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면사포 이젠 한 풀었어요″

 장애인 합동결혼식 가슴 뭉클


"저희들 행복하게 살께요"
25일 오후 3시 대전시청 대강당에서는 소중한 행사가 열렸다. 장애인 10쌍이 꿈에 그리던 웨딩마치를 울리게 된 것이다.

사단법인 대전광역시지체장애인협회가 제3회 대전장애인 자활실천대회의 일환으로 마련한 이번 장애인 합동결혼식에는 각 지부에서 추천한 10쌍의 커플이 탄생하게 되었다.

정신지체 3급인 정금숙(33)씨는 "어제 한숨도 못 잤어요"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동안 너무 생활이 어려워서 결혼식도 못 올리고 3년을 살았어요. 신랑한테 부담될까봐 말은 안 했지만 웨딩드레스 입는 것 싫어하는 여자가 어디 있겠어요. 이제는 소원 성취한 것 같아요. 이렇게 좋은 행사를 마련해 주신 분들께 감사 드려요"라며 활짝 웃어 보인다.

신부대기실에 대기하고있는 신부들은 하나같이 긴장한 모습으로 자원봉사자들에게 이것저것 결혼식 진행 절차에 대해 물어보는 등 긴장한 모습이었다.

신랑들도 떨기는 마찬가지였다.
대기실이 답답한지 로비로 나와 커피를 마시는가 하면 연신 담배를 피워대는 등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오후 3시 신랑신부입장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결혼식이 진행되었다.
신랑신부 중 일부 참석자들은 지팡이를 짚고 나오기도 하여 하객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결혼식이 진행되는 동안 청각장애인을 위해 자원봉사자가 주례사를 수화로 옮겨 주는 등 장애인들을 위해 세심한 배려까지 아끼지 않았다.

(사)한국지체장애인협회 장기철 회장은 주례사를 통해 "몸은 비록 불편하지만 서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신체적 장애를 극복해서 아름다운 가정을 이루기를 바란다"고 말하고 이들을 축복했다.

결혼식이 진행되는 동안 대부분의 신랑신부들이 눈물을 흘렸으며 하객들도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사)대전시 지체장애인협회 박철회 회장은 "대부분 장애인들이 어렵게 살기 때문에 결혼식을 올리고 싶은 마음은 있어도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어 그냥 사시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분들 대부분이 면사포 한번 써보는 게 소원입니다. 같은 장애인으로서 항상 안타깝게 생각해오다 지난 99년부터 합동결혼식을 해오고 있습니다"며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

한편 합동결혼식에 앞서 진행된 제3회 대전장애인 자활실천대회에서는 장애인고용 및 교육에 헌신한 사람들에 대한 시상을 갖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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