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하는 모습 보이지 않아 항소할 것
 힘 모아 준 많은 네티즌들께 감사

 세모녀 사건 피해자 언니 송희정씨


◈지난해 여름 전국을 경악케 했던 3모녀 인질사건 피해자 송씨의 언니 송희정씨.
″지금까지 견디기 어려울 만큼 힘들었고 앞으로도 힘든 싸움이 예상되지만 항소할 생각입니다″

지난해 8월 1일 경찰의 인질극 진압작전의 실패로 처참하게 살해 됐던 송모씨(당시 33세·여) 유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대한 1심 결과에 불복 항소할 뜻을 밝혔다.

송씨의 언니 송희정씨(39·대전시 서구 관저동)는 22일 디트news24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사건이 발생한 이후 1년 동안의 유가족들이 겪어야 했던 힘든 생활에 대해 털어놓았다.

″그동안 살인범 재판도 지켜봤고 시간도 어느 정도 흘러 이제는 조금 안정이 되는 듯 했어요. 그런데 막상 18일 민사재판 판결이 나고 보니 처음 동생을 잃었을 때처럼 마음이 무거워요″

세 모녀 인질사건과 관련 1년 가까이 취재를 하면서 송씨의 유족들과 안면이 있던 터였다. 전에 보았던 모습에 비해 송희정씨의 얼굴이 많이 초췌해져 있었다.

″물론 배상금액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경찰의 잘못으로 두 아이의 엄마가 무참하게 살해 됐습니다. 아이 엄마는 아이들을 위해 식당을 해가며 정말 열심히 일했었는데... 엄마의 아이들에 대한 정성과 사랑을 어떻게 돈으로 계산할 수 있겠습니까″

송씨의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민사재판을 청구할 당시만 해도 보상이나 돈이 목적이 아니었다. 인질극 진압작전에 나섰던 경찰들의 잘못과 사건처리과정에서 보여줬던 경찰의 무책임한 행동에 대한 책임을 묻고 싶었다.

″민사재판이 진행되는 동안에 경찰 측에서 법정에서 하는 말을 듣는 순간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습니다. 유족들이 재판정에 나와있는 걸 뻔히 알면서 '그 당시 각목으로 내리치는 진압방법이 최선이었다'는 말을 하면서 우리 가족을 또 한번 울리더군요. 경찰들이 반성하지 않는 한 끝까지 그들을 귀찮게 해야겠다 결심했습니다. 또 아이들이 성장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도 보상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항소를 결심했습니다″

◈인터뷰 내내 침울한 표정으로 당시 사건을 회상하는 듯 했다.
이번 민사재판 과정에서 보여준 경찰의 태도가 유족들에게 상처를 준 모양이었다.
유족들은 당초 국가를 상대로 1억1천800여만원 및 이자를 요구했었다. 이 금액은 일용직 근로자 임금을 기준으로 산정 한 금액이었으나 지난 18일 대전지방 법원 제4민사부에서 열린 1심에서는 각각 7,100만원과 이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내려져 60%밖에 인정받지 못했다.

″국가를 상대로 하는 싸움이라서가 아니라 재판이 진행되면서 또 죽은 동생을 생각해야 되기 때문에 1심 결과에 승복하고 그만 끝내자는 가족들의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국가와의 싸움은 우리 가족들만의 싸움이 아니라 앞으로 저희와 비슷한 억울한 피해를 입는 사람들에게는 선례로 남을 수 있기 때문에 확실한 피해 보상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는 이번 싸움이 결코 쉽지 않은 싸움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유가족들을 격려해주고 음으로 양으로 도와줬던 네티즌들이나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좋은 결과를 받아내야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4학년, 2학년입니다. 사건이 나고는 아이들이 당시 충격에 제대로 성장 할 수 있을지 큰 걱정이었습니다. 다행히 아이들이 엄마가 없다는 걸 알고 엄마 얘길 잘 안 하는데 얼마 전 큰애가 생일날 아침에 엄마가 보고 싶다며 우는 모습에 정말 가슴이 메였습니다″

엄마의 묘가 집에서 가까운 약수터 근처에 있다. 아이들은 엄마가 보고 싶을 때면 수시로 엄마의 묘를 찾아 그리움을 달랜다고 한다.

″지금 1년을 되돌아 볼 때 너무 많은 도움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특히 수많은 네티즌들이 지켜봐 준 것에 대해서는 너무 큰 힘이 되고 위로가 됐습니다. 또 유가족이 직접 대응하는 것보다 효과적이기도 했습니다″

인질극 자체가 워낙 처참하기도 했지만 유가족들이 운영한 홈페이지를 통해 수많은 네티즌들이 사건의 실상을 알고 분노했다. 그리고 그들의 격려는 유가족에게 가장 큰 위로와 힘이 됐다.

″디트news24를 통해 저희 가족에게 힘을 주었던 많은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동안 소식이 없었지만 그래도 관심을 갖고 지켜봐 준 모든 분들께 지금 진행중인 재판에서 좋은 결과로 보답하겠습니다. 저희도 앞으로 여러분들에게 받았던 것만큼 힘든 처지에 놓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한편 세 모녀 인질극 주범인 안병태는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2심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 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 3모녀 인질사건 일지

-2001년 8월 1일 상소동 3모녀 인질 사건 발생
-2001년 8월 7일 피해자 송모씨 사망
-2001년 9월 13일 상소동 3모녀 피고 안병태 1차 공판
-2001년 12월 6일 상소동 3모녀 피고 안병태 사형 구형
-2001년 12월 29일 상소동 3모녀 피고 안병태 사형 선고
-2002년 7월 18일 숨진 송씨 두딸이 제기한 국가상대 손해배상청구 일부 승소판결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