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용보다 좌절한 안중근이 되겠다″

독자적인 행보로 지역정가는 물론 중앙정가에서도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한나라당 김원웅(58·대전 대덕)의원이 당분간 한나라당에 잔류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15일 오후 6시 30분부터 대덕구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린 ′김원웅 후원의 밤′행사에서 김의원은 한나라당이 건전한 견제세력의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그동안 나돌았던 탈당설을 일축했다.

김원웅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지역주의를 등에 업고 남을 미워하는 증오심을 키워 그런 힘을 바탕으로 정권을 잡으려는 건 범죄행위″라며 ″그런 범죄행위의 공범자가 되길 거부한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그는 ″현재 한나라당이 건전한 견제세력으로서의 정당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한나라당을 건강한 세력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그동안 정가에 떠돌던 한나라당 탈당설을 부정했다.

김 의원은 그 동안 한나라당 행사에 불참 이유에 대해서는 ″권력을 쫓는 기회주의자와 변절자의 잔치에 들러리를 서지 않기 위해 참석을 거부했다. 지역주의에 편승해 4-5선하는 국회의원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앞으로도 지역주의를 기반으로 한 기득권 세력과는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며 ″출세한 이완용보다 좌절한 안중근이 되겠다″고 말해 참석자들로부터 많은 박수를 받았다.

또 김의원은 ″그동안 정치생활을 하면서 3김이나 이회창으로부터 신세진 것이 없다. 신세진 사람들이 있다면 나를 뽑아준 국민″이라며 ″당파와 총재의 이익을 위해 일하지 않고 국민을 위해 일해 신세를 갚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기회주의자와 변절자들이 현재 당 지도부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한나라당이 어디로 가는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겠다″고 말해 당분간 한나라당에 잔류할 뜻을 시사했다.

한나라당 의원보다 민주당 의원 더 많이 참석

이날 '김원웅 후원의 밤' 행사는 그동안 관행처럼 서울지역에서 열렸던 국회의원 후원의 밤 행사를 처음으로 지역에서 시도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만했다.

또, 행사 참석자들도 기업인이나 정치인들이 아닌 독립유공자, 민간학살 피해자, 노동운동가, 시민단체 대표와 지역주민들이 행사장을 찾아 다른 국회의원들의 후원의 밤 행사와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에서는 천정배, 이재정, 김태홍 의원 3명이 행사에 참석해 자리를 빛내주었으나 김 의원이 속해있는 한나라당에서는 서상섭 의원만이 참석해 김원웅의원과 한나라당과의 불편한 관계를 짐작케 했다.

민주당 이재정 의원은 축사를 통해 ″한나라당이 희망이 있다면 이회창이 있어 희망이 있는 것이 아니라 김원웅의원이 있어 희망이 있다″며 ″김 의원처럼 훌륭한 사람과 같은 당에서 뜻을 모을 수 있었으면 하는 꿈을 꾼다″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한나라당 서상섭 의원은 ″민주당에서 세분의 의원이 김 의원을 모셔가려고 이 행사에 참석한 것 같다. 나마저 안 왔으면 큰일날 뻔했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서 의원은 계속해서 ″민주당과 한나라당 할 것 없이 지역주의와 한국적 편가르기로는 21세기를 이끌어 나가지 못한다″며 ″김 의원을 비롯해 정개모(정치개혁을 위한 의원모임) 의원들은 앞으로 일어날 엄청난 정치권의 지각 변동이 일어날 때를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축사에 나선 민주당 천정배 의원은 ″이나라의 정치발전을 위해서는 지역주의를 타파해야 한다″며 ″유권자들은 당을 가리지 말고 국민을 위해 자기 몸을 던질 수 있는 그런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며 지역주의 타파를 강조했다.

그동안 후원 행사 때마다 서로가 한번도 빠지지 않고 찬조 연설을 했던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불참이유에 대해서는 서로 오해받을 만한 행동을 삼가 했으면 하는 마음이 통한 것 같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이날 행사에는 김좌진 장군의 손녀 김을동씨와 한국연극협회 이사장 최종원씨 등이 참석해 참석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한편 이날 행사에도 한나라당 대전시지부관계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으며 중앙당에서도 화환을 보내지 않아 김 의원과 한나라당이 불편한 관계에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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