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역 경선서 몰표…선두 나서
 이인제 대세론-노무현 대안론 열기 고조



민주당 대선 후보자 경선에서 처음으로 이인제 후보가 노무현 후보를 제치고 선두에 올라섰다.

17일 오전 10시부터 대전 무역전시관에서 열린 4번째 지역별 경선에서 이인제 후보는 총 유효투표수 1천325표 가운데 894표를 받아 67.5%라는 압도적 표를 획득, 219표로 득표율 16.5%를 얻는데 그친 노무현 후보를 밀어내고 선두에 나섰다.

김중권 후보는 81표(6.1%)를 얻어 3위를 차지했고 한화갑 후보는 77표(5.8%), 정동영 후보는 54표(4.1%)를 획득해 뒤를 이었다.

이날 대전지역에서 몰표를 얻은 이인제 후보는 종합득표에서 1천779명의 지지를 얻어 득표율 39.4%를 기록하며 경선 시작 후 처음으로 1위에 올라섰고, 노무현 후보는 542표 적은 1천237명(27.4%)을 확보했다.



한화갑 후보는 648명으로 득표율 14.4%, 김중권 후보는 565명에 득표율 12.5%, 정동영 후보 는 273명의 지지를 얻어 득표율 6.4%를 기록했다.

이로써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은 이인제 대세론과 노무현 대안론이 점차 열기를 더해갈 전망이다.

이번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 대전지역 선거인단은 총 1,876명이며 이중 국민선거인단이 965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선거인단 모집에는 총 46,422명이 몰려 약 50:1의 경쟁률을 보임에 따라 대전시민들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높은 참여가 예상됐으나 선거인단 1천876명 가운데 71.2%인 1천336명만이 참여, 그동안 치러진 4개 지역 가운데 울산의 71.4% 보다도 낮은 최저 투표율을 기록했다.

각 후보 연설 통해 선거인단 지지 호소

오전 10시부터 진행된 대전 경선은 행사시작 1시간 전부터 각 후보 진영의 운동원들이 대전무역전시관 진입로부터 행사장입구로 향하는 길에 양쪽으로 도열해 지지를 호소해 눈길을 끌었다.

각 후보진영의 운동원들은 목이 터져라 소리를 높여 지지를 호소했으며 특히 이인제 후보 운동원들은 "이인제 대통령"이라는 구호를 연호, 타 후보진영의 운동원들로부터 항의를 받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오전 9시 40분을 넘어서면서 속속 도착한 후보들은 행사장 입구에서 선거인단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마지막 한표라도 얻으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오전 10시 15분부터 진행된 후보연설은 이미 각 후보진영의 참관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추첨이 이루어져 정동영, 노무현, 이인제, 김중권, 한화갑 후보 순으로 진행됐다.

민주당 경선대책위원회는 후보자 연설시간을 기존 15분 진행되던 방식에서 선거인단이 지루함을 느낀다고 판단 16일 광주 지역 경선 때부터 3분을 줄여 12분으로 단축했다. 또, 각 후보간의 공평을 기하기 위해 연설 시간 10분이 경과하면 예비차임벨이 울리고 12분을 초과하면 차임벨과 함께 마이크를 끈다는 멘트와 함께 후보자 연설을 시작했다.

첫번째 연사로 나선 정동영 후보는 "경선을 통해 덕을 보고 있는 후보가 있는 반면 손해를 보는 후보도 있다"며 "본인은 아직 덕을 보지 못했지만 국민 경선을 이끌어냈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정 후보는 "현재의 한국정치로 만족하면 정동영을 지지하지 않아도 좋다"며 "만약 바꿔야 한다면 젊은 정동영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비누는 자신의 몸을 더럽혀 깨끗한 세상을 만든다"며 "민주당의 촛불이 되어 새로운 사회건설을 이룩하겠다"며 연설을 마무리지었다.

정동영 후보는 연설 마지막 부분에 가서는 목이 쉬어 제대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운동원들을 안타깝게 했다.

두번째로 노무현 후보가 연단에 올라서자 16일 광주지역 경선의 흥분이 가시지 않은 듯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모임에서는 노무현을 연호 했다.

노 후보는 "대전사람들이 고향사람 표 더 주고 싶어하는 마음을 이해한다"며 "이인제 후보에게 표를 주더라도 감나무에 까치밥을 남겨 놓듯이 노무현에게도 까치밥을 남겨달라"고 말했다.
그는 계속해 "민주당 간판을 가지고 부산에서도 35%이상의 지지를 받았다"며 "인심 좋은 대전분들은 이것 보다 많은 37-38%의 까치밥을 남겨달라"고 말해 선거인단의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또, 노무현 후보는 "어제 광주의 선택을 깊이 생각해 달라"며 "광주는 이미 지역주의를 타파했다"며 지역주의에 연연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노 후보는 연설 도중 남은 시간을 알려주는 예비차임벨을 듣지 못해 연설 도중 마이크가 꺼져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연설을 마감했다.

노 후보에 이어 연설에 나선 이인제 후보는 "지역 경선 3번을 거치는 동안 무척 고전하고 있다"며 "힘내라고 박수 좀 쳐달라"고 주문하며 연설을 시작했다.

이 후보는 "노무현 후보가 단 한번의 여론조사에서 앞선 것을 가지고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며 "그동안 수백번의 여론조사에서 검증된 이인제에게 힘을 모아달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입법 행정 사법을 두루 경험했고, 지난 대선에서도 영남에서 25%의 지지를 이끌어냈다"며 " 저를 선택하신다면 영광의 승리를 당과 고향에 바치겠습니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그는 "노동부장관, 경기도지사 시절 자리에 앉아서 일한 적이 없다"며 "개혁을 실천하고 고용보험제도를 완성시켜 IMF이후 600만 실업자를 구제했다"며 자신의 치적을 내세웠다.

이 인제 후보의 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일부 참석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조직적으로 이인제를 연호 민주당 선관위로부터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네번째 연단에 오른 김중권 후보는 "대전은 한반도의 중심이며 심장"이라며 "심장이 살아 움직여야 맥박이 뛴다"고 대전지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국회의원, 도지사 했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며 "나라의 위기 대처 능력을 경험을 통해 얻은 김중권이 대통령에 제격"이라며 다른 후보들과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마지막 연설에 나선 한화갑 후보는 "고향사람을 제쳐놓고 영남 노무현, 충청 이인제 후보에게 지역감정을 뛰어넘는 선택을 한 광주시민에게 박수를 보내자"는 서두를 꺼냈다.

한 후보는 "어제 대전에 도착해 잠을 자는데 계룡산이 말해주었다"며 "광주의 교훈을 살리면 성공할 것이고, 광주의 교훈을 살리지 성장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광주의 교훈을 세 가지로 요약하며 "첫째, 지역감정을 해소할 것과 둘째, 부정부패와 차별이 없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며 셋째, 국민화합을 이루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행사장 주변 볼거리 다양

오전 11시 50분경 모든 후보자가 연설을 마치고 이어 곧바로 전자투표에 들어갔다.
민주당은 선거인단을 위해 도시락을 준비해 투표를 마친 참가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했다.

아버지와 함께 국민선거인단의 자격으로 투표에 참여한 김용철군(22·대전 서구 정림동)은 "아버지의 권유로 이번 국민선거인단에 응모했는데 운 좋게 참여하게 됐다"며 "이번 행사 참여를 계기로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소감을 밝혔다.

김 군의 아버지 김대성씨(45·자영업)는 "아직 선거를 한번도 해보지 못한 아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 참여했다"며 "민주주의의 참뜻을 이해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행사장 밖에서는 이인제 후보를 지지하는 운동원들과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는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하 노사모)의 신경전도 사람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했다.

이인제 후보 지지자들은 행사장 입구를 점령하고 오가는 사람들에게 '기호 5번 이인제'를 부르짖었고 노무현 후보의 팬클럽인 노사모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50여명의 회원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노래를 부르며 일반인들의 참여를 유도하기도 했다.

두 후보의 경쟁은 이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이인제 후보 운동원으로 태조 왕건에 출현했던 박술희 장군역의 김학철씨와 견훤역의 서인석씨가 아침부터 행사장 곳곳을 누비며 이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노무현 후보의 운동원으로는 영화배우 명계남씨와 문성근씨가 노사모와 어울려 노 후보의 선전을 기원했다.

민주당 경선 취재열기 뜨거워

17일 열린 대전지역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은 전날 광주 경선에서 허물어졌던 지역주의 투표성향이 대전지역도 나타날지에 대한 관심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취재열기 또한 뜨거웠다.

행사장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는 오전 9시30분을 넘기면서 100석 가량 마련된 자리에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은 기자들이 몰렸다. 각 언론사별로 적게는 2명에서 많게는 10여명의 취재진이 파견되어 현장모습을 담기에 여념이 없었다. 또, 사진기자들은 좋은 그림을 담기 위해 치열한 자리싸움을 벌이는 등 경선 열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좁은 장소에 기자들이 많이 몰리자 적잖은 소동도 있었다.
충청지역에 본사를 둔 일부 신문사들의 자리가 마련되지 않아 담당자와 실랑이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전지역 모 신문사 기자는 "아무리 중앙에서 준비한 행사라고는 하지만 대전지역에 본사를 두고 있는 언론사 자리도 마련하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좋지 않은 감정을 비치기도 했다.

투표마감 시간인 오후 1시40분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도 투표율이 높지 않자 대전지역 당직자들과 이인제 후보측의 운동원들이 상당히 초조해 했다.

한 당직자는 "대전 지역에서 오후 3시까지 투표가 가능하다고 홍보한 것으로 안다. 투표율 저조가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 모르겠다"며 낮은 투표율이 각 후보에 미치는 영향을 계산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민주당 대통령후보자 경선대책위원회는 투표시간을 5분 더 연장해 오후 1시 45분에 투표를 마감했다.

이-노 후보간 희비교차

오후 1시 57분 민주당 대통령후보자 경선대책위원회 김영배 위원장이 개표결과를 발표하자 이인제 후보측과 노무현 후보측간의 희비가 교차됐다.

이 인제 후보가 압도적인 표 차이로 노무현 후보를 앞서자 이 후보 지지자들이 '이인제'를 연호하며 승리를 자축했다.
이인제 후보는 몰려드는 취재진과 운동원들에게 둘러싸여 승리를 만끽했으며 행사를 마치고 기자실에 들러 기자들과의 인터뷰를 자청하고 일일이 취재기자들과 악수를 나누는 등 승자의 여유를 즐겼다.

하지만 노무현 후보는 별도의 기자회견 없이 바로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노 후보는 언론특보를 통해 "이인제 후보의 텃밭에서 16.5%의 지지도로 만족한다"며 "전국적인 여론은 광주 표심이 말해줬다. 수도권을 비롯 남아있는 지역에서 승리를 자신한다"고 전했다.

정동영 후보도 개표직후 기자실을 찾아 "이번 경선을 통해 득을 보고 있지 못하지만 국민경선을 이끌어낸 것에 대해 만족한다"며 "원칙을 지키는 깨끗한 후보로 남겠다"고 말했다.

한편 선거사상 처음으로 시도된 전자투표가 예상보다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자투표는 모니터에 각 후보자들의 얼굴을 확인하고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얼굴을 손가락만으로 선택하는 터치스크린 방식이다.

또, 전자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컴퓨터에서는 조작방법과 투표진행순서를 자동응답서비스로 설명해주고 있어 컴퓨터와 친숙하지 못한 노인들도 쉽게 투표를 할 수 있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민주당 선관위 관계자는 "전자투표는 투·개표 진행도 컴퓨터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신속할 뿐 아니라 오차나 조작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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