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초청 ′설맞이 민속축제′열려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날이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저마다 고향길로 떠날 생각에 벌써부터 설레고 왠지 바빠진다.
동네 어귀부터 진동하는 고소한 기름냄새, 그리운 부모님과 형제들을 만날 수 있어 벅차 오르는 가슴... 우리 민족에게 있어서 설은 그야말로 사람 사는 구수한 맛을 제대로 느끼게 해주는 명절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일을 위해 또는 학업 때문에 고국을 떠나 낯선 한국 땅에서 생활하고 있는 외국인들에게는 한국의 설은 그야말로 낯선 한민족의 잔치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때마침 24일 오후 2시 엑스포과학공원 국제회의장에는 대전에서 활동하고 있는 외국인들에게 멋들어진 우리 민속놀이를 보여주는 등 '지구촌 가족'으로써 한민족 설 잔치에 참여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대전국제과학기술자협의회(회장 이보욱)가 대덕연구단지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외국인 과학자 및 근로자, 유학생 등 200여명을 초청, 우리 민족의 고유의 명절인 설의 진정한 의미와 민속놀이 등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는 한편 함께 즐기는 설 명절 분위기 조성을 위해 마련한 이날 '외국인 설맞이 민속축제'에서는 가야금산조, 민속무용, 민요메들리 등 흥겨운 우리가락의 민속 공연이 펼쳐져 외국인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특히 회의장 밖 광장에서는 직접 떡메로 떡을 만들기도 하고 윷놀이와 투호, 제기차기, 팽이치기 등의 민속놀이를 즐김으로써 가족들과 함께 나온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전통문화를 몸소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구기자차 등 따뜻한 전통차를 비롯 보기만 해도 한그릇의 공기밥이 간절히 생각날 정도의 매콤달콤한 김치, 김밥 등 우리만의 독특한 음식들을 만드는 방법을 이들에게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시식의 기회까지 제공했다.
김치 담그는 과정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던 한 미국인 여성은 맵고 맛깔스런 김치를 직접 먹어 보며 "Rice(밥)"을 연신 찾아 주변의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장구치며 어색한 발음으로 "덩더쿵"

외국인들이 직접 꽹과리, 장구 등 우리의 전통 악기를 다룰 수 있도록 간단한 교육이 진행된 홀 안에서는 "동~덩 덩 쿵덕" 등 어색한 한국어 발음과 연신 틀리는 장단에 쑥스러운 웃음이 연발했지만 어느새 장단에 맞춰 어깨를 들썩이는 모습이 그야말로 '지구촌 한가족'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지난해 8월부터 대전대에서 경제, 문화, 기술 등 한국의 전반적인 것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는 미얀마 출신의 신띠아씨(여·25)는 "처음에 유학 올 때는 모든 것이 낯설어 굉장히 힘들 것으로 예상했는데 한국인 특히 대전 시민들이 너무 친절하고 따뜻하게 대해 줘 지금은 마치 미얀마 고향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라며 "오늘 장구를 처음으로 다뤄 봤는데 한국에 있을 동안 학원이라도 다녀 완벽하게 배워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가을부터 한국원자력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인도인 다스씨는 "인도에도 전통문화가 있긴 하지만 윷놀이, 제기차기 등 한국의 전통놀이는 짧은 시간에 서로 한데 어울러질 수 있게 하는 묘한 힘과 흥겨움이 있는 것 같다"라며 "대전 시민들도 너무 친절해 한국에 오랫동안 머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대전국제과학기술자협의회 이보욱 회장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외국인 과학자 및 유학생들에게 잠시나마 낯선 이국 땅에서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한편 이들에게 소중한 우리의 전통문화를 이해시켜 주고자 하는 취지에서 마련한 자리"라며 "비록 문화와 국가는 달라도 모두가 지구촌 가족인 만큼 앞으로 이러한 우정과 화합의 자리를 계속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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