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향 국제커플 1호 조경은 양& Joseph 씨

'오늘의 있기까지 많은 사랑과 관심을 기울여 주신 여러 분들을 모시고 화촉을 밝히게 되었습니다. 부디 오셔서 언약을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2004년 3월 6일‥'
- Joseph Paul McEttrickⅢ, 조경은 '

최근 받은 청첩장 가운데 가장 독특한 것은 신랑의 이름이 스무 자 가깝게 박힌 은색의 얌전한 것이었다. 연주회 때마다 살뜰히 보도자료를 챙겨주던 대전시립교향악단 홍보팀 조경은씨(27)의 결혼 소식을 들으면서 약간의 놀라움을 가지게 된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더구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만난 지 오래되지 않은 남자친구 이야기를 꺼내는 것도 수줍어하던 그녀였기 때문에 난데없는 결혼 소식은 반가움과 놀라움을 동시에 가져다 주기 충분했다.
◈대전시향 홍보팀 조경은씨와 트롬본 수석 조셉씨 커플이 내달 6일 화촉을 밝힌다.

첫 정기연주회가 있은 뒤여서 그런지 조씨를 만나러 간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앞마당은 한가로웠다.

"결혼식이 다음주인데 아직도 청첩장을 보내지 못해 걱정이네요. 어차피 둘 다 대전시향 식구들이어서 가까운 분들은 다 아시지만요. 그런데 저희 얘기가 기사거리가 될지 모르겠어요. 이쁘게 써주세요(웃음)"

무엇보다 두 사람간 만남의 계기가 궁금했다. 말하자면 '사내커플'인 이들은 대전시향의 연주단원과 사무국 홍보담당자인 동시에 국경을 초월한 국제커플이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이 갔다.

"저는 재작년 11월에 공채로 대전시향 사무국에 들어왔고요, 조는 작년 3월 특채로 오디션을 거쳐 트롬 본 수석으로 대전시향에 입단했지요. 함신익 지휘자님과의 인연이 계기가 돼 한국으로 건너온 거였어요"

대전시향 단원들은 유일한 외국인 동료인 조셉 폴 메케트릭(27)씨를 '조'라고 부르고 있었다. 서글서글한 인상에 예의바름이 몸에 밴 그를 동료들은 아끼고 좋아했다.
◈트롬본 수석인 조셉씨는 대전시향의 유일한 외국인 단원이다.

두 사람 사이가 처음부터 각별했던 것은 아니었다. 시향단원과 홍보담당자로 업무 차 만나면서 인사만 나눴던 게 전부였다. 밋밋하던 둘 사이를 엮어 준 것이 바로 최훈 대전시향 부지휘자. '나이도 같으니 영어도 배우고 친하게 지내라'며 정식으로 인사시켜 줬던 때가 지난해 7월로, 만난 지 8개월만에 청첩장을 만들며 두 사람은 '이런 게 운명이 아닌가 싶었다'며 웃었다. 결혼을 약속하고 나니 각기 미국과 서울에서 대전으로 오게 된 것도 모두 서로를 만나기 위한 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사귄 뒤에 이야기하다 보니 지난 6월 엑스포에서 열린 등축제에서 서로 같은 소원을 빌었더군요. '연인이 생기게 해달라'구요. 조셉은 지금도 그때 자신이 빌었던 소원이 이루어진 거라고 믿고 있어요"

동갑내기에다 차분한 성격이 통했던 두 사람은 영화도 보고 음악 이야기도 하면서 빠른 시간 안에 가까워졌다. 타국에서 홀로 지내면서 느낄 외로움이 그녀와의 만남으로 인해 행복한 시간들로 바뀌었다.

"둘 다 나이도 있고 해서인지 처음부터 결혼을 염두에 두었던 것 같아요. 만난 지 2주일도 안 돼 처음으로 다퉜는데 조셉이 그러더라고요. '너와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다. 모든 외국인들이 다 가볍게 만나고 헤어지고 하는 것은 아니라'고요. 그런 결심을 들으니 서로 자연스럽게 결혼 상대로 확신을 가지게 된 것 같네요"

동양문화 관심 많은 시부모 "낯설지 않아요"

한국말이 서툰 조셉은 예비신부에 대해 "Pretty" 하다고 표현했다. 연주회와 단원 단합대회 등 바쁘고 빡빡한 업무 속에서도 단원들을 챙기는 세심하고 배려깊은 심성에 반했다는 것이었다.

조씨도 자상하고 진실한 그에게 차츰 마음이 끌렸다. 심성이 곱고 따뜻한 그는 내성적이고 조용한 조씨를 잘 이끌었고 몇 차례 흔들렸던 마음은 점차 믿음으로 바뀌었다.

"처음 사귈 때부터 주위에 공개하고 부모님께도 말씀드렸는데 착한 조셉을 좋아하셨어요. 물론 결혼도 승낙하셨고요."

국경을 넘은 이들의 찰떡궁합에도 이유가 있었다. 동양문화에 대해 관심이 많은 조셉의 어머니 Marion 여사 덕분. 다소 이질적으로 느낄 수 있을 동양인과 동양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해왔던 터라 거부감을 갖지 않을 수 있었고 그것이 한국여성과의 결혼을 결심하게 했다.

조셉의 선택에 대해 먼 이국 땅의 부모님은 따뜻하게 반겨주었다. 본가인 미국 보스턴주 소도시에서 시장직을 맡고 있는 어머니와 법대 교수인 아버지는 아들의 결혼소식에 기뻐하며 손수 만든 요리책과 가족사진, 웨딩편지 등 선물을 보내 얼굴한번 보지 못한 예비며느리에게 따뜻한 사랑을 전해주고 있다. 그래서인지 조씨는 다음주에 있을 결혼식장에서 처음 뵙게 될 시부모님들이 전혀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대전시향의 바쁜 연주 일정 탓에 두 사람은 신혼여행도 뒤로 미뤘다. 큼직큼직한 연주회들을 끝내 놓은 뒤 한가할 때 휴가를 얻어 다녀올 계획이라니 꼼꼼하고 책임감있는 성격까지 닮은 꼴인 두 사람.

합리적이고 알뜰한 이들은 그 덕분에 결혼 준비과정에서 흔히 있는 다툼없이 조촐하고 간소한 결혼식을 치르는데 뜻을 모았다. 신혼살림은 서구 갈마동에 있는 조셉씨의 집에서 시작하고 살림살이도 최대한 있는 것을 활용하기로 했다. 두 사람의 결혼을 축복하며 결혼식 당일 대전시향 관악파트 멤버들은 축가연주를 선물하고 김광희 대전시정무부시장은 직접 주례에 나서기로 했다.

"저희 두 사람이 있게 해 주신 대전시향과 함신익 지휘자님, 최훈 부지휘자님께 정말 감사드려요. 대전시향이 저희들을 맺어 준 만큼 대전시향의 트롬본 수석으로써 더욱 인정받아 멀리는 개인 리사이틀 갖는 것이 꿈이고요(조셉), 홈페이지 개편과 예매시스템 강화 등 회원 1,000명까지 늘리는 시향의 올해 목표를 이룰 수 있게 열심히 홍보해야죠(조경은)"

두 사람의 결혼식은 3월 6일 토요일 오후 3시 대전시 서구 둔산동 오페라웨딩 2층 로망스홀에서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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