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내일신문 본부장 딸 하늘양 '엄마사랑 블로그'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것이 사람 일이다. 행복과 불행의 시간은 어찌 그리 순식간에 교차하는지...   

많은 사람들이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통해 함께 단란한 생활을 유지해오다 어느날 문득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는 아픔을 겪곤한다.

청소년 시기에 갑작스럽게 찾아온 이같은 아픔은 자칫 방황의 길로 빠질 수 있는 위기를 가져오게도 한다.
 
불과 며칠전 어머니를 떠나 보낸 둔원고 2학년에 재학중인 김하늘 양. 그녀는 엄마를 잃은 슬픔을 접고 '아름다운 그녀, 정은경'이란 블로그(http://blog.daum.net/skymamm-newjp)를 지난 22일 오픈해 엄마와의 아름다운 추억들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어 귀감이 되고 있다.

하늘 양은 내일신문 김종필 대전충남 본부장의 딸로 지난 17일 오랜기간 지병을 앓아온 엄마를 떠나보내야 했다.  

내일임산부 기체조 교실 대전센터장을 맡아오던 고 정은경 씨는 지난해 3월게 난소암 판정을 받고 투병생활을 해오다 끝내 44세의 나이에 영면했다. 
 
그녀가 사랑한 음악들, 그녀가 사랑한 책들, 그녀가 사랑한 영화들 등 엄마가 살아생전에 좋아했던 것들을 담고 있는 것은 물론 고 정은경 씨의 풋풋한 학창시절 모습부터 결혼, 신혼여행 등 세 가족의 단란한 모습이 담겨있기도 하다.

특히, 하늘양이 게시판에 남긴 '블로그에 방문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라는 장문의 글은 엄마를 향한 애틋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하늘양은 살아생전 엄마의 모습을 이렇게 기억했다.

"엄마와 함께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셨을 테지만, 엄마는 나만의 '엄마'로서만이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도 너무 멋있는 분이었어요. 몸집은 작지만 당당하고 주체적이고, 또 동시에 맘이 여리시고 따뜻한 분이셨죠. 그리고 사람들을 대하는 따뜻하고 인정 많은 태도 또한 엄마의 멋진 점이라고 생각해요"

또, 엄마가 세상을 떠났을 당시 느꼈던 하늘양의 심정이 고스란히 담겨있기도 했다.

"이렇게 멋진 사람이어서, 하느님이 일찍 데려가셨나, 이런 생각도 했어요. 저도 참 많이 하늘을, 세상을 하늘을 원망하고 좌절했어요. 왜 하필 이렇게 예쁘고 착한 엄마를 데려가시고, 하필 이렇게 행복한 가족에게 이런 슬픔을 주시냐구요.. 

그러나, 슬픔도 잠시 하늘양은 "엄마가 너무 아름다운 사람이었기에, 그것을 엄마를 아는 다른 사람들과 엄마의 삶에 대해서 공유하고 또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바로 뒤따랐다" 며 "앞으로 나는 엄마가 사랑한 음악, 영화 여행지 등을 시간 날 때마다 올리면서 엄마랑 소통할 생각이다" 고 말했다.

그리고, 하늘양은 블로그를 통해 엄마를 기리며 앞으로 열심히 살겠다는 다짐도 잊지 않았다.  

"엄마를 사랑하는, 우리 가족을 응원해주시는 많은 분들도 이 블로그에 가끔 들려주셔서 엄마를 기억해 주세요. 많은 분들이 응원하고 계시고, 엄마가 우릴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을 테니까 아빠와 저도 힘을 낼게요.

앞으로도 많이 무너지고 힘들겠지만, 엄마를 위해서라도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다짐하고 있어요. 엄마 삶속에서의 미덕이나 올바른 자세를 제가 갖추려고 노력하면서 열심히 사는것이 엄마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해요. 열심히 사는 제 모습 지켜봐 주실거죠"

다음은 하늘 양이 ‘블로그에 방문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쓴 글의 전문.  

김 본부장의 딸 김하늘 양과 고 정은경 씨의 오래전 모습.  

저의 가장 큰 자랑거리이자 보물이었던것은 저의 가족이었습니다.

누구에게도 가족은 소중한 것이지만, 저에게 가족은 너무나 특별한 것이에요. 내 또래의 아이들을 보면 엄마아빠는 그저 '부모님'으로서의 의미만 있는 아이들이 많지만, 저에게 엄마아빠는 너무나 가까운 친구, 인생선배, 안식처, 부모님이랍니다.

내가 외동딸인데다가 엄마가 친하신 분들도 다들 멀리 사셔서 아빠가 회사에 가 계실 때는 엄마와 난 단짝 친구처럼 많은 시간을 보냈어요. 난 친구들이랑 노는 것보다 엄마랑 같이 하는게 더욱 즐거웠죠. 우린 같이 영화보고 맛있는 것을 먹고.. 둘만 있는데도 뭐가 그렇게 할 일이 많았는지..
엄마와 나는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나는 모든 시시콜콜한 얘기를 다 엄마와 하고, 그럴 때마다 엄마는 항상 진지하게 들어주시고 따뜻하게 응해주셨어요. 엄마도 아빠한테는 하지 못하는 이야기나 엄마의 심정 같은것들을 나에게 많이 말씀하셨구요. 엄마와 난 답답할 때 수다를 떨면서 낄낄 대기도 하고, 때론 진지한 화제를 두고 나름대로 토론하기도 했어요.

내가 조금씩 커가면서는 인생에 대해서 조언도 해주시고, 무엇보다 나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셨어요.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눈을 반짝이며 들어주시는 엄마 덕분에 난 어떤 얘기도 고민도 말하곤 했죠. 주변 사람들이 아니 다 큰 딸하고 엄마가 어쩜 그렇게 할 말이 많냐고 부러워 하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나에게 무서운 엄마 이시기도 했죠. 옳고 그른것이 분명하시고, 자신의 딸이라도 옳지 못한 것을 하려고 하면 나의 잘못을 얘기하시고, 옳은 것에 대해서 설명해주셨어요.

난 학교에서나 다른 어른들 앞에서는 의젓해지고, 친구들도 다 언니같다고 하지만, 엄마 아빠한테는 애교도 많이 부리고 덤벙거리는 그저 어린 딸이기도 했죠.. (아빠도 바깥에서는 중후하고 진중한 남자지만, 집에서는 얼마나 귀여우신데요ㅎㅎ)

내가 학교나 학원에 시간이 잘 안나더라도 우리 가족은 주말이면 한적하고 아름다운 곳(특히 엄마가 좋아하시는 곳이에요)으로 여행을 가거나 영화를 본다거나 같이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어요..

엄마는 애정표현을 잘 안하시는 편이시긴 했지만, 난 엄마의 사랑을 매일 매일 느끼고 있었어요. 서로 섭섭해하거나 마찰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난 솔직히 다른 또래에 비해서 너무나 서롤 아끼고 사랑하는 가족이 있다는 행복함 때문에 가끔은 불안할 정도였죠..
 
나는 엄마 아빠의 지지와 믿음 속에서 내 행동에 대한 책임감이나 성실함을 내 스스로 가지려 노력하게 된 것 같아요. 하지만 막연한 믿음, 방관이 아니라 저에게 아낌없는 믿음과 사랑을 주시고, 또 제가 판단하도록 해주셨어요. 전 제가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엄마아빠에게 상의하고, 엄마아빤 진지하게 듣고 결정에 도움을 주셨죠.

엄마와 함께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셨을 테지만, 엄마는 나만의 '엄마'로서만이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도 너무 멋있는 분이었어요. 몸집은 작지만 당당하고 주체적이고, 또 동시에 맘이 여리시고 따뜻한 분이셨죠.

엄마가 열심히 일하신 임산부 기체조 교실.. 생명의 탄생을 소중히 생각하고 사랑하지 않으면 기쁜 마음으로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엄마는 그 일을 옆에서 제가 지켜보더라도 기쁜 마음으로 하셨고, 뿌듯함을 느끼시곤 하셨어요.

그것 말고도 난 엄마아빠께서 하시던 학생운동에 대해서 알고 있어요. 아직은 어려서 잘 모르지만, 그렇게 '옳지 못한 것'에 대해서 똑바로 지적하고 용기내어 바꾸려고 노력할 수 있는것.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부조리한 것에 맞서서 대항할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해 너무나 자랑스러움을 느꼈어요. 좀 커서야 그것이 무엇인지, 그게 얼마나 어렵고 힘든 싸움이었던 것인지 알게 돼었죠. 그렇게 세상을 똑바로 보고 그것이 옳지 못하다면 대항할 수 있는 용기를, 그런 자세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사람들을 대하는 따뜻하고 인정많은 태도 또한 엄마의 멋진 점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의 하소연, 힘든 점을 참 잘 들어주시고 함께 나누셨던 분이셨죠.. 때로는 걱정스러운 표정과 온화한 미소로, 때로는 엄마 특유의 화통한 너털웃음으로 사람들을 대하시는 것을 보면서 우리 엄마지만 참 아름답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어요.. 주변사람들한테, 특히 가족한테 자신의 힘든점을 잘 하소연하지 않으시고 묵묵히 가족 뒤에서 헌신하셨어요. 남의 아픈점은 잘 헤아려 주셨으면서 자신의 힘든 점은 잘 돌보시지 않으셨어요.. 그걸 생각할 때마다 너무 가슴이 아프답니다...

사람들 뿐만 아니라 작은 식물이나 꽃들도 그것의 아름다움, 특징 하나하나를 살피시곤 하셨죠. 사람들이 많이 알지 못하는 엄마의 꿈이 있는데, 그것은 숲 해설가이었어요. 엄마가 투병중에 저한테 말씀해주신 거랍니다.. 숲에 있는 모든 나무나 식물, 야생초 등 꾸며지지 않은 아름다움을 좋아하셨어요. 엄마는 그런것들을 만나고 관찰하면서 글로 적어나가기를 원하셨던거에요..

이렇게 자신의 '엄마'에 대해서 자랑할 거리가 많은 딸 보셨나요?ㅎㅎ 눈꼴시린다고 하실 분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엄마는 정말 그런 분이셨고, 저한테 그런 사람이었어요. 엄마가 가는 순간, 엄마가 너무나 아파서 유언을 남긴다거나 하는 마지막 시간을 함께하지 못했지만, 엄마의 이런 삶에 대한 태도, 사람들에 대한 태도 등이 엄마가 나에게 남긴 사랑이자 앞으로 내가 살아갈 때 삶의 지표가 될 수 있는 유언이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멋진 사람이어서, 하느님이 일찍 데려가셨나, 이런 생각도 했어요. 제가 무슨 부처도 아닌데 이렇게만 생각했겠나요..저도 참 많이 하늘을, 세상을 하늘을 원망하고 좌절했어요. 왜 하필 이렇게 예쁘고 착한 엄마를 데려가시고, 하필 이렇게 행복한 가족에게 이런 슬픔을 주시냐구요..

아직은 엄마랑 가고 싶은 곳도 많고, 나누고 싶은 이야기도 많은데 왜 저한테서 이렇게나 일찍 엄마를 데려가시냐구요.. 아직은 어리지만 지금껏 살면서 이렇게 가슴이 아팠던 적은 없었어요. 엄마가 투병 중에도, 중환자실에 계실 때에도 계속해서 부정하고 무서워서 입 밖으로 꺼내고 싶지도 않았던 엄마의 죽음.. 이렇게 갑작스럽게 맞닥뜨리고 나니까 참, 많이 아파요.

우리 아빠도, 나도 너무 허탈하고 괴로워요. 엄마랑 이렇게 행복하게 지냈기에, 행복한 추억이 너무너무 많기에 어떻게 보면 안도가 되기도 하고 또한 더 아프기도 해요. 엄마가 그렇게 아프고, 또 갈 수 밖에 없다는 게 안타까우니까요..

저도 딸로써 크게 엄말 맘 아프게 한 적이 없는 것 같아 큰 한은 없지만, 안타까움에 가슴이 저려요. 그래도. 아빠와 나는 엄마가 너무 아름다운 사람이었기에, 그것을 엄마를 아는 다른 사람들과 엄마의 삶에 대해서 공유하고 또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바로 뒤따랐어요.

행복한 매순간이 담겨있는 사진들을 앨범에서 찾아 스캔하고, 또 그걸 컴퓨터에 재구성해서 올리는 작업.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 일이 저한테, 우리 아빠한텐 매우 소중해요.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이니까요. 또 내 생각이나 코멘트를 달면서, 나는 어떻게 보면 엄마가 살아있을 때보다 엄말 더 잘 느끼고 사랑하게 된 느낌이에요.

앞으로 나는 엄마가 사랑한 음악, 영화 여행지 등을 시간 날 때마다 올리면서 엄마랑 소통할 생각이랍니다.. 엄마를 사랑하는, 우리 가족을 응원해주시는 많은 분들도 이 블로그에 가끔 들려주셔서 엄마를 기억해 주세요. 많은 분들이 응원하고 계시고, 엄마가 우릴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을 테니까 아빠와 저도 힘을 낼게요.

앞으로도 많이 무너지고 힘들겠지만, 엄마를 위해서라도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다짐하고 있어요.
열심히 사는 제 모습 지켜봐 주실거죠?...

전 아마도 혼란스럽고 힘든 결정을 할 때마다 엄마라면 어떻게 했을까.. 라는 생각을 할 것 같아요. 아빠도 그러실 것 같구요.. 그만큼 아빠와 저에게 든든한 사람 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엄마의 사랑과 아빠, 제가 있기 때문에 전 힘이 나요. 그리고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 한테 '우리 엄마는 이러이러한 분이셨어.. 너무 멋지지? 내가 제일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이야. 너도 금방 좋아하게 될걸?

'하면서 엄마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게 행복해요. 그런 사람의 딸이었다는게.. 아마 이렇게 일찍 갈 걸 알고 열심히 살고 또 다른 엄마들은 오랫동안 조금씩 사랑할 것을 짧은 시간에 많이 사랑해주고 행복하게 살았나봐요.

아빠 말대로 저는 엄마의 분신이니까, 엄마 삶속에서의 미덕이나 올바른 자세를 제가 갖추려고 노력하면서 열심히 사는것이 엄마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해요. (엄마의 미모도 이어갈게요~ㅎㅎ)

계속 이렇게 다짐하고 있지만 아직은 힘든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는 저 대견하죠?ㅎㅎ많이 응원해주시고 기도해주세요.
생각나는 대로 써서 주절주절 말이 많았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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