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개 학원 밀집…새벽까지 면학 열풍
 유흥가 인접 탈선 우려 등 문제점도

 학원타운 대전 둔산지역 르뽀



대전시 서구 둔산동 일대는 방과후 초·중·고등학생들의 밀물·썰물과 같은 이동이 있다. 수업이 끝나는 시간대 별로 각종 학원들이 밀집해 있는 둔산동 일대 학원타운에는 더 나은 교육을 받으려는 학생들이 몰려들어 학원이 끝나는 시간 초·중·고등학생들이 들어오고 나가는 일정한 패턴이 있는 것이다.

오후 3시경. 초등학생들의 수업이 끝나는 이 시간 학원가 도로는 초등학생들을 태운 학원 차들이 줄지어 도착한다. 학원차에서 쏟아져 나온 학생들은 금새 학원 건물들도 스며들어가듯이 사라지고 일대는 은행, 사무실, 아파트가 있는 일상적인 거리의 모습을 되찾는다.
오후 5시까지는 초등학생들 위주로 보충학습, 컴퓨터, 외국어 학원 중심의 움직임을 보이지만 중학교 수업이 끝나는 오후6시 이후부터 밤11시 무렵까지는 중학생들이 거리를 가득 메운다.
특히 이 시간에는 주위 사무실에서 일과를 마친 직장인들의 저녁과 회식 시간과 맞물려 일대는 학원가의 모습과 유흥가의 모습이 공존하는 기현상도 보이고 있다.

밤11시 이후 새벽1시30여분까지는 고등학생들이 대부분이다. 상당수 학교에서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을 하기 때문에 고등학교 2학년이나 3학년 학생들이 이 시간 단과 학원을 중심으로 부족한 공부를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새벽 5시경에는 일대 외국어 학원이 문을 열어 학생뿐만 아니라 일반 직장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와 같이 둔산지역 학원 타운은 24시간 학생, 직장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신흥 '학원가'로 자리잡고 있다.

학생들 하루 20,000여명 이동

둔산 학원타운은 기존 학원타운인 고시, 자격증 취득, 외국어 학원 중심의 은행동, 대흥동과는 달리 고입, 대입 등 입시 학원과 초·중학생 및 직장인을 위한 외국어 학원들이 밀집해 있다.

D학원 관계자는 이 지역에 학원이 밀집하는 이유를 "둔산동 일대에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생겨 주거 인구가 집중하기 때문이다. 이 지역 학생의 학부모들은 교육열이 남다르고 학원을 보낼 만큼의 여유가 있다는 이유도 있다"고 설명한다.

현재 둔산동 일대는 대전 학원 총 수의 10%에 가까운 약 150개의 학원들이 밀집해 있다. 대형학원의 경우 2,000여명의 수강생을 확보하고 있어 중복 수강생을 감안한다하더라도 하루에 대략 15,000-20,000명의 학생들이 둔산지역에서 움직이고 있다. 둔산동 일대 8층 이상 상가 건물의 중·상층은 각종 입시, 외국어 학원들이 자리잡고 있고 한 건물에 두 개 이상의 학원들이 입주해 있는 경우도 상당수에 달한다.

학원들이 일정 지역에 밀집된 현상은 학생들의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
실제로 학생들은 하루에도 이 일대의 두 세군데 학원을 옮겨 다닌다.

토요일 오후 9시경에 만난 김주환(18, 보문고 2학년)군은 "근처 아파트에서 과외를 하고 수학 수업이 있어서 J학원에 가고 있어요. 수학 수업이 끝나는 밤11시에는 바로 앞에 있는 Y학원에서 과학탐구 영역을 들어요"라며 3월이 되면 자율학습이 늦게 까지 있어 여러개의 학원은 다니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한다.

주환 군은 월, 수요일은 근처 O외국어 학원에서 영어회화를, 화, 토요일은 밤9시부터 11시까지 C학원에서 수학을 듣고 밤11시 20분부터는 5분 거리의 Y학원에서 과학탐구를 듣는다. 또 목요일 밤9시에는 J학원에서 사회탐구와 밤11시대에는 외국어 영역을 듣는다. 학원이 쉬는 금요일은 집에서 언어영역 과외를 한다.

주환군은 "집에서 과외를 하고 10분 거리의 학원에 오기 때문에 시간도 절약할 수 있고 공부하기에 편해요. 학원들이 밀집해 있으니까 학원 끝나고 다른 학원으로 옮겨 다니기도 편하고, 새벽1시 넘어서 수업 끝나면 집이 아무리 가까워도 학원차로 데려다 주니까 피곤하지도 않고요"라고 말한다.

강사 실력따라 수강생들 이동 잦아

학원 관계자는 "학원들이 약속하듯이 학원 시간을 조정한 것이 아니다. 어차피 이동하는 학생들이기 때문에 부근 모든 학원들의 공통 고객이다. 쉬는 시간을 이용해 다른 학원에 갈 수 있게 배려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학원 수업 시간을 달리 짜면 오히려 그 곳이 손해라고 설명한다.
학년 층과, 학원 종류에 따라 시간대는 약간 변화가 있지만 일정한 흐름으로 수업 시간이 배정되는 일은 이 지역 학원들의 공통적인 현상이다.

이곳 학원타운은 철저한 생존경쟁 논리가 적용돼 질 높은 교육이 보장된다.

김진원(둔산여고 2학년)양은 방학이 시작되면서 친구 4명과 함께 J학원을 다니다가 H학원으로 옮겼다. 지난번에 다니던 수학 선생님이 학원을 옮겼기 때문이다. 또 지금 듣고 있는 과학탐구 영역을 다음달에는 다른 학원으로 바꿔볼 생각이다.

김양은 "한반에 한 개이상 안다니는 아이는 없어요. 다들 이 일대 학원을 다니지만 개인 취향에 따라 다니는 곳이 달라요"라며 친구들과 학원이나 강사에 대한 정보를 교환한다고 말한다.

T학원 관계자는 "입시 학원의 경우 수준 높은 강사를 영입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강사의 수준을 학생들이 먼저 안다. 때문에 유명 강사의 이동에 따라 학생들도 옮겨다닌다. 학원의 흥망이 강사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철저한 '생존경쟁' 논리가 적용된다고 말한다.
강사가 질 높은 교육을 하지 못하면 학생들의 외면을 받고 학원의 경우도 질 좋은 강사를 영입하지 못하거나 학원 시설, 상담이 만족스러울 만한 수준이 아니면 바로 학생들의 외면을 받는다.

학원 관계자는 "철저한 생존 경쟁이 교육의 질을 높이고 있다"며 경쟁 논리가 적용되는 사교육 시장이 공교육보다 훨씬 경쟁력이 있다는 설명이다.

유흥업소들 유혹에 빠져들 수 있어

그러나 일대에 학원타운이 조성되면서 몇가지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우선 아파트와 공공 관서, 사무실들이 밀집돼 학원과 함께 유흥업소가 곳곳에 생겨나고 있어 학생들의 탈선의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수업이 끝나는 시간 학생들과 술에 취한 직장인들이 거리에 섞여 이동하는 모습을 심심지 않게 볼 수 있다. 물론 학원차가 대기하고 있다가 수업이 끝나면 바로 집에 실어다 주기는 하지만 유흥가를 가로질러 학원차에 몸을 싣는 청소년들은 주변환경의 유혹에 위태로워 보인다.

토요일 밤 10시 C학원 앞에서 만난 재수생 김경식군은 "마음만 먹으면 술 마시는 일은 어렵지 않아요. 근처에 호프집, 노래방, PC방이 다 있어요. 그렇지만 공부하기에 바빠 그런 곳에 눈 돌릴 겨를이 없을 뿐이지"라며 친구들과 가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맥주를 마신다고 말한다.

학원차 기사 박경식(45·월평동)씨는 "참 우습다. 우리 학생 중에는 가끔 수업 끝나고 나오다가 술에 취해 동료들과 지나가는 아버지와 마주치기도 한다. 학교 주변에는 탈선의 우려가 없지만 학원 주위는 매우 많다"며 학원은 대부분 밤늦게 이용하기 때문에 더 위험스럽다고 지적한다.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시행령' 4조 3항에 따르면 '학원은 유해업소와 동일한 건축물 안에 있어서는 아니된다'라는 조항과 '연면적 1,650㎡ 이상의 건축물일 경우 학원이 유해업소로부터 수평거리 20m 이내의 같은 층에 있는 경우, 학원이 유해업소로부터 수평거리 6m 이내의 바로 윗층 또는 바로 아랫층에 있는 경우는 같은 건물 안에 유해업소가 위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학원 주변에 유흥주점이나 노래방, PC방 등의 영업을 막을 방법이 없다.

둔산 학원타운의 경우도 법원과 대전시 청사, 대단위 아파트 단지 등으로 인해 유흥가가 번창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근처에 유명 나이트 클럽, 단란주점, 노래방 등이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학생들이 매일 이 광경을 보고 다닌다.

그러나 J학원 관계자는 "사람이 많은 곳에 술집이 생기는 것이 당연하듯이 학원이 생기는 것도 당연하다. 학원들을 산 속으로 몰아 넣을 수도 없는 일이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주택가 상가 건물에도 수많은 술집, 노래방이 문제가 되지 않듯이 크게 우려할 만한 일은 아니라고 말한다.
또 학원에서 운행하는 학원차가 학생들을 바로 집에 데려다 주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한다.

만나본 학생들의 대부분은 유흥가가 학원 근처에 있다는 것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집 주위에도 그 정도 유흥가는 얼마든지 있다며 학원에 온 이상은 공부에 열중한다고 말한다.
이런 학생들을 보면서 탈선에 방치된 자신들을 제어하는 것이 아니라 공부 때문에 탈선에 눈 돌릴 겨를이 없다는 해석을 할 수밖에 없어 오히려 측은한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입시, 성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학생들에게 탈선의 길이 여과 없이 열려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무보험 학원차량 사고땐 보상 막막

또 다른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학원들의 지나친 경쟁으로 인한 '부익부 빈익빈' 현상과 질 저하 문제를 들 수 있다.
유명 강사를 확보한 학원들의 경우는 많은 학생들이 몰려 재정적인 안정으로 강사 확보에 여유롭지만 그렇지 못한 학원들은 질 낮은 강사들을 수급하고 이는 다시 학생들의 외면과 학원 경영난으로 이어진다. 때문에 유명학원 중심의 시장 점유문제가 대두된다.
이로 인해 입시 학원의 단과 수업의 경우 유명강사 수업은 60석 규모의 강의실을 가득 채우는 반면 그렇지 못한 경우 10명 내외로 큰 편차를 보인다.
김동우(가명·유성고 2학년)군은 "많은 학생들이 수업을 듣게 되면 그만큼 집중하기 어렵다. 또 학생들이 적은 경우는 잘 못 가르치는 강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믿음을 가지고 공부하지 못한다"고 말해 부자 학원, 가난한 학원 나름대로의 교육의 질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학원차 운행도 문제점 중의 하나다. 대규모 학원의 경우 학원차에 학생들을 가득 채워 운행하고 있고 소규모 학원의 경우에는 소수 차량을 운행하기 때문에 넓은 지역을 돌아다녀야 한다. 이렇다보니 운전자들이 피로감에 빠져 자칫 대형 사고가 우려된다. 또 퇴근 무렵 교통 혼잡 시간 학원 수업에 맞추기 위한 과속, 난폭 운전과 맞물려 학생들은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특히 일부 학원에서는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는 지입차를 학생 수송에 활용하는 경우도 있어 사고가 났을 경우 보상을 받을 수 없는 등의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이에 학원차 운전자들은 "새벽까지 운전을 하지만 오전에는 운행을 하지 않기 때문에 그다지 피로하지는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일부 운전자들의 경우 다른 업체나 아파트 학생들의 아침 등교 버스를 운행하는 이도 있어 안심할 수 없다.

둔산동 일대 학원타운은 질 높은 교육을 받으려 몰려드는 학생들로 열기가 대단하다. 학원들도 더 나은 교육과 서비스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속에서 학생들을 저마다 자신에게 맞는 학원을 찾아 움직이고 있어, 둔산동 학원 타운은 새벽까지 불이 꺼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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