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 농업분야 구조조정 요구

 쌀농사 1년 수지 분석표


지난 17일 충남 논산시 농민회 회원들이 쌀 수확을 앞둔 논을 갈아엎었다.
농촌 사정이 과연 논을 엎을 만큼 절박했을까.
대전에서 쌀 농사를 주업으로 하는 성노현(48·대전시 유성구 금탄동)씨를 만나 1년 벼농사 수지계산을 따져봤다.

성씨의 55마지기(11,000평)농사의 1년 총 순소득은 16,576,395원. 그나마 정부수매가격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실제 소득은 이보다 적다.

 단위:원                               (기준:년 1기작 200평당)


"이렇게 나가다가는 2-3년 안에 농사 포기해야 돼요. 어디 수지타산이 맞아야 농사를 지어먹을게 아닙니까. 옛날에는 쌀 농사에 들어가는 돈이라고 해봐야 품삯하고 농약 값 정도면 됐어요. 하지만 요즘은 영농 기계화다 하면서 전부 기계로 짓잖아요. 기계 값이 한 두푼 하는 것도 아니고 임대료도 얼마나 비쌉니까. 농약 값은 껑충껑충 뛰는데 쌀값은 제자리걸음이잖아요. 우리 같은 농민들 이러다가 전부 망해요"
농사얘기만 나오면 열이 난다는 성씨의 말에 공감이 간다.

대전시 신지식 농업인으로 선정된 서일호(26·대전시 유성구 상대동)씨도 별반 다르지 않다.
서씨는 '고라질 쌀'이라는 고유상표를 개발해 직거래, 인터넷 판매 등을 통해 독자적인 판로를 개척해 조금은 나은 편이지만 그래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7만평 농사에 1년 소요되는 비용이 총 2억원이고 경영비 1억원을 빼고 나면 순이익 1억원이 남는데 3명이 동업을 하기 때문에 1인당 3천3백만원이 소득이다. 350마지기 농사꾼치고는 적은 소득이다.

인건비, 기계비, 농약, 비료 등 영농 원가는 계속 상승하는데 비해 쌀 수매 가격 상승폭은 미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주먹구구식의 쌀 수매 정책 또한 농민들을 울리고 있다. 도대체 기준이 없다는 게 농민들의 불만이다. 올해도 그렇다. 당초 150만석을 수매한다고 했다가 논을 갈아엎고 농심이 분노하자 이번에는 250만석으로 늘렸다. 그러니 농가에서 계획생산을 할 수가 없다.

언론 보도에도 불만이 많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풍년이 들어 쌀값이 하락할거라고 예상 보도하면 정미소등에서 가격이 더 떨어질 때를 기다리며 쌀을 사주지 않아 농민들의 애를 태우기도 한다.

농민들은 정부의 농업분야에 대한 구조조정을 바라고 있다. 일반기업에 대해서는 부실기업을 정리하고 기업활성화 방안을 내놓는 등 다양한 지원방안을 제기하고 있지만 유독 농업정책은 제외되고 있다. 알아서 농사짓다가 망할 사람은 망하라는 얘기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는 게 농민들 주장이다. 푸대접이 아니라 무관심하다는 뜻이다.

農者之天下地大本이라고 했다.
우리가 농업국가에서 산업국가로 산업의 근간이 바뀐 것이 30-40년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반세기도 되지 않아 농업기반이 흔들린다면 농업이라는 단어가 우리의 기억 속에서 사라질지도 모르는 절박함이 현실로 다가온다.
농민이 벼논을 갈아엎는 세상은 분명 잘못된 세상이다.
하지만 자본주의국가에서 경제 행위에 대한 반대급부가 적절하지 않다면 언제든지 반복될 수 있다. 수확을 포기하는 농정은 실패한 정책이다.
올해 쌀 농사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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