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대전홈리스지원센터 권술용 소장

대전홈리스지원센터 권술용 소장은 "노숙인들도 그들만의 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성하게 자란 흰 머릿칼과 아무렇게나 뒤엉켜버린 흰 수염들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 바쁘게 문을 박차고 들어서는 그를 단번에 알아 챌 수 있었다. 평화의 마을 대전홈리스지원센터 권술용 소장.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미 대전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유명인 돼버렸다.

‘늙은 전사는 지금껏 이런 방법으로 살아왔지요. 칼날 위에 춤추며…’ 우연히 보게 된 권 소장이 쓴 글기를 떠올리며 다짜고짜 물었다. 늙은 전사와 그리고 칼날 위에 춤추며는 무얼 의미하느냐고.

“사회복지의 늙은 전사(본인)를 말합니다. 우리까페 이름이 ‘늙은 전사의 노래 권총 이야기’ 이기도 하고요.” 또한, ‘칼날위의 춤’은 늘 불안정하게 사는 자신의 삶, 즉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저질러 놓고 뒤에 수습하는 본인의 삶을 말한단다. ‘권총’에 관한 운명적인 에프소드도 덧붙였다.

“가양동 평화의 마을에서 일할 때 그러니까 당시는 총무였어요. 권 총무를 줄여 권총이라고 불렸죠. 또 한번은 아이들 방 쓰레기통을 뒤지다가 일기를 발견했는데, 우연히 펼친 장에 ‘권총이 있다. 빵! 빵! 빵!’ 이란 문장이 운명처럼 한 눈에 들어왔습니다.”

대전홈리스지원센터는 한마디로 말하면 노숙자들의 울타리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다. 지난 IMF 이후 노숙자가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정부에서는 전국 4대 도시에 거리 노숙인을 위한 지원센터를 세웠다. 그 중 한 곳이 바로 대전홈리스지원센터.

후에 거리 노숙인들의 피난처이자 비빌 언덕이 되어 노숙자들을 위한 24시간 현장 수호활동과 편의시설 제공, 상담, 취업알선, 자활사업단 운영, 재활치료 프로그램 등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늘 권 소장이 있었다. 현재 홈리스지원센터는 권 소장을 비롯 4명의 상근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활동한다.

특히, 월요문화마당은 각종 노래공연과 영화보기, 요가치료, 강좌 등 노숙자들을 위한 문화 활동을 지원한다. 권 소장은 “남들은 우습게 여길지 모르지만 노숙인들도 그들만의 문화가 필요하다”며 딱 부러지게 이야기 했다.
처음부터 낯이 익다고 생각했었다. 백발이 성한 그의 모습은 몰라몰 만큼 너무 변해 있었다. 언젠가 우리쌀 지키기 100인 걷기 대회에 참여했던 그를 뒤늦게야 떠올렸다.

또, 옥천에 있는 밤나무농장을 빌려 매주 화요일 마다 가꾸기도 하고, 노숙인들 중 일을 다니지 못하는 ‘미약 근로자를 위한 공예교육(공동작업장)과 청소사업’도 실시하고 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노숙인들은 7~8명. 많을 때는 20명까지 된다. 하지만 강압이 아니기 때문에 참여율이 저조할 수 밖에 없다.

“시민들은 일반적으로 노숙자들을 부담스럽게 생각하죠. 마치 옛날 한샘병 환자 피하듯 말입니다.” 권 소장의 얼굴에 안타까운 기색이 역력했다. ‘노숙자들은 게으른 사람이다. 노숙자들은 모두 위험하고 알콜중독자이다. 정신질환자이다.’ 등 노숙자들에 대한 시민들의 편견도 심하다.

하지만 권 소장은 “우리도 누구나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며 “사회적으로 밑바닦에 있는 노숙자들고 싸안고 가야하지 않겠느냐”고 호소했다.

노숙인들 중에는 자활지원사업을 통해 사회로 나가는 사람도 있다. 비록 그 수는 미약하지만 열심히 일하고 사회생활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이들을 볼 때 뿌듯하단다. 하지만 여전히 대전역 앞에 있는 노숙인들을 보며 “손 안에 들어오지 않으면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 고 하소연했다.

한편, 대전시 은행동에 위치한 대전홈리스지원센터는 현재 위기 아닌 위기에 처해있다. 지원센터가 있는 건물이 경매에 넘어간 것. 다행히도 멀지않은 곳에 위치한 독립건물을 빌리게 됐지만 건물 보증금과 내부시설비 등 비용이 만만치 않다. 사회적 기금을 조성하고 ‘하루 까페’를 여는 등 조심스럽게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턱 없이 부족하다.

“일단 홈리스지원센터의 안정적인 건물을 확보해야 하고 그런 다음 노숙자 문화 마당을 확장해서 대전역에서 계절별로 나그네를 위한 문화마당을 세우고 싶습니다.” 1시간의 인터뷰가 아쉬워 삶의 신조를 묻는 마지막 질문에 “힘들고 외로워도 모험을 걸지 않고는 무엇이 되겠느냐?”며 채는하듯 되 물었다.

사업을 두 번이나 실패하고 한 때는 자신도 잠깐 노숙자가 돼 본 경험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뒷골목을 바라볼 수 밖에 없다고…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 온 늙은 전사는 오늘도 쉴 틈없이 앞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권술용 소장 핸드폰 : 011-452-4982
늙은 전사의 노래 권총이야기(다음 까페): http://cafe.daum.net/kwon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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