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한 정체성, 문화 흐름 외면, 닫힌 축제 조직..

◈제22회 한밭문화가 지역의 정체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소수만을 위한 행사라는 지적이 나왔다.

8일부터 10일까지 치러진 대전의 대표 향토축제 가 지역의 정체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예산배분이 편중되고 다양한 의견수렴이 없는 등 '소수 단체만을 위한' 행사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밭문화제의 전반적인 모니터를 실시한 대전문화연대(공동대표 김선건)는 축제 마지막날인 10일 모니터링 보고서를 발표하고 이번 축제에 대해 '새로운 문화의 흐름을 외면하는 닫힌 축제'라고 혹평했다.

시민자원봉사자 등 8명으로 구성된 대전문화연대 모니터링단(단장 염완석)은 시민화합마당팀-선비축제마당팀-민속축제마당팀으로 나눠 행사 기간 중 집객 인원, 행사 진행 상황 등에 대한 모니터를 실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한밭문화축제는 3일동안 서대전시민공원 최대 4만명, 뿌리공원 최대 7천여 명 등 모든 프로그램의 총 참여인원이 약 5만 5천명으로 실제 카운팅 결과 조사돼 '그간의 발표가 부풀려졌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세부적으로는 기획과 준비 과정에서 기획위원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프로그램 전반을 이벤트사에 하청을 준다든지 준비과정에서 참가자들의 기획력과 의견이 수용되지 못하는 구조로 이루어진 점 등을 취약점으로 꼽았다.

프로그램의 경우 조직위 선정 주제와 부합되지 않는 프로그램이 다수를 차지하거나 축제를 위해 개발된 프로그램이 거의 없는 점, 본 프로그램과 리허설이 동시에 진행되어 프로그램 간 서로 방해가 되고 공연 중에는 체험행사를 진행할 수 없었던 점도 지적사항으로 제시됐다.
◈'대전양반 얼씨구'를 주제로 한 한밭문화제에 대해 지역 정체성을 반영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또한 공동주관단체인 문화원연합회의 실질적인 주관단체로서의 역할 미흡, 행사 전반적으로 예총이 전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기획성이 떨어지고 일처리가 비합리적이라고도 평가했다.

예산과 관련해서는 총 예산 4억5백만 원 중 시 지원금 4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5백만 원만이 자체예산인데다 개막식을 비롯 주관방송사에 지불한 돈이 전체 예산의 33%를 차지하는 등 예산이 취약하고 예산편중이 지나치다는 점, 행사 내실보다는 가시적인 집객효과를 노린 프로그램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등 예산운용이 합리적이지 못하다고도 지적했다.

특히 수년 째 이어져 온 '대전양반 얼씨구'라는 주제가 대전의 정체성과 부합되지 않으며 '선비축제'의 전국브랜드화와 관련해 주제의 적합성에 대한 판단이나 문화마케팅적 관점이 부족하다는 점도 개선해야 할 점으로 꼽았다.

이들은 "한밭문화제가 지향하는 목표와 실행과정을 볼 때 과연 정체성이 무엇인지 의문을 품게 되며 준비단계부터 보여준 기획력의 부재, 비합리적 예산집행 등은 축제 추진주체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이어진다"고 말하고 "시민들의 종합문화제라는 모호한 정체성이 시민들의 문화향수권과 지역문화 활성화에 전혀 기여하지 못하는 점이 가장 심각한 문제점"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는 △시민들과 다양한 문화계 인사들로 구성된 혁신위원회 구성 △축제의 정체성과 기본방향에 대한 재설정 △축제 추진주체의 전면적인 재구성 및 다양화 △공개입찰방식에 의한 주관단체 선정(시민평가단의 심사) △지역의 다른 축제와 역할을 분담하여, 구나 동 단위의 축제와 변별성 확보 등을 제시했다.

염완석 모니터링단장은 "한밭문화제가 혁신되어야 한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온 문제이며 혁신의 핵은 기획주체"라고 말하고 "대전문화연대가 제안한 대안을 통해 보다 지역에 밀착되고 지역문화 흐름을 반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 지향하는 목표와 이를 위한 실행과정을 살펴볼 때, 우선 한밭문화제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의문을 품게 된다. 지역의 정체성과 부합되는지가 검토되지 않은 주제를 고수해온 과정이며, 준비단계에서부터 보여준 기획력의 부재, 비합리적인 예산집행 등은 축제 추진주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 프로그램 내용만을 살펴보더라도 조직위가 선정한 주제와 프로그램 내용이 맞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특히 예산의 편중으로 실제 프로그램에 투여되는 비용보다 집객을 노린 쇼 오락 프로그램에 막대한 예산을 사용하거나 기획위원회가 형식적으로 가동되어 제 기능을 하지 못한 점 등은 큰 문제로 지적된다. 또한 지역의 구 단위 행사와 비교해서 프로그램의 차별성이 거의 없으며, 실제로 한밭문화제보다는 작은 단위의 동네축제로 이양해야 할 프로그램들을 잡화점식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것도축제 기획의 기본이 잘못되었음을 말해준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 지향하는 '시민들의 종합문화제'라는 모호한 정체성이 시민들의 문화향수권과 지역문화 활성화에 전혀 기여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과, 축제 추진체들이 변화하고 있는 새로운 지역문화의 흐름에 대해 감지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 가장 심각한 문제점이라고 판단된다. 이 시점에서, 과연 한밭문화제를 왜 하는지? 누구를 위한 축제인지? 그 당위성에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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