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우한 환경 속 ′제2 타이거우즈′ 꿈꿔

 보육원 ′계룡학사′골프팀을 찾아


′계룡학사′친구들을 처음 만난 건 지난 봄 방영됐던 ′인간극장′이란 TV 프로를 통해서였다. 까맣고 조그마한 녀석들이 산이며 들을 뛰고 또 달리고 자기 키 만한 골프채를 휘두르면서 성적 때문에 때론 깊은 상처와 그리움 때문에 울고 웃는 모습들을 보면서 가슴 뭉클하고 조금은 측은하기도 했던 기억이 있다.

아직도 골프를 고급스포츠로 인식하고 있는 우리들의 사고로는 약간 생소한 느낌이 적지 않다.
충남 논산시 연산면 화악리에 자리잡고 있는‘계룡학사’는 흔히 말하는 버려진 아이들이 모여서 사는 곳이다. 부모의 형편상 임시로 맡겨진 아이들이 몇몇 있다고는 하지만 대부분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살아야하는 고아들이다. 그런데 당장 입을 것, 먹을 것조차 궁색할 것 같은 아이들에게 골프라니...
수백만원대의 고급 골프채에 한 홀에 기백 만원을 뿌리면서 한다는 내기골프나 비즈니스 골프를 생각하며 계룡학사 꿈나무를 보는 어떤 이들은 주제도 모르는 발상이라고 손가락질 하기도 한다.

계룡학사 아이들에게 있어 골프는 '꿈' 그 자체이다.
남이 쓰다 물려준 골프채를 가지고 골프장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고 눈치를 보면서 골프 공을 치지만 그러면서도 그들이 포기할 수 없는 것은 꿈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비록 남이 쓰던 골프채를 기증 받아 사용하고 좋은 시설에서 운동을 할 수 없지만 계룡학사 11명의 친구들은 미래의 타이거우즈, 박세리를 꿈꾸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계룡학사 골퍼들의 골프채 안에는 고아로서 험난한 세상에 발붙이고 살아가려는 삶의 치열한 의지가 잔뜩 웅크리고 있다. 또 그들이 날리는 작은 골프공 안에는 지금까지 살면서 겪었던 아픔과 외로움, 슬픔들이 쌓여 골프공 하나하나를 하늘로 쳐 올릴 때마다 새로운 희망을 한가득 실어주는 것이다.

골프단 창단 배경에 대해 계룡학사 유창학원장(48)은 “소외되고 사랑이 결핍된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주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들이 훌륭하게 성장해서 사회에 적응한다면 꿈을 가지고 사는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희망이 되겠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내기 위한 작업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제대로 된 자체연습장도 없이 아이들이 연습하는 모습을 지켜볼 때 가슴이 많이 아픕니다. 연습장을 지을 수 있는 부지는 확보를 했는데 막상 연습장을 만들려고 해도 설치비용이 만만치 않아 엄두도 못 내고 있는 실정입니다.”
유원장은 간이 연습장에서 연습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안타까운 듯 이야기한다.
이들이 연습하는 자체연습장이라고 해봐야 200평 남짓한 땅에 스윙연습만 할 수 있도록 앞부분에 그물망을 쳐놓고 7개 타석을 갖추었을 뿐이다. 퍼팅장은 말이 퍼팅장이지 합숙소 내부의 한켠 콘크리트바닥에 몇 개 홀을 내고 인조그린을 깔아 놓은 것이 전부이다. 이런 열악한 조건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원장의 심정이 이해가 갈 듯도 하다.

“골프를 통해서 후원이나 받아 시설에서 쓸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저희에게 후원을 안 해줘도 좋습니다. 다만 우리를 좋은 시각으로만 바라봐 줬으면 합니다. 또 우리 아이들이 매스컴을 통해 많이 소개가 됐습니다. 그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엄청난 용품과 후원금이 답지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평소보다는 문의도 많이 오고 장비나 후원금도 들어옵니다. 그러나 생각하는 것만큼 큰 도움이 되는 정도는 아닙니다.”
연습시설의 부족보다 유원장 마음을 아프게 하는 건 일부에서 이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보육원꿈나무골퍼육성후원회 한창환회장(53)는 많은 아이들에게 보다 좋은 조건으로 골프를 시키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한회장이 계룡학사와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은 대둔산CC 관리이사 시절 이들의 딱한 사정을 듣고 코스무료개방 등 편의를 제공해 주면서부터 시작됐다. 한씨는 "주위의 도움은 한계가 있지만 이들이 골프선수로 성공하기 위한 최소한의 도움만이라도 주고 싶어 후원회를 결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에 발족된 보육원꿈나무골퍼육성후원회는 전국 아동보육원시설 210개소에 수용되어 있는 1만5천여명을 대상으로 재능 있는 보육원생들이 세계적인 골퍼로 자라날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원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다. 현재는 계룡학사팀과 제주 홍익보육원팀을 후원하고 있다.

골프란 운동은 원래 돈이 많이 드는 운동이다. 달리기처럼 유니폼하나 사 입혀서 뛰게 할 수도 없고 기증 받은 골프채나 골프 공도 턱없이 부족한데다 맘놓고 골프한번 쳐 볼 공간조차 쉽게 구할 수 없다.

한회장은 올 겨울방학기간 계룡학사팀과 제주 홍익보육원팀의 유망선수 8명을 선발하여 60여일간 해외 전지훈련을 시킬 계획이다.
내년 봄에 있을 세미프로 자격증 취득을 위해서 KPGA프로, 세미프로 각 1명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하여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훈련을 시킬 예정이다.

아이들과 합숙을 하며 골프를 지도하고 있는 안철수코치(39)는 "대회에 출전하면 만나는 사람마다 하는 얘기가 골프팀 창단한지가 3년짼데 애들 몇 타나 치냐고 물어요. 언론보도를 통해서 계룡학사를 모르는 골퍼들이 없는데 기대하는 만큼의 성적이 나오지 못해 항상 부담이네요”라며 많은 관심이 오히려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이들이 좋은 성적을 내진 못했다. 하지만 좀더 나은 연습환경 조성과 많은 사회의 관심이 계속된다면 언젠가 타이거우즈를 능가하는 훌륭한 선수가 배출될 것이다.
불우한 환경을 극복하고 꿈을 이루는 골퍼가 탄생한다면 다른 불우한 환경에 있는 아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것이다.
하루빨리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에게 꿈과 용기를 심어줄 영웅이 탄생하기를 바라면 미래의 골프챔피언들과 아쉬운 작별을 했다.

보육원꿈나무골퍼육성후원회 : 전화 02-588-8898
구좌번호 : 국민은행 088-01-0238-071(예금주:보육원 골퍼 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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