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대에서 일반대학 최초 맹인 교수가 탄생할 수 있을까.
장애인의 사회활동이 보편화되면서 한남대에서 최근 시각 장애인이 교수 채용 최종 심사에 올라 결정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더구나 이 장애인은 사회복지학과 교수에 응모해 채용이 확정되면 장애인의 사회 참여폭을 넓히는 상징적인 결과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교수협의회에서 해당학과 교수진들의 의견과 교수 채용 시 기준이 되는 신앙심 문제를 거론하면서 반대 입장을 보여 시각장애인 교수 선발을 위해서는 학교 측과 교수협의회 간에 의견 절충이 남아있다.
◈한남대 사회복지학과에 시각장애인 교수 채용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남대는 지난 해 말부터 교수 채용과 관련한 인선위원회를 열고 3차에 걸쳐 심의를 했다. 이 중 사회복지학과에는 시각장애인을 포함, 3명이 최종 후보에 올랐다. 심사 대상자로서 확정된 3명의 후보가 최종 면접 당일, A후보는 신앙 부적격자로 학교 측에서 부정적인 의견을 내었고 또 다른 한 명은 결시, 나머지 한명인 시각 장애인 B후보가 적절한 인물로 결정이 났다.

인선위원회는 총장, 부총장, 각 대학원장, 각 대학장, 본부처실장, 교목실장 등으로 구성되며 미션 계통인 한남대에서는 신앙심 문제를 교수 채용에 참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앙심은 미국 선교사의 건학 이념을 뒷받침하면서 한남대 전통을 이어가는 중요한 가치관이 돼 교수 선발 기준 중 하나가 되고 있다.

이를 두고 인선위원들 간에도 이견이 있어 내부적으로 의견 조율에 상당한 진통을 겪었으나 투표를 거쳐 시각장애인이 B모 박사(38)의 채용을 확정했다. B박사는 한남대, 목원대 사회복지학과에서 강의를 하고 있으며 중앙대 사회복지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피츠버그 대학에서 9년에 걸쳐 석,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 맹아학교를 수석으로 합격하는 등 신체적인 장애를 정신력으로 슬기롭게 극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초등학교 6학년 때 안구제거 수술로 두 눈을 잃으면서 ‘맹인’이 되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기도 했다.

B박사 채용을 둘러싸고 실질적인 구속력을 갖춘 인선위 참여 교수들은 결정 사항인 만큼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 반면 교수협의회 측은 불가 의견을 제시해 갈등 국면을 맞고 있다. 교수협의회 측은 교습능력 등을 들어 해당 학과에서 반대하는 인물을 채용할 경우 교직원들간에 불편한 관계가 지속될 수 있고 1순위로 올린 사람을 신앙심 문제를 들어 채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결정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교수협의회 총무를 맡고 있는 강신철 교수(경상대 경영정보학과)는 “해당학과 교수 분들이 연구실적 등을 감안, 선호하는 분이 아니고 1순위로 올라간 분을 신앙문제로 학교 측이 거부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며 “지난 20일 교수협의회에서 ‘인선위에서 추천한 인물을 뽑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강교수는 또, “서강대, 연세대, 이화여대 등에서 훌륭한 교수를 뽑기 위해 종교적인 면을 거의 희석시키는 것이 최근의 흐름”이라며 “이번에 학교 측에서 강행할 경우 교협과 충돌할 뿐만 아니라 해당학과에서 강력한 반발이 예상 된다”고 덧 붙혔다.

이와는 달리 인선위원회 교수들은 장애인의 사회 참여 폭 확대와 상징성을 들어 B박사의 교수 채용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특히 교수협의회 기능과 관련, 승인기관이 아니라 의견을 참고하는 데 불과하다는 시각을 보여 이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 양상으로 까지 외부에 비칠 우려를 낳고 있다.

류칠로 2부대학장(문과대 철학과)은 “강사로서 연구실적도 좋고 다른 대학에서도 문제없이 강의를 하고 있어 인선위에서 논란 끝에 결정을 했다”고 밝히며 “복지학과의 특수성을 감안해서 그런 분들이 교단에 설 수 있다는 것은 상징적인 일이 될 수 있을 뿐 만 아니라 기독교 정신과도 서로 일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류 학장은 “학과에서 추천한 3배수에 포함이 되어서 결정을 하게 됐다”며 절차상 하자가 없음을 강조하면서 “채용 후 불편할 수 있는 점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으나 불편 이전에 다른 의미로 해석할 수 도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또, 김형태 부총장은 “아직은 진행 과정에 있는 일일뿐 결정이 난 것은 아니다”라며 “교협 의견은 일종의 옴부즈맨과 같은 참고 의견”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학과에서는 어렵다는 의견을 올린 것은 사실”이라며 “앞으로 남은 인사위원회에서 최종 결정을 하고 결재를 하는 과정이 남아있지만 현재까지 70% 정도는 진행되었다”고 말했다.

한편 B박사를 포함, 한남대 교수 채용과 관련한 인사위원회는 오는 26일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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