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대학교 봉사 동아리 ′나눔터′는 22년간 보육시설을 방문하며 온돌 같은 사랑을 전하고 있다.
올 겨울은 유난히 일찍 찾아왔다. 달력이 얇아지면서 갑자기 얼어붙은 경제사정으로 주위의 복지시설에 닿는 온정이 끊겨 더욱 춥게만 느껴지는 겨울이다.

부모 없이 보육원에서 생활하고 있는 어린이들을 22년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돌보아 온 대학생들의 사연이 전해지면서 꽁꽁 언 사회를 녹이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한남대학교 봉사동아리 ′나눔터′.
나눔터는 순수 봉사동아리로 1980년 5명의 회원으로 창립한 이후 현재까지 매주 금요일 저녁 보육원을 방문해 가정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어린이들의 든든한 가족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는 약 20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1980년 5명으로 시작한 순수 봉사동아리

나눔터 회원들에게 매주 금요일 저녁은 대전시 연축동에 위치한 성우보육원을 방문하는 날로 정해져 있다.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아이들에게 과외 교사 노릇을 하고 있다. 국어, 영어, 수학 등 가족이 있는 아이들이 사설 학원을 다니며 받는 과외 공부를 나눔터 회원들이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성우 보육원생들의 천진난만한 모습.
신나게 뛰어 놀아야할 나이에 공부만 한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서너명의 아이들과 함께 방안에서 요즘 유행하는 ′쿵쿵따′′3·6·9′게임도 하며 국어, 수학 과목의 공부 아닌 공부를 하고 있다. 가끔은 보육원 관계자들로부터 너무 시끄럽다는 지적을 듣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정말 원하는 것은 형, 언니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기에 될 수 있으면 가벼운 마음으로 아이들을 만난다.

마냥 신나게 노는 것만은 아니다. 동아리 회원들은 보육원을 찾는 금요일을 제외하고는 아이들을 위한 개별 맞춤 학습 계획을 세우고 미아 방지를 위한 이름표 달아주기 운동 등을 펼치기도 한다. 이에 그치지 않고 아이들의 여름, 겨울 캠프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도 마다하지 않는 기특함도 보인다.

이번 여름에는 충북 옥천 야영장으로 보육원생 30여명을 초대해 1박 2일간 ′사랑의 캠프′를 열었다. 하지만 80만원의 경비 중에서 대전종합사회복지관으로부터 지원 받은 금액을 제외하고 20여만원의 경비를 동아리 회원들이 아르바이트를 해 모은 돈으로 충당했다. 겨울 방학에는 ′떠나자 세상 속으로′라는 프로그램으로 학교를 떠난 아이들이 느낄 수 있는 공허함을 채울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백일장·명절행사 등 마련 '사랑 나누기'

95년 모 라면 생산 업체에서 컵라면 봉지에 붙어 있는 쿠폰을 수 천장 모아올 경우 농장을 견학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행사 소식을 듣고 50여명의 전 동아리 회원들이 며칠 밤 낮 동안 쓰레기통을 뒤져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캠핑을 갈 수 있었던 사건은 동아리 회원들 사이에서 아직도 전설로 회자되고 있을 정도이다.



특히, 매년 가을에는 이 동아리를 졸업한 선배들로 구성된 ′한남대학교 나눔터 모임회(한나회)′와 함께 일일찻집을 열어 이 수익금으로 대전종합사회복지관에서 추천 받은 소년·소녀 가장 2명에게 장학금을 전달해 오고 있다.
이밖에도 백일장, 사생대회, 명절 행사, 다과회 등을 통해 가족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등 동아리 이름에 걸 맞는 나눔 행사들을 열고 있다.

22년간의 아름다운 봉사활동이 어려울 만 하지만 정작 동아리 회원들은 아이들의 맑은 웃음으로부터 얻는 것이 더 많다며 겸손해 한다.

동아리 회장인 박창일(22·한남대 기계공학과 2년)씨는 ″매주 ′우리′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나눠주기보다는 오히려 많은 것을 얻어 돌아옵니다. 가족의 사랑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다른 아이들보다 더 밝고 다른 사람을 아끼고 배려하는 모습을 보며 스스로 반성의 기회를 갖습니다. 저 자신에 대해 부모님에 대해 감사의 마음이 깊어집니다″라며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였다.

″오히려 얻는 것이 많다″겸손함 보여

◈봉사동아리 나눔터 박창일 회장.
그는 이어 ″최근에는 부모가 있는데도 이혼이나 가정 불화로 보육시설에 올 수밖에 없는 아이들이 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부모의 역할을 할 수는 없겠지만 형이나 언니의 따스한 마음을 전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라며 수줍게 웃었다.

개인생활이 중시되는 대학생활로 변모해 버려서 인지 동아리에 가입하는 신입생들의 숫자가 점차 줄어들어 활동이 점점 위축되고는 있지만 자신들이 나눌 수 있는 것이 없을 때까지는 아이들의 곁을 지키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선거철만 되면 어려운 이웃들에 대한 온정의 손길이 끊어진다. 연일 언론에서는 대통령 후보들이 열을 올리는 장면만 연출될 뿐 우리 이웃들의 모습은 춥고 외로운 겨울은 가려지고 있다. 굳이 22년이라는 숫자를 강조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나눌 수 있는 부분을 소외 받은 아이들과 함께 하며 행복을 느끼는 젊은이들의 가슴에서 은근히 열기가 전해지는 온돌의 따스함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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