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마니 김창식씨, 산삼 캐는 것도 과학...누구나 캘수 있다

“평생 한번 볼까 말까한 산삼을 나도 캘 수 있다고?”

이런 얘기를 들으면 “에이~ 설마” “거짓말이야” 반응이 먼저 나올 듯 싶다.
‘산삼=신비의 약초’라는 인식이 있어 왔다. 심산유곡에 숨어 있는 산삼은 조상의 점지를 받는 대길몽이 있을 때만 사람에게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 산삼을 캐기는 로또 맞추기랑 비슷한 거였고 그래서 ‘부르는게 값’이었다.
◈과학적 산삼 채취를 주장하는 김창익씨가 사흘전 캔 산삼을 들고 있는 모습과 10년이 넘은 산삼.

과학적 심마니 김창식씨(56. 대전시 중구 중촌동)가 이런 산삼에 대한 인식의 일대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누구나 심마니가 될 수 있고 산삼의 생육 조건을 파악하고 있으면 누구나 산삼을 캘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4일 오전 서구 탄방동 모 한의원에서는 조용한 가운데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다. 김씨가 그의 동료들과 함께 1일과 2일사이 소백산 줄기에서 캐낸 산삼 13뿌리를 공개했기 때문이다.

사흘이나 지났지만 조심스럽게 보관한 삼산 십 여 뿌리가 줄기와 잎의 연녹색을 싱싱하게 유지한채 신비로운 모습을 드러냈다. 잔 뿌리 끝에 물주머니를 갖고 있어 산삼 중에서도 귀하다고 소문이 난 ‘옥수’를 비롯해 2-30년생 산삼들이었다.

김씨가 산삼을 구했다는 소식을 듣고 서울에서 한걸음에 달려온 모씨(78, 익명 요구)와 한의원을 찾았다가 우연히 이 모습을 본 환자, 한의원 관계자들의 관심을 한꺼번에 끌기 충분했다. 여기저기서 낮은 환호성이 터졌다.

평생 볼까 말까한 산삼의 가격은 과역 얼마일까? 상식 밖이었다. 100g 당 1200만원. 이날 공개한 것 가운데 8뿌리의 무게가 100g 이었다. 산삼은 ‘부르는게 값’이 아닌 것은 확실했다.

“산삼 한 뿌리에 5천만원 1억원이 호가한다고 하는데 솔직히 거품이 반 이상입니다. 신비함을 빌미로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거죠. 꿈 자리가 좋다는 이유로 산삼을 캘 수 있다는건 모두 산심을 신비화하기 위한 겁니다. 산삼이 생육하기 좋은 조건이면 누구든지 산삼을 캘 수 있습니다”

과학적인 산삼 캐기가 가능하다는 김창식씨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가 캔 산삼의 양은 얼마나 될까. 10여년 동안 수 천 뿌리를 캤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얼마든지 비싸게 팔 수 있지만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산삼을 캐는데 필요한 경비 정도만 받고 팔았다는 것이다. 싸게 파는 대신 정보 수집 차원에서 복용자들의 몸 상태 변화 기록을 반드시 제공하는 것을 계약 조건으로 내걸었다.

“지금까지 캔 산삼이 수천뿌리는 됩니다.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이동 경비 정도만 받고 팔고 있습니다. 한뿌리에 수천만원씩 받았으면 중촌동 빌딩 제가 다 샀게요(웃음). 산삼은 분명히 부르는게 값이 될 수 있지만 이 속에는 거품이 포장돼 있습니다”

3개월간의 공백이 가장 길었던 적이 있지만 대체로 보름에 한 번꼴로 산삼을 캐고 있다.
◈1권에 이어 신드롬이 예상되는 '나도 산삼을 캘 수 있다' 2권.

산삼의 가격을 획기적으로 내렸고 누구나 산삼을 캘 수 있다고 공언하고 다니는 김씨는 2만여 심마니들의 원망의 대상이 돼 왔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산삼 채취 과학화와 대중화 신드롬을 일으키겠다는 신념에는 변화가 없다.

김씨는 2001년 1편에 이어 최근 전문가들과 공동으로 ‘나도 산삼을 캘 수 있다 2’(도서출판 보림)를 펴냈다. 유통과정의 불합리와 필요한 사람들에게 산삼의 효능을 전파하기 위해서다.

공동 저자는 심정기 목원대 생명과학부 교수, 박종대 KT&G 중앙연구원(옛 한국인삼연초연구원) 인삼효능팀장, 김동희 대전대 한의대 교수, 백명현 자연산삼복용연구소장(한의학박사) 등 식물학, 약리학 전문가들이다.

이 책은 2001년 김씨가 30여년간 터득한 ‘산삼캐기’의 노하우와 갖가지 경험을 담아 펴낸 같은 제목의 책을 대폭 보완한 것으로 산삼의 형태 분류에서부터 서식환경과 생태, 성분 및 효능, 복용법, 한의학적 임상연구 등을 망라해 학술서로서의 가치를 한층 높였다.

그는 오랜 현장 경험과 연구를 통해 조류(특히 꿩, 비둘기 등 낮게 나는 새)가 날아들고 침엽수와 활엽수가 조화를 이룬 곳에 산삼이 자생할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산삼의 생육조건은 음양(음지와 양지)이 조화로우면서 물이 흐르고 바람이 잘 통하는 등 풍수와도 연관이 있다는 점을 자신의 책에서 실제 사진과 지도, 그림 등을 통해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경매를 통한 산삼 유통이라는게 김씨의 주장이다. 근거 없는 가격 산출이라는 것. 목숨이 위태로운 사람이나 부유층을 대상으로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하는 등 신비함을 무기로 비정상적으로 유통돼 왔다는 것이다.

젊었을때 배구선수로 활약했던 김씨는 93년 대둔산에서 우연히 산삼 한 뿌리를 캐면서부터 산삼과 인연을 맺었다. 식당을 운영하던 것도 내 팽개치고 전국 산을 누비고 다녔지만 또 다시 산삼을 만나기란 쉽지 않았다.

그는 산삼이 어떤 환경에서 자라는지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이후 어쩌다 산삼을 발견하면 그는 다른 심마니처럼 기도를 하거나 바로 캐지 않았다. 대신 산삼의 생육 조건을 파악했다. 지도와 나침반, 망원경으로 주변 환경을 살핀 뒤 메모를 하고 사진을 찍으면서 연구를 거듭했다. 정보 축적 행동이었다. 이런 노하우가 그의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의 주변에는 알게 모르게 산삼을 캘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감지한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 산삼의 효능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보다는 산삼 채취에 대한 가능성에 대해 언론인, 공무원, 교수, 직장인 등 각계 각층에서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창식씨는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산삼을 캘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있습니다. 산삼은 꿈을 잘 꾼다고 캘 수 있는 로또 복권이 아니라 생육조건을 면밀히 파악하면 심산 유곡이 아니라도 얻을 수 있는 약초일 뿐입니다”라고 말했다.

김창식씨 손전화 : 011-403-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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