예 확실하게 버려라”고 강하게 항의했다고 전했다.

22일 심야의 박근혜 대표 전화는 염홍철 대전시장을 비롯해 지역의 당 관계 주요 인사들에게도 같은 시간대에 이뤄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박 대표의 움직임이 예사롭게 받아들여 지지 않고 있다.

염 시장이 23일 오후 4시 행정수도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갖는 것으로 준비를 하다 이날 아침 돌연 취소한 것도 이 같은 심야 전화와 연관성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추측을 낳고 있다. 염 시장은 한나라당의 당 대표의 입을 통해서 공식화되지 않은 당론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것은 신중하지 못한 태도라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염 시장은 또 그동안 무엇보다도 행정수도 이전을 관철하는 것이 목표라는 점을 강조해 와 어떤 선택이 대전시민들을 위한 것인지에 대해 숙고하면서 일정기간동안 상황을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의 심야전화가 또 다른 결과를 가져올지, 미봉책에 머물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대전지역 한나라당 지도부들의 움직임에는 일정정도 작용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신행정수도와 관련한 한나라당의 반대당론이 보도된데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대전시당의 전화는 지난해 11월과 달리 조용해 여러가지 해석을 낳고 있다.

한나라당이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한 특별법을 한차례 반대했던 지난해 11월의 경우 시민들의 비난의 전화가 수없이 걸려왔으나 이번 반대당론에 대해서는 전화가 거의 없다는게 관게자들의 설명이다.

따라서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일각에서는 일반시민들이 한나라당에 대한 기대를 이미 접었다는 부정적인 분석을 내놓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다수당이 아닌 제2당으로서 책임감이 그만큼 크지 않고 또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한 역할이 그만큼 줄었기 때문으로 판단을 하는게 아닌가 하는 해석을 하기도 했다.

지역 언론들은 중앙지들의 보도 태도와 달리 행정수도와 관련해 한나라당이 반대 당론을 정했음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이를 23일자 머릿기사로 일제히 보도했다. 대전일보와 중도일보, 대전매일 서울 주재기자들은 전날 한나라당 의원 총회가 끝난 뒤 이한구 정책위 의장의 말을 받아서 반대 당론 결정을 팩트로 보도했으며 지역민들의 반응도 비판적으로 보도했다. 이한구 정책위 의장은 22일 의원총회가 끝난 뒤 ‘추석 이후 발표한다’는 대변인의 성명과 달리 행정수도 이전 반대가 당론으로 결정된 사실을 언론에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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