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게리 와가맨 "사상의학 배우러 한국 또 왔어요"

파란눈을 가진 한의사 게리 와가맨씨(Gary Wagman・32). 그는 영어강사를 하러 한국에 왔다가 자신의 인생에 큰 전환점을 맞았다. 지금은 미국 오르건주의 한 시골마을에서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다.

하늘에 구멍이 뻥 뚫린 듯 굵은 빗줄기가 끊임없이 쏟아진다. 이리저리 빗줄기를 뚫고 그를 만나러 가는 길은 꽤나 험난했다. 파란눈의 한의사라 하니 기대감이 크다. 내동에 있는 국제한의원에 도착, 1시간여나 기다린끝에 겨우 그를 만날 수 있었다.

게리 와가맨(Gary Wagman・32)씨. 그는 오리건주의 한 시골마을에 개인병원을 운영하는 엄연한 한의사다. 와가맨씨가 한국에 온 것은 98년도. 처음에는 영어강사로 서울 종로에 있는 모 외국어학원에서 3년정도 학생들을 가르쳤다. 지금의 부인을 만난것도 바로 학원에서다.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님과 제자사이에서 운명같은 사랑을 느끼며 부부의 인연으로 발전한 것.

15일에 미국으로 돌아가는 게리는 ‘사상의학’과 관련된 서적을 사느라 꽤나 바뻤던 모양이다. 책을 산 후, 국제한의원까지 오는 버스를 타느라 진땀을 뺐다며 난리다. 조그만 체형에 서글서글한 인상, 환한 미소로 반겨주니 ‘과연 저 사람이 한의사 맞나’ 싶을 정도다. 한국에 있었던 오랜기간과 한국인 부인까지 두었으니 믿기지 않을만큼 한국말도 곧잘한다.

“많이 아팠던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한방병원을 찾았는데 그때 침맞고 기절까지 했었다니까요(웃음) 너무 무서워서 눈 앞이 시커메지더니 그냥 기절한거거죠”

기다란 침을 맞고 기절까지 한 와가맨씨지만 그 후에 아픈것이 씻은 듯 낫자 한의학에 대해서 궁금증이 생겼단다. 그러면서 또 다시 병원에 찾아가 경희대 레지던트에게 양과 음의 조화 등을 배우며 한의학의 매력에 푹 빠져 버렸다.

그 때, 와가맨씨는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아무리 침을 맞고 기절해도 ‘이것이 내일이다. 내 사명이다’ 라고 느꼈다며 그 당시를 회상한다.
사상의학을 배우러 또 다시 한국을 찾은 와가맨씨는 둔산한방병원 유호룡 교수님과 국제한의원 노경문 원장에게 3달간 많은 것을 배웠다. 미국으로 돌아간 그는 앞으로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다해 환자에게 도움을 주는 의사가 되겠노라고 덧붙였다.

곧바로 미국으로 건너간 와가맨씨는 캘리포니아에 있는 한의과전문대학인 미국황제대학(Emperor's College of Traditional Oriental Medicine)에 입학한다. 4년의 과정과 2년의 인턴생활을 거치고 2002년도에 바로 병원을 개업했다. 병원을 개업한 곳은 인구 650여명이 다인 아주 조그만 시골이다. 하지만 자신은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곳을 선택했을 뿐이라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을 한다. 병원에는 와가맨씨와 간호사 노릇을 하는 그의 와이프뿐이다.

“병원이 한 곳이다 보니 마을사람들 모두가 찾아와요. 650명을 거의 다 치료해봤고요. 흔하게 걸리는 감기부터 암까지 다양한 병명을 가진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어서 더욱 좋아요”

한의학을 접한 미국인들의 반응을 묻자 처음에 침을 무서워하던 사람들도 나중에는 좋아한단다. 두 번째 오는 환자들은 아예 침을 통해 기의 흐름을 느낄 수 있게 해달라며 요구할 정도다.

그렇게 마을의 유명인이 된 와가맨씨가 다시 한국에 온 것은 ‘사상의학’을 좀 더 배우기 위해서다. 올해 6월에 와서 거의 석달간 대전둔산한방병원과 국제한의원을 오가며 쉴새없이 사상의학을 파고 들었다.

“둔산한방병원 유호룡선생님과 국제한의원 노경문 원장님께 정말 고마워요. 두분 다 저를 가르치는 마음이 너무 따뜻하고 또 아낌없이 모두 다 알려주셨어요.”

사상의학을 배우면서 기술보다는 환자를 대하는 마음을 많이 배웠다고 한다. 한의학의 매력이 뭐냐고 묻자 주저없이 말한다.

“우리몸은 작은 우주와 같아요. 사람의 몸 속에 기가 원활하게 흐르면 모든 병을 이겨낼 수 있습니다. 한의학은 그런면에서 단지 사람의 병을 치료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인생의 모든면에 도움을 줘요. 왜냐하면 한의학에는 ‘인간의 몸과 마음은 하나’ 라는 이치가 담겨있거든요. 결국, 사람의 몸속에 기가 잘 흐르게 되면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습니다.”

자신을 찾아오는 환자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치료하며 그들의 인생에 도움을 준다라고 생각하는 와가맨씨. 그래서 직접 약탕기에 한약을 다려주는 수고로움도 마다하지 않는다. 자신의 마음과 몸을 통해서 언제까지나 환자들의 인생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단다.

어렸을 때부터 동양에 관심이 많아 일본유학을 다녀오고 동양문학을 전공한 그는 싱가폴, 태국, 중국 등 아시아 곳곳을 돌아다닌 여행마니아 이기도 하다. 백두산을 올라 천지연을 봤다며 한창 자랑을 늘어놓더니 우리나라에서는 계룡산과 지리산이 좋다며 덧붙인다. 한의사가 되지 않았다면 아마 심마니가 됐을거라고 말해 한참을 웃었다.

“나무로 비유한다면 일본인들은 나무껍질, 한국인들은 나무뿌리와 같아요. 한국인들은 ‘모든사람들한테 친절해야 한다’ 라고 생각하는 것보다 정이 들어서 그 사람과 마음을 통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죠. 하지만 일본인은 내가 최선을 다해서 상대방에게 친절하게 보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닭갈비와 깻잎을 좋아하는 게리 와가맨씨.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요즘에는 매운거 없으면 아예 안먹는다고 한다. 한 시간 내내 유쾌한 웃음을 준 그와의 만남이 짧게 느껴졌다. 미국에 돌아가서도 부디 지금의 마음처럼 좋은 의사가 되길 바란다는 당부를 잊지않았다. 밖에는 아직도 기분좋은 빗줄기가 내리고 있었다.

게리 와가맨씨 E-Mail : healingtouch22@hotmail.com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