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청 체납차량 번호판 영치반 ‘대활약’

10일 오전 5시 대전시 중구 태평동 B 아파트 단지에는 어둠을 뚫고 한 무리의 사람들이 조심스럽게 나타난다. 아침 운동을 위해 간간이 운동복을 갖춰 입은 사람들 속에서 두리번거리는 모양새가 범상치 않다.
◈중구청 세무과 체납차량 영치반원들이 체납 차량의 번호판을 떼고 있다.

같은 무리로 보이는 3명 가운데 한명이 고급 승용차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옆에 사람은 능숙한 솜씨로 PDA로 정보를 검색하고 고개를 살짝 끄덕인다. 세 번째 사람은 가방 안쪽에서 공구를 꺼내고는 빠른 동작으로 자동차의 앞 번호판을 떼어낸다.

자동차세 체납 차량의 번호판을 영치하기 위한 대전시 중구 세무과 직원들의 암행(?)이다. 새벽 5시부터 출근 시간인 7시까지 대전시내 곳곳을 돌며 체납 차량을 검색하고 번호판을 떼어 오는 것으로 이들은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지방세 체납액 특별정리기간인 지난 달 부터는 일과를 마친 뒤에도 서류 정리로 밤 10시를 넘겨 퇴근하기가 일쑤다.

“충돌을 피하기 위해 될 수 있으면 차 주인이 없는 시간에 번호판을 뗍니다. 감정이 격해진 체납자가 간혹 멱살잡이를 하는 경우도 있죠. 새벽에 나와서 밤 늦게 들어가는 새벽별 보기 운동이라고 할 만 하죠”

주인이 보이지 않는데서 번호판을 떼었다고 체납자들의 목소리가 작아지는 것은 아니다. 세무과 직원들이 사무실에 출근을 하면 또 한바탕 난리법석이 일어난다. 번호판을 떼인 체납자가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구청을 찾아와 되레 큰 소리를 치는 경우가 잦아 입씨름을 해야 한다.

체납자들의 유형은 몇 가지로 분류된다. 첫째, 읍소형. 생계형 체납자들의 경우 어쩔 수 없는 현실을 호소한다. 사정을 이야기하고는 세금을 일부라도 변제한다. 두 번째, 호통형. 무조건 큰 소리부터 친다. 체납은 자신이 하고 오히려 공무원을 나무란다. 세 번째, 막무가내형. 차를 구청에 몰고 와서는 알아서 하라며 놓고 가버린다. 네 번째 무관심형. 떼어가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는다. 차는 방치하고는 다른 차를 구입한다.
◈캐비넷에 빼곡히 꽂혀 있는 영치 번호판.

이밖에 세금을 내고 영치된 번호판을 찾은 뒤 ‘당신들이 떼었으니 직접 붙이라’는 안하무인격인 사람과 번호판을 떼어 집안으로 가지고 들어가는 체납자, 떼어내지 못하게 용접을 하는 경우 등 백태를 보이고 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중구청은 체납차량 번호판 영치반을 지난해 2개반에서 6개반 30명으로 늘려 전반기 동안 1억 9200만원을 징수했다. 지난한해 체납 징수액 2억여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눈치 9단의 영치반원들에게는 ‘식스 센스’까지 생겨 한눈에 체납 차량을 감별할 수 있는 능력도 있다. 자동차의 앞 범퍼 부근을 벽 쪽에 바짝 붙여 놓는 일명 ‘코박이’ 차량은 체납 차량일 가능성이 높다. 오래된 차일 경우 관리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으면 가능성이 높고 최고급 차량은 한번쯤 의심해 볼 만하다.

이날도 영치반은 새벽 5시부터 7시까지 태평동과 석교동 일대에서 2시간 여 동안 90여대의 번호판을 떼어냈다.

세무과 캐비넷에 가득 차 있는 470여개의 번호판. 자신의 분수를 모르고 대형차를 타면서 얼마 안 되는 자동차세에 버거워 하는 사람, 경기 악화로 어쩔 수 없이 체납자가 된 사람 등 다양한 자동차세 체납자들 속에서 공평과세와 성실납세를 몸으로 직접 보여주는 번호판 영치반의 활약이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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