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인사도 과거 정부와 다를바 없는 낙하산 인사라면 이 정부에 더이상 무엇을 바랄수 있겠는가.

대전의 정부 모산하기관에 근무하는 서기관급 관계자가 던지는 말이다.

인사가 만사라고 했는데 또 망사가 되는 것 아닌지에 대한 우려에서 나온 하소연일 것이다.

낙한산인사가 이루어지는 배경에는 "대통령이 자신의 주변사람외에 믿을 만한 사람이 없고 정부산하기관에 대한 전문성을 전혀 무시하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지적이 가슴에 와닿는다.

청와대가 22일 한국철도공사 사장에 이철 전 의원을,한국조폐공사 사장에 이해성 전 청와대 홍보수석을 각각 내정한 것과 관련, '낙하산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지난해 4.15 총선에서 이철 전 의원은 부산 북.강서갑, 이해성 전 수석은 부산 중.동 지역에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정치인들로 해당 기관과 관련된 경력은 전무하기 때문이다.

이철 전 의원은 정권 출범기에 문화관광부 장관에 이어 지난해 4월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 사장으로도 물망에 오르다가 논란이 일자 고사한 바 있다. 이해성 전 수석도 낙선 후 한국토지공사 비상임이사로 재직하다가 이번에 조폐공사 사장이 됐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23일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조직 장악력, 노조와 협상력 등 통합적 관리능력을 고려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부관료, 정부 산하기관장, 청와대 보좌진 등 최근 인사에 노 대통령의 측근이나 지난해 총선 낙선자 등 '보은인사'가 줄을 잇고 있어 '낙하산 인사' '보은 인사'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YS정권때 경제수석을 지냈던 한이헌씨를 기술신용보증기금 이사장으로 임명했다. 한 전수석은 지난 2002년 지방선거 때 당시 노무현 후보가 속해있던 민주당 공천으로 부산시장에 출마해 낙선했다.

앞서 6월 초에는 지난 대선 때 노 대통령 경기.용인 선거대책본부장을 지냈던 김학민 전 청와대 인사수석실 자문위원이 한국사학진흥재단 이사장에 임명됐다.

이영탁 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도 청와대 국무조정실장을 지내다 지난해 총선에서 경북 영주에 출마해 낙선한 케이스. 작년 말 이 이사장이 임명할 당시 증권노조가 '낙하산 인사'라며 반대하기도 했다.

전 통산산업부 장관인 정해주 한국항공사장은 지난해 총선에 경남 통영고성에서 출마했던 인물이고, 창원시장을 사퇴하고 경남 창원갑에 출마했던 공민배씨는 대한지적공사 사장으로 임명됐다.

비교적 조용히 임명할 수 있는 공기업 감사 등 임원 자리에는 노무현 대통령 후보 당시 특보 등 대선 때 공을 세웠던 인사들이 대거 진출해 있다. 심기섭 농수산물유통공사 감사, 여익구 한국남동발전 감사, 이충렬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감사 이동섭 대한석탄공사 감사, 안준노 한국산업안전공단 감사, 김도훈 한국마사회 상임이사, 이종우 한국마사회 상임이사 등이 이들이다.


노 대통령 측근이나 지난해 총선 출마자들은 공직에도 대거 진출해있다. 지난 4월에는 열린우리당 울산시당위원장을 지낸 송철호 변호사가 국민고충처리위원장에 임명됐다.

오거돈 해양수산부 장관은 작년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바 있다.

윤덕홍 한국학중앙연구원장도 참여정부 초대 교육부총리 출신으로 대구 수성을에 출마했다가 낙마한 케이스이며, 권욱 소방방재청장은 1급이었던 민방위재난통제본부장직을 사퇴하고 경남 의령.함안.합천에 출마한 바 있다.

최근 대통령 정무특보로 임명된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도 지난 총선에서 경남 남해.하동에서 낙마한 바 있다. 김 특보는 내년 있을 지방선거에서 경남지사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올초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으로 잉명된 이강철 수석도 노 대통령 최측근으로 대구 동구갑에서 출마했었다.

또 소위 노 대통령 부산 386 인맥 3인방인 최인호 청와대 부대변인(부산 해운대.기장갑), 정윤재 국무총리 민정2비서관(부산 사상구), 송인배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경남 양산)도 모두 낙선 후 공직에 임명됐다. 노혜경 국정홍보비서관(부산 연제)도 부산지역에서 총선 출마한 경력이 있는 비서관이다.

이철 전 의원, 이해성 전 수석의 인사 사실이 알려지자 한나라당은 맹비난하고 나섰다. 한나라당 이정현 부대변인은 22일 논평을 통해 "노 대통령은 '낙하산 대통령'"이라며 "낙하산이 인사 철학이고 소신인 것 같다. 어쩌면 낙하산 인사밖에 할 줄 모른지도 모른다"고 힐난했다.

이 부대변인은 "더욱 가관인 것은 낙하산 내정을 해놓고도 형식적으로는 공모를 한다고 연막을 피운다는 점"이라며 "또 인사 청탁을 하면 패가망신시키겠다고 그럴 듯한 바람까지 잡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연히 대부분의 공기업마다 부실 경영이 만연해 그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며 "노무현 대통령은 이것도 노무현 대통령 방식의 개혁인지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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