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학업 병행하다 혼기 놓쳐

아침, 저녁으로 찬바람이 불어와 가을을 느끼게 한다.
가을은 결혼의 계절이다. 여름 내 무더웠던 날씨와는 달리 선선함이 새 출발을 의미하는 결혼과 맞아떨어지기 때문일까. 아니면 결실의 계절이라는 가을이 주는 의미가 결혼과 함께 결실을 기대하는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때문일까. 아무튼 하루가 멀다하고 날아드는 청첩장을 보면서 ′가을은 사랑하기 좋은 계절이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하지만 그것은 결혼이라는 인생의 대 전환점을 전제로 나오는 얘기다. 임자 없는 처녀, 총각들에게 가을은 상대적으로 한없이 공허해 지는 계절이다.

그래서 일까. 이달초 대전시청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한 여성공무원이 공개구혼을 하고 나서 화제가 되고 있다.
그 주인공은 충남대학교 병원에 근무하고 있는 문경희씨(35·대전시 유성구 구암동).

◈공개구혼을 하고 나선 문경희씨.
′35세에서 40세미만 신랑감 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공개 구혼장에는 ″68년생의 지극히 평범한 여성으로 직업은 공무원이며 대학을 나와 원만한 성격을 갖고 있지만 직장생활 관계로 혼기를 놓쳤다″며 ″36세 전후의 안정된 직장을 갖고 있는 남자가 있으면 연락을 달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문씨의 공개 구혼장은 게시판에 올라오기가 무섭게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대전시 공무원들은 삼삼오오 모이기만 하면 '진짜 공개 구혼장이다' '아니다. 누가 장난치기 위해 올려놓은 글이다'라고 주장하며 구혼장의 진위여부에 관심을 보였다.

또, 평소 대전시 홈페이지의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의 평균 조회건수가 50여건인 반면에 문씨의 공개구혼장의 조회건수는 무려 300여건을 넘어서 문씨의 공개 구혼장에 대한 관심을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케 하고 있다.

디트news24에서는 문경희씨가 공개 구혼장을 올리게 된 배경과 이상형의 남성상에 대해 들어 보았다.
문씨와의 만남은 13일 오후 3시30분 디트news24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그녀는 언니인 영희씨를 동행하고 방문했다.

"원만한 성격 가진 활동적인 평범한 여성"

- 공개 구혼장을 시청 게시판에 올리게 된 이유는

″공개 구혼장에 대해서는 여기 오면서 언니로부터 전해 들었습니다. 저는 모르는 일인데 형부가 혼기를 놓친 처제가 불쌍해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좀 황당하기도 하지만 언니와 형부가 저를 생각해주는 마음에 고맙기도 하고 내가 가족들에게 못할 짓을 하는 구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 35세면 우리가 통상적으로 얘기하는 결혼 적령기를 놓친 것 같은데 결혼이 늦어진 특별한 이유가 있나

″글쎄요, 제가 결혼하는데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닙니다. 제가 중학교 때 어머니가 암에 걸리셨어요. 어머니 수술 때문에 가정형편이 좀 어려워 상업계 학교를 진학했죠. 여상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대학에 가고싶다는 생각에 퇴근 후에는 공부를 했습니다. 25세라는 늦은 나이에 야간대학을 진학해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다 보니 남자 사귈 시간이 없었어요. 학교졸업하고 이렇게 저렇게 지내다 보니 나이가 훌쩍 30을 넘어버리고 혼기를 놓치게 됐죠″

- 그동안 사귀어 본 남자는 없었나. 또, 나이를 봐서는 맞선도 여러 차례 봤을 것 같은데

″남자를 사귀어 본적은 없어요. 직장생활과 학교생활을 병행해서 하다보니 시간적 여유가 없었어요. 맞선은 몇 번 본적이 있었죠. 지난해에는 언니가 저 몰래 결혼정보회사에 등록해서 2번 정도 선을 봤었는데 너무 신뢰가 안 가더군요. 물론 조건을 따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비슷한 부류의 사람을 소개 시켜 줘야 하는데 사전에 알려준 정보와는 다른 사람이 나와 너무 실망스러워 2번 소개받고 그만뒀습니다″

- 본인의 성격은 어떻다고 생각하나

″특별히 모난 구석은 없다고 생각해요. 주변에서도 튀는 성격은 아니라고 합니다. 하지만 일에 있어서는 끊고 맺음이 확실해요. 무슨 일이든 벌여놓고는 끝을 보아야지 흐지부지 하는 걸 싫어하는 성격입니다. 여가 시간에는 주로 운동을 해요. 등산, 볼링, 골프, 수영 안 해본 운동은 없을 정도입니다. 좀 활동적인 편입니다″

"공무원이나 안정적인 직장 가진 남성 원해"

- 가족 관계는

″부모님이 살아 계시고 형제는 2남 5녀 중에 다섯째입니다. 밑으로 남동생과 여동생이 있는데 여동생도 몇 년 전에 결혼했고 현재는 저와 남동생만 결혼을 안한 상태입니다. 남동생도 지금 사귀는 여자가 있어 곧 결혼 날짜를 잡을 예정이죠″

- 언제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나

″결혼해서 남편과 자식들과 행복한 가정생활을 하는 친구들을 보면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 우리 형제들이 부모님 모시고 부부동반으로 여행을 많이 다니는데 저는 한번도 가본 적이 없습니다. 그럴 때마다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죠. 지난해까지는 그래도 좀 괜찮았는데 막상 35세가 되고 보니 이제 올해는 넘기지 말아야 할 텐 데라는 생각이 드네요″

- 원하는 남성상이 있다면

″저희 집안식구들 직업이 거의 공무원이예요. 그렇다 보니 제 남자가 될 사람도 공무원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해봅니다. 공무원이 아니더라도 사회적으로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사람이었으면 합니다. 또, 학벌은 제가 대학을 나왔으니까 대학을 나온 사람이면 좋겠구요. 제가 이런 얘길 하면 남들이 눈이 높다고 하던데 진짜 눈이 높은 건지 모르겠어요″

- 마지막으로 한마디한다면

″솔직히 여자로서 이렇게 나서서 공개구혼을 하는 게 창피하네요. 또, 저를 아는 사람들이 이 글을 보게 되면 얼마나 나를 놀릴까하는 두려움도 들고요. 하지만 항상 제 주변에서 저 때문에 걱정하는 부모님이나 가족들을 위해서 이렇게 용기를 냈습니다. 좋은 결과 있었으면 합니다″

다음은 대전시 게시판에 올라온 문경희씨의 글이다.


35세에서 40세미만 신랑감 구합니다

저는 68년생 여자로서 직업은 공무원이며, 대학을 나왔습니다.
얼굴은 둥근편이며, 전반적으로 귀엽다고 하고 성격은 원만합니다.
신체는 건강합니다. 우리집은 2남 5녀로서 모두 결혼하고
저만 직장생활관계로 혼기를 놓쳤으며 남자와는 한번도 데이트를 하지 못했습니다.
다음과 같은 미혼남성분은 연락주세요
연령 : 36세 전후의 초혼 남성
성격 : 여자를 이해하면 되요
학력 : 대졸
직업 : 안정된 직장(공무원 계통)
거주지 : 대전(저도 대전에서 직장생활을 해야 하니까요)
인생의 동반자로 선택하고 싶으면 메일로 주세요


 
연락처 : psjinh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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