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아산-현역없어 피해의식 심해

◈현역 의원이 없는 가운데 치러지는 아산지역은 3파전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무주공산은 누구에게?

충남 아산지역을 들어서면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천안아산고속전철역 부근에 ‘여기는 아산역입니라’라고 세워진 경계 표지판이다.

최종 역사명으로 ‘천안아산(온양온천)역’으로 결정됐지만 지역 주민들은 아직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지금이라도 그렇게라도 해야 한다는 것이 지역민들의 주장이다. 총선 역시 역사명이 최대 쟁점으로 부각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고속철 역사 이름을 빼앗긴 건 현역의원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90%는 될 겁니다. 아마도 이런 아픔을 해소시켜줄 수 있는 인물을 뽑으려고 하겠죠”

22년간 택시를 몰고 있는 최병익씨(54)는 인근 천안에 비해 아산의 발전이 더딘 원인을 현역의원이 없다는데서 찾았다. 이번 선거에서는 일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것이 지역 주민의 열망이라고 말했다.

아산시 인주면 현대자동차에 다니는 남편을 둔 조현진씨(30, 아산시 방축동)는 “남편은 노동자라서 그런지 민노당 생각하는거 같은데 저는 열린우리당 찍을 계획입니다. 사실 어떤 후보가 나오는지도 모르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당 보고 찍을 생각”이라며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바보 자민련’이라고 말할 정도로 자민련에 대한 반감이 심하다”고 말했다.

충남지역구 가운데 당진과 함께 현역 의원이 없는 곳이 아산선구이다. 16대에서 자민련으로 당선됐던 원철희 전 의원이 농협중앙회장 재직시절 업무와 관련해 실형을 선고받아 피선거권이 박탈돼 자리가 비어있다. 무주공산이 됐다.

지역민들은 최근 경부고속철도 천안아산역사의 명칭을 두고 ‘천안에 밀린’ 이유가 국회의원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등 지역발전이 정체된 중요 이유를 여기서 찾고 있다.
◈현역 의원이 없는 아산지역민들은 큰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사진은 아산과 천안 경계의 천안아산역사 부근에 세워진 '아산역' 표시판.

아산 지역은 천안과의 관계에 있어서 원죄와 같은 피해의식을 느끼고 있는 지역이다. 지역민의 입장에서 천안이 고속전철 역을 빼앗아 가고 전철도 아직 천안까지만 이어지는 등 천안지역이 속속 괄목상대할 만한 발전을 거듭하는 것과는 달리 천안지역과의 경계나 일부 국가시설 공단이 들어서는 지역을 제외하면 아산은 아직도 침체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의 원인을 아산지역민들은 국회의원이 없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는 여론이 있다는 것이 정가의 해석이다. 확대해석이라는 지적일 수 있지만 선거에서는 어차피 이와 같은 일들이 붉어져 나올 것이 불 보듯 뻔해 ‘일할 수 있는 후보’ ‘중앙에서도 통하는 후보’의 필요성이 대두될 것이다. 정치 이념보다는 지역발전과 고속철도 역사명 환원과 같은 지역과 밀접한 이슈들이 쟁점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산선거구는 16대 총선에서 자민련의 원철희 의원(25,524표)과 이진구 의원(19,722)의 차이가 5천여표가 났다. 농협 중앙회장을 지낸 원철희 의원이 읍면지역의 표를 대거 흡수해 당선됐다는 분석이었다.

정당의 특색이 그리 크게 보이지 않은 것도 특징이라면 특징이지만 탄핵 정국과 맞물려 상대적으로 열린우리당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전 충남부지사라는 젊은 카드를 앞세운 이명수 후보의 바람이 불 것인가도 관전 포인트다.

지역정가에서는 정당 지지도가 높은 운동권 출신의 열린우리당 30대 복기왕 후보와 충남도 행정부지사를 지낸 젊은 인물을 앞세운 자민련 이명수 후보, 5전 6기에 도전하는 한나라당 이진구 후보의 3파전이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또, 3번째 뱃지에 도전하는 민주당 이원창 후보도 도전하고 있어 뚜렷한 신구대결의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여기에 민노당 김병성 후보도 가세해 현대자동차 생산 공장 등을 중심으로 노동자표를 흡수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한 주재기자는 충청도 특유의 ‘몰라’ 태도를 보이면서도 “여기 사람들은 피해의식이 심해서 이를 해소할 수 있는 후보가 나서 줄지가 선거의 관건”이라며 “중앙정치무대에서 힘을 쓸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아산이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이번 총선을 분석했다.

▲이진구 후보(한나라당)
◈이진구 후보.

이진구 후보 5전 6기의 신화에 도전한다. 지역민들에게 가장 지명도가 높다는 것이 자체 분석이다. 또 30여년간 지역정가를 지켰다는 점에서는 타 후보들과 다른 축적된 정치적 경험과 함께 지역 정가 원로로서 조직력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해석이다. 한편으로는 이제는 한번 밀어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여론을 등에 업고 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화려한 경력은 물 갈이론과 함께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야 하는 것 아니냐는 공격을 받을 것이 예상돼 이 후보에게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탄핵과 관련해 정치권 물갈이가 이번 총선의 주요 이슈로 부각될 것으로 감지되고 있는 가운데 구도심의 외부 도심을 중심으로 한 외부 유입 유권자들의 반 한나라당 정서와 물갈이론까지 대두될 경우 이 후보는 어려움 싸움이 예상된다.

이 후보는 “침체를 거듭하고 있는 아산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지역 정서에 밝고 정치적 경험이 많은 사람이 되어야만 중앙정부의 지원을 충분히 받아낼 수 있을 것”이라며 “일부 큰 소리치는 소수보다는 침묵하는 다수 보수층들의 선택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이원창 후보(민주당)
◈이원창 후보.

이원창 후보는 대선 당시 국민통합21로 옮겼다가 최근 다시 민주당에 복당하며 부활을 선언했다. 3차례 총선에 도전한 인지도를 바탕으로 고정표를 흡수하겠다는 계산이다. 또 도의원을 지낸 경력도 경험을 강조하는데 유리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에 대한 지지도가 10%대에도 못 미친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 총선을 앞두고 복당을 한 점에서는 철새 논쟁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원창 후보는 “이번 17대 총선은 낡은정치를 청산하고 부정부패를 근절하며 지역구도를 타파해야 한다”며 “20만 아산시민과 더불어 지역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으며 특히 고속전철 역사명칭을 아산역으로 되찾는데 온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복기왕 후보(열린우리당)
◈복기왕 후보.

386 운동권 출신의 복기왕 후보는 탄핵정국과 관련해 열린우리당 바람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명지대총학생회장 출신의 복 후보는 경선이라는 예선 행사를 통해 인지도를 다소 높였으며 젊은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통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는 가운데 열린우리당의 정당 지지도를 등에 업을 경우 바람이 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탄핵 역풍이 총선까지 이어질 것인지는 알 수 없는 상황. 또 정치나 행정의 경험이 상대적으로 낮아 경험을 강조한 인물 위주의 선거전이 된다면 쉽지 않은 승부가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투표율이 낮은 청년층의 표를 흡수하더라도 상대적으로 높은 투표율을 보이는 장년층의 표를 빼앗길 경우 힘겨운 상황도 점쳐진다.

복 후보는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상황이며 아산뿐만이 아닌 충청권의 발전을 위해서는 깨끗하고 바른 젊은 정치인이 나서야 한다”며 “자민련 정서도 없이 이번에는 깨끗한 정당을 지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고 40대 이하 유권자가 65%인데 이들의 표를 흡수하면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수 후보(자민련)
◈이명수 후보.

이명수 후보는 전 충남도행정부지사로 충청권 새 기수론을 들고 나왔다. 자민련의 색에 부지사 경력의 행정 경험을 바탕으로 중앙에서도 통하는 젊은 정치인이라는 점을 부각시킬 계획이다. 이 후보의 아산은 천안갑,을 지역과 함께 자민련 서북부 새 인물론으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명수 후보는 충남도 행정부지사를 지낸 경력은 딜레마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젊은 행정가로서 능력은 인정을 받지만 반면 천안아산역사를 천안에 넘겨줬다는 점에서 책임론 공방의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역사명 결정은 충남도가 아닌 현 정부가 주체라는 점을 강조해 위기를 넘어갈 계획이지만 이런 전략이 먹혀들지는 미지수다.

이 후보는 “현역 국회의원이 없기 때문에 힘 있고 깨끗한 또 중앙에 나가도 통할 수 있는 젊은 정치인을 원하고 있다”며 “정치물에 너무 오래 담그지도 않고 행정경험도 풍부하다는 점을 강조하면 유권자들이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 김병성 후보(민노당)
◈김병성 후보.

농민회 회장 등을 역임하며 오랫동안 농민 운동을 벌여온 민주노동당의 김병성 후보는 진보 정당의 기치를 내걸고 노동자와 농민을 대변하는 정치인을 표방하고 나섰다. 지역에서 농민 운동을 오랫동안 펼쳐왔으며 현대 자동차 등 8천여명의 지역 노동자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민노당에 대한 지역민들의 인지도 및 지지도가 낮아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총선에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가 도입돼 민노당의 지지도를 끌어 올리는 것도 김 후보의 역할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병성 후보는 “농민 국회의원이나 노동자 국회의원이 단 한명도 없는 조건에서는, 우리가 권력을 쥐고 있지 않는 조건에서는 우린 언제까지나 피해자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달았다”며 “농민과 노동자, 양심적 중소상공인 등 서민이 정치의 주인이 되지 않고서는 우리의 정당한 권리를 찾을 수 없다. 노동자, 농민이 주인이 되는 세상을 만드는데 초석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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