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김동섭 전 서구의원의 퇴장을 보며

  선거 당일 투표소를 방문해 투표사무원과 악수를 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벌금 백만 원 확정 판결을 받아 의원직을 잃은 김동섭 전 서구의회 의원이 13일 의원이 아닌 일반인으로 의회에서 고별사를 가졌다.

  김동섭 전 의원은 이날 약간 상기된 표정으로 의회에 입장해 미리 준비 해 온 원고를 차분히 읽어 내려갔으며 일부 의원은 김 전 의원의 발언이 끝나자 기립박수를 치며 그의 퇴장에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김 전 의원은 '따끔한 충고와 합리적인 대안 제시로 일류도시 서구 발전을 위한 의정활동에 (더 이상) 동참하지 못하게 된 점을 사죄드린다', '일류 서구를 만드는데 일조하라고 주민들이 의회에 보내줬는데 덕이 부족하여 심려를 끼치는 불행한 사태가 초래 됐다', '주인공을 하기에는 아직 부족함이 많다'는 등 자신을 책망하는 말들을 쏟아냈지만 그게 본심은 아닌 듯 보였다.

  그는 마지막 발언에서 '서구의회에서의 쉼표를 찍고 부족한 덕을 쌓으며 더 공부하고 연구하며 건강하게 열심히 살겠다'고 말해 미처 꽃피우지 못한 정치인의 길을 계속 갈 것임을 암시하기도 했다.

  김동섭 전 의원은 본회의가 시작되자 본회의장을 빠져 나온 뒤 기자와 만나 성명서에 다 못 담은 말을 하며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자신의 잘못이 금권선거를 펼친 것도 아니고 아는 공무원과 투표사무원을 우연히 만나 인사를 한 게 재판까지 받게 됐지만 '어드밴티지'를 줄 수 있는 상황인데도 법의 잣대를 너무 촘촘히 들이 댔다고 항변했다.

  실제로 타 지역에서는 수천만 원의 돈을 살포하고도 '벌금 80만원'으로 살아남는 현역 의원들이 적지 않아 김동섭 의원으로서는 '잘못 걸렸다'라는 심정이 들만도 할 일이다.

  동병상련일까. 수개월 동안 김 전 의원과 의정 활동을 같이 한 서구의회 대부분의 의원들도 김 전 의원의 퇴장 소식에 '안됐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원칙이다.

  잘못을 저지른 김동섭 전 의원이 말하고자 하는 건 자신이 잘못하지 않았다는 게 아니라 법 집행이 원칙과 형평성이 있어야 한다는데 있다.

   수천만 원의 돈을 사용하고, 사조직을 만들고, 현직을 이용해 선거를 치러 당선 된 사람들이 '벌금 80만원'의 판결을 받아 그 직을 계속 수행하고 있는 지금 '악수 두 번'으로 의원직을 빼앗긴(?) 김 전 의원의 항변이 앞으로 정치권 문을 두드릴 수 많은 정치초년생 들에게 어떤 교훈을 줄 지 지켜 볼 일이다.
 


                     사죄의 말씀을 드리면서

  안녕하십니까?
  내동 괴정동 출신 김동섭 전 의원입니다.

  존경하는 이의규 의장님 그리고 선배 동료의원 여러분.

  일류도시 서구를 만들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시는 가기산 구청장님과 900여 서구 공직자 여러분.

특히 여러 가지 부족한 저를 믿고 대변자로 선출하여 구 의정 단상에 보내주신 내동괴정동 주민 여러분과 51만 서구민 여러분. 저는 오늘 이 모든 분들께 사죄의 말씀을 올리고자 합니다.

  먼저, 선배 동료의원 여러분.

  등원 첫날 선서를 하며 다짐하였던 약속과 간담회와 연수 회의를 통하여 선배 동료 의원님들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던 일류도시 서구 발전을 위한 의정활동에 동참하지 못하게 된 점 사죄드립니다.

  그리고 가기산 구청장님과 900여 서구 공직자 여러분께는 일류도시 서구를 지향하는 중차대한 시기에 때로는 격려와 칭찬을 해 주고, 때로는 따끔한 충고와 합리적인 대안제시로 일류도시 서구를 향한 대장정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점에 사죄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사랑하고 존경하는 내동·괴정동 주민여러분과 51만 서구민 여러분.

  저의 모든 것을 믿고 여러분의 충실한 대변자로서 구정을 꼼꼼히 살피고 일류 서구를 만드는데 일조하라고 구의회에 보내주셨습니다. 그러나 저의 덕이 부족하여 그 믿음을 저버리고 심려 끼치는 불행한 사태를 초래 했습니다. 사죄드립니다.

  여러분.

  저는 단편이든 장편이든 주인공인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주인공도 아니고 단역도 아닌 '까메오'였습니다.
  연극이나 오페라에서 깜짝 출연했다 사라지는 '까메오'말입니다.
  제가 당당히 무대에 올라 단편이든 장편이든 주인공으로 역할을 하기에는 아직 부족함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제 저는 무대를 내려가야 합니다.

  저 스스로는 잘 할 수 있을 거라 자신했는데 아직은 부족한 것이 많다고 제 주변 상황이 제 바지자락을 잡고 무대에 오르는 것을 막아섭니다.

  무엇을 원망하겠습니까? 누구를 탓하겠습니까? 이 모든 것이 저로 인하여 태생되는 관계이기에 조용히 그리고 덤덤하게 무대 아래 객석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윈스턴 처칠은 "마침표는 인생의 끝이요 죽음이다. 따라서 세상이 무너지는 시련이 닥쳐와도 마침표만은 찍지 말아야 하고, 그래도 견딜 수 없거든 마침표 대신 쉼표를 찍어 두어야 한다. 대상은 언제나 마지막에 발표 되듯이 인생의 꽃은 가장 오래 견딘 자에게 핀다'고 하였습니다.

  저도 이제 대전 서구의회에서의 쉼표를 찍고 부족한 덕을 쌓으며 더 공부하고 연구하며 봉사하면서 건강하게 더 열심히 살겠습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여러분.

  짧은 기간이었습니다. 최선을 다 했다고 자부할 수는 없지만 열심히 의정활동을 했다고 자위해보고 싶습니다. 혹시 그 과정에 본의 아니게 폐가 된 경우가 있었다면 너그러이 양해바랍니다.

  비록 무대를 떠나지만 선배 동료의원 여러분과 900여 서구 공직자 여러분께서 일류도시 서구 발전을 위한 열정과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구민의 한 사람으로써 아낌없는 성원을 다 하겠습니다.

  모두들 건강하시고 하시고자 하는 모든 일들이 잘 되시길 바랍니다.

                            2006년 11월 13일

                        전 서구의회 의원 김동섭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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