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센터 등 문화인프라 세계적

◈대전 영상원 박철수 원장.

임권택, 박광수 감독과 함께 한국 영화계의 대표 중견감독으로 통하는 박철수 감독(55). 지난 6일 개원식을 가진 대전영상원의 원장이라는 직함이 아직은 어색하다. 기자와의 인터뷰가 시작되자마자 그는 대전의 ′문화′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영상원 설립의 근거지로 대전을 지명했는데

"언젠가 엑스포를 둘러보다 영상관 내 스크린에 곰팡이가 피어있는 게 공교롭게도 영화감독인 내 눈에 띄었다. 그처럼 뛰어난 세계적 수준의 음향, 영상기술을 갖추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게 저에게는 너무도 안타깝고 답답하게 느껴졌다. 그게 바로 내가 대전에 오게 된 이유라면 이유일까."

- 영상원을 설립을 생각하게 된 계기는

"처음에 내가 영상원을 만든다니까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여기에는 어떠한 내 욕심을 채우려는 생각은 결코 없다. 앞서 말했듯이 방치되고 있는 최고수준의 스크린과 고품질의 소도구들을 그대로 두고 싶지 않아서다. 실제로 상영관 등 내의 도구들은 현 방송국의 기기들보다도 질적인 면에서 월등하다."

- 개원과정에서 난점은 없었는지

"작년 8월, 시네마센터를 밀어내고 주차장으로 만들겠다고 해 이를 막기 위해 정부예산을 얻어내기까지 많은 노력이 있었다. 결국 그 돈으로 개·보수를 거쳐 이번에 영상원을 개원하게 되어 감회가 새롭다. 조만간 전국에서 찾아올 명소가 될 것이라 본다."

- 현재 영상원 모집현황은

"90명 정원에 120명이 응시했는데 그중 30명을 선발했다. 지원자들 중에는 대학졸업자를 비롯해 해외유학파, 중학교 자퇴학생, 할아버지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원서를 냈다. 지역 역시 충남권 외에도 속초, 부산, 광주에서까지 왔다. 그 중에서 최종 면접을 통해 선발했다."

- 선발 기준에서 가장 중요하게 본 거라면

"개인이 가진 열정과 영화적 감성이 얼마나 충만한가 하는 점을 가장 중점적으로 보았고 그래서 인원이 좀 모자라더라도 그만큼의 인원만을 선발했다. '영화적 감성'이라면 인간과 사물을 보는 눈이 정확하고 정직한가인데 조금만 대화를 나누어보면 알 수 있는 부분이다."

- 강의에 있어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

"이론보다는 카메라 메카니즘과 감성기르기 위주로 교육시키고 있다. 사실 영화라는 것이 책상 앞에 앉아있다고 알게 되는 것도 아니잖은가. 종교·철학·심리 등 기초 학문은 스스로 습득해야하는 것이지 우리나라 연극영화과의 커리큘럼처럼 수업료 내가며 배우기란 거의 낭비에 가깝다. 내 수업방식이라면 자꾸만 다수화 되고 나태해지려는 의식을 비틀고 자극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에 대한 강의를 하다보면 자칫 영화를 공식화하려는 학생들이 의외로 많은 것을 볼 수 가 있다. 나는 그러한 사고방식에서 혼돈을 일으켜 스스로 영화를 보는 열린 시각을 깨우쳐 주려고 하는 것이다."

- 그렇다면 대전시의 질적, 양적 문화수준은 어떻다고 보는가

"대전지역의 문화인프라는 세계적 수준이라 보지만 이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리모델링이 확실하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은 현 시점에서는 무엇보다 개발이 필요하다. 대전엑스포의 영상, 음향기술은 세계최고임에도 오히려 이를 활용하기보다는 기술을 외국에 팔아 나중에는 돈을 주고 사와야 하는 지경이다. 거기에 이렇듯 뛰어난 인프라를 갖고 있는 대전시민들조차 그러한 사실을 모르고 있다. 엑스포 건물들은 세계적 아티스트들이 미래공법을 이용, 역학·시각적으로 만든 뛰어난 건물인데 반해 이러한 것들을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대전시민들의 직무유기다."

- 대전시민들의 문화인식 수준을 평가한다면

"이상하게도 대전지역민들은 무언가를 앞장서서 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 같다. 거의 일이 성사될 때쯤이나 되고 난 뒤 안정적으로 보일 때 참여하거나 그런 분위기가 흐르는 것 같다. 엑스포 과학공원을 살리지 못하는 것도 오피니언 리더들과 시민의식의 문제다. 심지어 문화계 인사조차 '문화 불모지'라는 사실을 떳떳하게 이야기하더라. 얼마나 무책임하고 몰지각한 행동인가. 그러한 차원에서도 대전에서의 문화적 자극은 필요하다."

- 앞으로의 대전의 문화 발전에 있어 필요한 것은

"사실 대전은 문화시설이나 인프라 면에서는 최고인 반면 엑스포를 움직이는 지방공사의 경영평가는 꼴지다. 각종 페스티벌 등 행사들이 열리긴 하지만 이러한 행사들은 단회성, 소비성 행사로 끝나기 마련이다. 여기에 이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기본 인프라가 있다면 사람들은 늘 오게 되어 있다."

- 영상원이 활성화 될 경우 기대되는 부분은

"개인적으로는 매년 1000만명 이상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이러한 것들을 기반으로 시민 정서 또한 고양될 것이다. 상품에 비해 문화의 경제가치는 훨씬 높아 연간 10여편 정도만 제작해도 200억 이상의 수익이 되고 이중 70%정도는 대전시 앞으로 반환될 것이라 기대한다. 부천이 영화제의 도시라면 대전은 영화제작의 도시가 될 것이며 종합센터, 테마파크의 조성을 위해 근사한 인프라를 만들어 대덕밸리와 연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고급전문인력이 있어야 하고 대전영상원이 그 역할을 할 것이다. 튼실한 하드웨어를 제대로 사용하기 위한 고급 소프트웨어를 공급하겠다."

- 앞으로 영상원을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가

"내실있고 정직한 결과를 통해 지역의 문화적 정서를 점차적으로 높여가도록 하겠다. 또한 누가 보더라도 '이곳에 오면 영화인재가 된다'라고 할 수 있도록 차별화된 커리큘럼으로 승부를 걸겠다. 아울러 기존 제도와 권위에서 탈피해 1년 후 이곳 영상원의 문을 나서는 학생들 스스로가 얼마나 변화된 시선으로 사물과 인간을 바라보게 되는지 기대해도 좋다."

- 감독 박철수로서의 앞으로의 계획은

"현재 3편 정도 영화를 구상하고 있다. 사실 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던 거였는데 이번에 몰아서 하게 되었다. 나 같은 영화 발표 때부터 '박철수식'이라는 꼬리표가 붙어다니긴 하지만 점차 일상사를 다루는 작지만 소중한 이야기들을 담으려고 생각한다. 지금 한창 주인공을 캐스팅하고 있으니 머지않아 극장에서 만나게 될 듯 싶다."

한편 지난 6일 개원한 대전 영상원(대전시 유성구 도룡동 엑스포 과학공원내 시네마센터)은 영화제작 전문 교육기관으로 이론 중심의 영화교육에서 탈피, 영화제작 실습 및 실기교육을 통해 곧바로 영화제작 현장에 진출할 수 있는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한 비영리 교육기관.
영상연출과, 영상기술과, 시나리오과 등 3개 학과에 제 1기 신입생 30명이 등록해 1년 과정에 들어갔으며 '남부군'의 정지영,‘수취인불명'의 김기덕 감독 등 각 분야의 현장 전문가들이 강의를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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