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 정신 계승 과거시험 열려

 전통의상 등 옛 시험장 재현


우리 교육은 그 동안 눈부신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되었다.
그 안에는 학부모들의 교육에 대한 뜨거운 열의가 있었다. 자신은 거리에서 청소를 하는 가난한 처지라 할지라도 자녀만큼은 꼭 대학에 보내겠다는 부모들의 마음은 오늘날 초·중·고 취학율 100%에 가까운 결과를 가져왔다. 지금까지 교육은 사회·경제적 지위 상승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왔기에 학부모들은 배를 곯아가면서 자녀 교육에 애착을 가졌었고, 자녀들은 이런 부모들의 관심을 저버리지 않았다.

현재 다양한 개성을 인정한다는 교육은 방과 후 교육활동을 강화하고 열린교육을 실천한다고 해 눈에 보이는 성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요즘 학부모들의 말을 들으면, 자녀들이 일찍 학교를 마치면, 우선 불안하니까 과외를 위해 학원으로 보내기도 한다. 또, 남들이 다 하니까 더 불안해 고액의 피아노 학원이나 미술학원에 보낸다고 한다.

흔히들 목소리 높여 주장하는 열린교육이 우리 교육문화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기 때문에 오전에는 학교에서 열린교육으로 공부하고, 오후에는 부족한 학교 공부 보충하느라 학원에서 전전긍긍하는 기현상이 오고 있는 것이다.

우리 고유의 과거시험은 학생들이 오직 학업에만 전념할 수 있는 좋은 선비정신을 계승하는 전통을 만들어 주었다. 과거제도는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좋은」 입시 제도를 낳았고, 학생들은 입시제도가 주는 보상을 받기 위해 추운 겨울에도 꽁꽁 언 손을 불어가면서 공부를 하였으며, 더운 여름날에도 흘리는 땀을 닦아 가면서 인내의 정신을 길렀다.

전통 과거시험을 통한 선비정신을 잇기 위한 제3회 청소년전통과거시험이 지난 17일 대덕구청소년수련관 체육관(관장 서남구)에서 열렸다.

과거시험장을 찾는 선비들처럼 괴나리봇짐을 짊어지고 짚신을 엮어 단 자원봉사자들이 답안용 화선지를 배포한 후 시제를 주고 시·운문을 한문·한글로 자유롭게 표현, 전통과거시험을 거의 그대로 재현했다.

심사위원장인 가산 최영환씨를 비롯해 향교에서 나온 여헌 성준모, 고천 문원봉 교도, 죽향 김경자씨 등 시험관들이 관복을 입고 참석했으며, 응시자들도 회덕향교에서 제공한 선비의 복장으로 입장해 각 언론사 취재진들의 취재열기를 뜨겁게 했다.

시제는 청소년들의 시각에 맞는 '맑고 밝고 훈훈하게', '꿈과 희망', '청소년과 수련'이었다.

이날 과거시험을 참관한 학부모들은 “어느 곳에서도 이렇게 좋은 프로그램을 볼 수 없었다. 글을 지어 글씨를 써내는 어려운 시험을 치르면서 아이들이 한치씩 큰 것 같다”며 박수를 보냈다.

행사에 참석한 각계 인사들의 호응 속에 시험은 끝났고 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축하공연으로 타악앙상블, 남도민요, 풍물 등이 공연된 후 초시 급제자, 급제자, 장원 등이 발표됐다.

이날 영광의 장원 중 대전유성여고 1학년 안유진양은 관복에 어사화를 꽂고 급조된 가마를 타고 관내를 돌며 장원급제를 알렸으며 교육감이 10만원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서남구 관장은 "이번 청소년과거시험은 과거시험의 형태를 오늘에 되살려 보는 것이며 자기의 생각을 정리하는 논술시험이고, 평소에 서예를 통해 닦은 기량을 발휘하는 자리"라며 "이번 참가 청소년들에게 소중한 추억의 자리로 자리잡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