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청 김진기씨, 제5회 대청호 울트라대회 우승

김진기씨.
한 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대전시청에 근무하는 한 사무관이 보낸 내용은 울트라 마라톤 이야기였다. 그냥 마라톤도 아니고, 울트라맨? 제목도 호기심을 불렀다. “100㎞를 뛴 울트라 러너의 눈물.”

대전시청 공무원인 주인공 김진기씨(49)를 만났다. 예산담당관실에 근무하는 김씨는 ‘열심히 일하고 있는 직원들한테 미안해’ 사무실을 나와 9층 로비에서 만나자고 했다. 마라톤 뛰는 구릿빛 얼굴이 아니었다. “밤에만 뛰기 때문에 이렇습니다.”

“지금 이순간 달리는 이유는 부모님 때문”

100㎞를 뛰면서 왜 울컥했을까. 김씨는 어머니를 생각했었다. 대회에 참가한 뒤 자신이 쓴 후기에 ‘그리운 어머니, 보고픈 엄마’라는 표현이 있었다. 한 네 시간 쯤 달렸을 때, “38년 전 45세의 짧은 생을 마감했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오른다”고 적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달리고 있는 이유가 부모님 때문”이라고 썼다.

김씨의 아버지는 7남매의 막내인 자신을 낳은 뒤 32세의 나이로 생을 마쳤다. 어머니는 시부모와 7남매의 자식을 데리고 고생하다 김씨가 초등학교 졸업할 즈음 ‘김씨의 손'을 놓았다.

“아버지는 기억 없고, 어머니는 희미하게만...”

어머니에 대해서는 “긴 머리를 뒤로 땋아 비녀를 꼽고 하얀 저고리에 검은 광목을 입은 어머니의 모습이 희미하게 떠오른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김씨는 또 어릴 때 어머니 등에 업혀 병원을 다니던 기억이 많이 남아 있다. 초등학교 입학 전에는 다리에 힘이 없어 넘어지고, 깨지고...그래서 왼쪽 다리에는 그 상처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아버지는 희미한 기억조차 남아있지 않다.

김씨는 아버지가 고혈압 때문에 일찍 돌아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김씨 자신도 고혈압 때문에 군대에 가지 못했다. 김씨는 “당신들의 몫까지 건강하게 살게 하기 위해 이렇게 달림이로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100km울트라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뒤 소감을 이야기 하고 있다. 이 때가 새벽 3시. 주변은 칠흑같이 어둡다.  
김씨는 달리기를 하면서 고혈압이 사라졌다고 했다. 공직에 들어와 2년마다 실시한 건강검진에서 초기에는 2차 검진 대상에서 빠진 적이 없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것이 마라톤을 시작하면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해마다 포함 된 2차검진 대상 마라톤 뒤에 빠져

마라톤은 2002년부터 시작했다. 2001년 시민마라톤대회에 처음 출전해 완주를 한 뒤에 ‘제대로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직장 동료 장권옥씨(지금도 같이 근무하고 있다)의 도움으로 박원근마라톤교실에 들어갔다. 그리고 곧바로 동아마라톤 대회에 출전해 3시간04분으로 완주를 했다. 동호회 회원 600명중에 2등이었다.

4대 메이저 대회 모두 참가...최고 기록 2시간 41분12초

그 뒤로 마라톤 전국대회에 30회 쯤 출전했다. 마라톤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서울 국제동아마라톤과 춘천 조선일보 마라톤, 서울 중앙일보 마라톤, 전주-군산 마라톤이 4대 메이저 대회로 통한다. 김씨는 이들 대회에 모두 참가해 봤다. 청주에서 열리는 전국대회에서 한차례 우승도 했다. 최고 기록은 2시간 41분12초. 아마추어들이 3시간 만에 들어오면 꿈의 기록이라는 것을 훨씬 넘어선 셈이다. 그리고 1분만 더 당기면 꿈의 마하 2.3(2시간30분대)에 등극하게 되지만, 얻는 것 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고 생각을 해 목표를 바꿔다. 그것이 울트라였다.

1위로 골인한 김진기씨. 뒤편으로 8시 52분이란 기록이 보인다.
김씨는 지난 한 해 동안에는 뛰지는 못했다. 고3인 큰아들에게 투자를 했다. 등. 하교를 해 주던 그 아이가 수시에 합격하면서 김씨는 다시 뛰는 것을 생각했다. 이번에는 도전 목표가 2년 전부터 가져오던 울트라대회가 됐다.

복수교~만년교 천변 31㎞ 왕복 달리기 연습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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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까지 늘어난 체중을 줄이고 몸을 만들기 시작했다. 중구 버드내아파트에 사는 김씨는 시청까지 출근을 뛰어서 한다. 총 거리는 6.5㎞. 7시10분쯤에 출발하면 35분쯤 걸린다. 그리고 퇴근길에도 다시 뛰어서 간다. 보통 오후 10시에 퇴근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뛰기는 더 좋다”고 말했다.

김씨는 최적의 몸무게인 70㎏을 만들기 위해 올 3월 서울동아대회에도 출전을 했다. 그리고 단거리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유등천 복수교와 만년교를 잇는 천변길 31㎞ 거리를 두 번씩 왕복 뛰었다. 주말에는 밤에 보문산 뒷길 38㎞를 뛰었다. 울트라대회에 대비해 산사모(산을 사랑하는 사람들)모임에도 들어가 등반을 해 왔다.

지난 14일 오후 6시에 출발한 제5회 대청호 100km 대회에서 김씨는 다음날 새벽 2시51분18초에 골인 지점에 들어왔다. 8시간 51분18초. 마침내 도전에 성공한 것이다. 그리고 희미한 기억으로 남은 어머니가 생각 난 것이다.

손 전화 017-410-3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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