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이기진 기자 2년간 여론 조성
 사유물 전락할 휴식공간 시민 품 되돌려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을 지닌 한 언론인의 2년에 걸친 끈질긴 노력이 대전시민의 휴식공간인 장태산 휴양림을 시민 품으로 되돌렸다.

종교단체나 기업체의 사유물로 전락할 뻔했던 장태산 휴양림을 영원한 시민휴식 공간으로 지켜낸 장본인은 이기진 동아일보 기자(대전주재).

가족과 함께 장태산 휴양림을 찾았던 이기자는 울창한 수림과 수려한 경관에 매료돼 장태산 휴양림의 팬이 됐다. 주말이면 가족들과 이곳을 찾았던 이기자는 우연히 입장객 감소 등으로 경영난에 봉착해 경매에 부쳐질 위기에 처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더욱이 한 독림가가 30여년에 걸쳐 만든 24만평에 달하는 휴식공간을 사리사욕에 어두운 일부 부동산 업자나 종교단체, 대기업이 군침을 흘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된 이기자는 시민 휴식공간으로 지켜야 한다는 당위성에 대한 여론 조성에 나섰다.

이기자는 지난 2000년 11월 '장태산 휴양림 자금난 누적 경매처분'이라는 제하의 첫 보도를 시작으로 '장태산 휴양림 매각 안될 말', '온전히 지켜야할 장태산 휴양림' '장태산 휴양림 시민곁 떠나나' 등 2년에 걸쳐 무려 16회의 장태산 휴양림 관련기사를 보도함으로써 관심을 유도했다.



경영난으로 경매위기…종교단체 등서 군침

한때는 시민단체와 연계해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을 펼쳐보자는 생각도 했으나 40여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자금을 시민들에게 모아야 한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딪혀 대전시가 나서야 한다는 쪽으로 여론을 형성시켰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전시는 여전히 미온적인 자세를 버리지 않았다. 사유재산을 인수할 만한 근거법률이 없다는 이유에서 였다.

이기자는 시간이 주어질 때마다 장태산 휴양림 보존대책을 촉구하며 대전시를 설득하는 동시에 산림청, 국정원 등 관계기관과 접촉해 장태산 휴양림이 시민 품에 남아있어야 하는 당위성을 역설하고 협조를 구했다.

이런 가운데 8개월여만인 지난해 7월부터 '장태산 용태울 계곡 러브호텔 건립' 보도를 계기로 침묵을 지키고 있던 지방 언론들이 동참, 관련기사들을 보도하면서 장태산 휴양림 보존에 더욱 힘을 얻게 됐다.

장태산 휴양림에 대한 집중보도를 하면서 회사 데스크나 주변 사람들로부터 오해를 사는 등 어려움도 많았다.

16차례 보도…데스크 직접 설득도

2년동안 기사를 집중적으로 쓰자 '장태산 휴양림 측과 특수관계에 있다' '일부 지분을 받기로 했다'라는 등의 악성 음해가 나돌기도 했고 데스크로부터 '또 장태산 휴양림이냐'는 오해성 질책도 터져 나왔다.

이기자는 이런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장태산 휴양림을 찾을 때마다 입장료나 제반 비용을 철저히 지불하는 등 행동거지를 주의하면서 본사 데스크를 대전으로 초청해 장태산 휴양림을 직접 찾게 한 뒤 보존해야 하는 당위성을 브리핑함으로써 이해를 시켰다.

결국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장태산 휴양림이 특정 종교단체 등에 넘어 갔을 경우 시민들로부터 쏟아질 엄청난 비난에 대한 경고를 함으로써 대전시와 시의회를 움직였다. 대전시는 지난 26일 대전지법에서 열린 경매에 참여, 42억2천만원에 장태산 휴양림을 낙찰 받았다.
2년에 걸친 이기자의 장태산 휴양림 보존 노력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이기자의 장태산 휴양림 사랑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기자는 대전시가 인수한 장태산이 온전한 모습으로 보존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시설을 개선한다는 미명아래 포크레인이 휴양림을 파헤치는 그런 모습은 절대 없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불편함을 없애는 선에서 시설을 개·보수 해 편안하게 시민들이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남기를 바란다.

또한 휴양림 입구나 용태울 저수지 주변에 식당, 러브호텔 등이 무분별하게 들어설 경우 장태산 훼손은 불보 듯 뻔하다며 난개발을 막기 위해서는 일정기간 지자체에서 정책적으로 개발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지역언론인 역할 되돌아 보는 계기

30년간 나무을 심고 가꾼 장태산 휴양림 임창봉 대표에게도 미안한 마음을 금치 못한다. 개인적으로 200억원이라는 돈과 인생을 투자했는데 경매 처분된 후 그에게 남은 것은 빚밖에 없기 때문이다. 휴양림을 가꿔온 노하우를 활용한다는 차원에서 최소한 빚을 갚을 때까지 만이라도 대전시가 이들에게 위탁 운영했으면 하는 것이 개인적인 소망이다.

이기진 기자는 "대전시민 누구나 인정하는 휴식공간인 장태산 휴양림이 대전시가 매입함으로써 시민 품에 남게 돼 정말 기쁘고 뿌듯하다 "며 "앞으로 시민들이 가꿔나가는 편안하고 깨끗한 휴식 공간으로 자리잡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칫 시민 품을 떠날 뻔했던 휴식공간을 지역발전에 대한 뚜렷한 사명감으로 지켜낸 한 기자의 끈질긴 노력이 지역 언론인으로서의 역할을 새삼 되돌아보게 하고 있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