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금산,계룡...2강 1중 2약 판세

◈논산, 금산, 계룡지역은 각 후보진영의 열기가 선거판을 달구고 있으나 냉랭한 표심의 방향이 당락의 변수가 되고 있다.

"열린 우리당 상승세가 정동영 발언 때문에 한 풀 꺾였지요."
"노인분들도 이제는 마음을 열고 계시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구관이 명관이지요."
"민노당이 깨끗하지 않습니까."

충남 논산,금산,계룡지역에서 만난 유권자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총선 닷새를 앞두고 산술적으로 4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를 만나는 건 쉽지 않았다. 선거판 자체에 대한 무관심때문이었다. 과거와는 달리 조용하면서 돈 못쓰는 선거운동 방식으로 관심이 즐어들면서 각 후보진영의 후끈한 분위기와는 달리 표심은 여전히 가라앉아 있었다.

논산시 버스 정류장 앞에서 만난 김영석씨(35, 논산시 화지동)는 논산지역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탄핵 초기에는 열린우리당 지지도가 급상승했으나 이제는 자민련과 한나라당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보면 틀림이 없어요. 세 정당 중에는 자민련 이인제 후보와 열린우리당 양승숙 후보가 앞서고 한나라당 박우석 후보가 추격하는 양상이죠."
◈당선을 향해 맹추격하고 있다는 박우석후보.

최근 정국 흐름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 분석으로 보였다. 논산과 금산, 계룡에서 만나본 유권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김씨의 말에 공감이 갔다. 자민련과 열린우리당 싸움에 한나라당의 추격, 그것이 이 지역 판세였다. 절대 유리했던 열린우리당의 지지도가 정동영의장의 노인폄하발언과 김근태 원내대표의 '멸치발언' 등이 표심에 적지 않는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었다.

논산,금산,계룡의 최대 관심사는 전 대통령 후보 이인제의 수성여부다.
대선에서 500만표 획득의 저력을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어떻게 평가해주느냐가 당락의 변수가 되고 있다. 이 후보에 대한 유권자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그래도 이인제가 아니냐"는 긍정론과 "큰 일하라고 지지했더니 망신만 시켰다"는 부정론이 그것이었다. 하지만 선거판 막바지에 이르면서 "그래도..."쪽으로 분위기 반전을 감지케 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특히 금산지역에서 강했다.

모 신문사 금산주재기자의 말이다.

"당은 한나라당, 후보는 이인제라는 정서가 있는 건 사실입니다. 열린우리당 양승숙 후보는 최근 당의장의 실언과 잇단 불협화음으로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아직 선거기간이 많이 남아있어 어떤 돌출변수가 나오느냐에 따라 달라질 겁니다. 다만 젊은 사람들은 우리당을 지지하지만 말을 잘 하지 않죠. 유권자가 약 4만에 불과해 논산 쪽 흐름이 중요하죠."

오히려 노년층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
◈승기를 굳혀가고 있다는 양승숙후보.

아마 정동영 의장의 발언이 60대 이상 유권자들을 돌아서게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이 세대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열린우리당 지지자들은 위축되고 있는 듯했다. 마치 탄핵안 가결이후 젊은 층들의 목소리가 정국을 지배했던 것과 흡사했다.

논산은 여전히 접전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유권자 10만의 논산 표심은 사실상 당락을 결정짓는 최대 승부처다.
한나라당 박우석, 열린우리당 양승숙, 자민련 이인제, 민노당 윤창순, 무소속 김현숙 후보가 선거운동 막바지에 열기를 더하면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아무리 객관적으로 열세에 있더라도 '떨어진다'는 말은 개표가 끝나기까지는 하지 않는 게 선거전이다. 기자가 만난 각 진영과 후보 모두 '몰표로 승리', '압승을 거둘 것', '2강으로 압축' 등으로 전의를 불태우고 있었다.

치열한 승부일수록 훈수를 두는 사람이 더 잘 보이게 마련이다. 논산은 도,농 복합지역에다 전라도와 인접해 있다는 지역성이 표의 향방을 가름케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다만 각 당의 분석과 유권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이인제와 양승숙 후보의 접전이 현재의 판세다. 박우석 후보는 최근 자민련 지지세력의 입당에 매우 고무되어 있었고 거기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었다.

유권자 2만의 계룡시는 군인가족이 50%를 차지하고 있어 양 후보가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각 진영에서 이 분석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더구나 양후보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장군이었다는 '최초'의 의미가 유권자들에게 쉽게 다가가게 해주고 있다.
◈"그래도 이인제'라는 바람으로 역전에 성공했다는 이인제 후보.

이번에는 각 후보 진영을 찾아 종반전 전략과 후보들의 입장을 들어보았다.

한나라당 박우석 후보는 마침 자민련에서 입당한 간부들과 회의를 하고 있었다. 박후보는 논산에서만 4번에 걸쳐 출마, 탄탄한 조직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 되고 있다.

"지명도와 지지도는 다릅니다. 논산과 계룡, 금산 등 곳곳을 누비며 농민과 서민들과 함께 호흡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지역정서와 맞는 인물이 이 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으로서 국회에 나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박후보는 이인제 후보의 경선불복과 당적 변경 등을 비난하며 새 인물론을 내세웠으며 재산신고에서 체납 건은 기업을 인수한 측에서 세금을 내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자신은 피해자라고 해명했다.

한나라당 맹 추격, 자민련.열린우리당 선두권 유지

열린우리당 양승숙 후보는 논산시 취암동 쪽에서 사무실을 찾아 다니면서 인사를 하고 있었다. 황산문화센타에 들러 명함을 돌린 뒤 지구당사 쪽으로 가면서 다시 현대증권에 올라가 얼굴을 알렸다.

"노인분들을 많이 찾고 있습니다. 간호장교 출신이라는 점이 노인분들에게 잘 인식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지지율 관계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모르고 열심히 선거운동만 합니다. 반응은 좋습니다. 간호장교 출신이라 정치를 모른다는 말도 있지만 정치는 배워가면서 하는 게 아닌가요."
◈밑바닥 정서와 서민층의 지지로 당선권에 들었다는 윤창순 후보.

양후보가 인근에서 명함으로 얼굴 알리기를 하는 동안 찬조 연설자 김흥규씨(35)는 이인제 후보를 겨냥, "확실한 지지세력이 없다", "큰 인물의 허상에 대한 심판"이라는 말로 비난하고 행정수도 이전의 잇점과 수그러진 노풍(老風)을 얘기했다.

민노당 윤창순 후보는 유권자를 한사람이라도 더 만나는 게 지금의 선거운동 방식이라며 판세는 이인제 후보와 자신과의 2파전이라고 말했다.

"양승숙 후보는 열외죠. 왜냐하면 토론회도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유권자들에게 정책을 알려주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얘기죠. 노동자, 영세상인 중심으로 움직이고 분위기도 좋아지고 있습니다."

윤 후보는 양 후보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많이 쏟았다. '군이 무슨 정치냐', '2파전은 언론에서 장난치는 것'등의 말이 그랬다.

무소속 김현숙 후보는 총선을 즐기는 스타일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었다. 사람을 만나고 역시 명함을 돌리면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었다.

각 후보진영 뜨거운 열기와는 달리 표심은 조용

"여러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한사람을 만나더라도 터 놓고 얘길 할 수 있게 만들고 있습니다. 저의 지지기반은 모든 층입니다. 저를 알고 게시판에 격려의 글을 올려주시는 분들의 따듯한 마음을 느끼고 선거운동을 합니다. 당선 목표보다는 사람과 사람 관계에서 출발하고 싶습니다."
◈사람 만나는 것을 소중하게 여기며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는 김현숙 후보.

그는 현장 선거운동을 통해 사람들이 이렇게 사는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는 말로 유권자의 정서를 읽는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이인제 후보 사무실을 찾았다. 이 후보는 계룡시지역에서 유권자를 만나고 있었고 이 후보 스스로 당분가 기자를 만나지 않겠다는 의사를 보였다고 한정석 비서관이 전해주었다. 한비서관의 말이다.

"여론 조사 응답율이 10% 미만입니다. 무응답 층을 이후보 지지세력이라고 보면 맞습니다. 양후보는 논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인물 비교가 되면서 지지도가 상승하고 있지요. 이후보님은 두 번이나 큰 꿈을 이루도록 밀어주었는 데 못한 것에 대한 지역민들의 실망이 클 것이라며 다시 서겠다는 의지가 있는 만큼 지지를 부탁드리고 있습니다."

논산, 금산, 계룡의 표심은 선거 막바지에 이르도록 오히려 부동층이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최근 급변하는 정치판과 맞물려 유권자들의 선택에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 되고 있다. 누가 되느냐 보다 오히려 이인제 후보의 당락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었다. 모 야당의 조직부장은 의미있는 말을 했다. "그래도..."라는 표심이 되살아나는 징조가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논산 표심이 이인제를 선택하느냐 버리느냐하는 판가름은 이제 나흘밖에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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