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돈웅 100억만이 문제인가.


식인종 식당에서 웨이터가 손님에게 메뉴판을 내밀었다. 회사원, 노동자, 간호사, 공무원, 기업인...그런데 정치인 메뉴의 가격이 다른 직업을 가진 메뉴보다 몇 배나 더 비쌌다. 손님이 깜짝 놀라서 웨이터에게 물었다. "아니? 정치인은 왜 이렇게 비쌉니까?" 그러자, 웨이터는 한심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정치인들을 요리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아십니까? 하도 더러워서 재료를 닦는 데만 몇 곱절 힘이 더 들어요."...... .

시중에 나도는 흔한 우스갯소리다. 한나라당 최돈응 의원이 한사코 안 받았다고 뻗대던 100억 수수설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정치권은 당파싸움의 호재를 만났다고 서로 송곳니 어금니 다 동원하여 물어뜯고 있지만, 민심은 최악의 상태로 치닫고 있다. 재 묻은 개 X 묻은 개 할 것 없이 더럽기는 마찬가지인 세상이치를 젖혀두고 서로 손가락질하는 모습은 침을 뱉고싶을 정도로 추악해 보인다.

'한나라당 대폭발하라...'조선일보 사설 이채

'정치인들을 모두 세탁기에 넣고 돌려야 한다'고 일갈하여 수월찮은 바람을 일으키며 시대를 풍미하던 한때의 정객도 떠오른다. 국회의원들을 모두 감옥에 처넣고, 새로 뽑기를 서너 번은 해야 우리 정치가 맑아질 것이라는 냉혹한 처방을 술안주 삼는 주당들의 객기도 생각난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최돈웅 의원이 지난 대선 때 SK측으로부터 받았다는 100억 원이나, 최도술씨가 받았다는 10억 원 이야기를 심상찮게 바라보고 있다.

수구언론의 대명사처럼 되어버린 조선일보가 -한나라당은 역시 '부패원조 黨'인가-라는 사설을 통해 '한 푼도 안 받았다'고 잡아떼던 당초의 파렴치한 한나라당의 태도를 통박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그 말미에 '한나라당은 대폭발을 하고 다시 태어나야 한다. 모든 사실관계를 솔직하게 털어놓고 책임 있는 사람은 정치판을 떠나야 한다'고 일갈한 대목은 이채롭다. 그렇다. 이제는 대폭발이든 자진해산이든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10억, 100억 모두가 빙산일각" 여론 싸늘

아무도 10억을 10억만으로 보지 않고, 100억을 100억만으로 보지 않는다. 그게 어디까지나 빙산의 일각이라는 것을 대한민국에 살고있는 사람이라면 이제 거개가 다 안다. 도덕적 신뢰문제에 적신호가 와서 용단했다는 대통령의 '재신임' 투표로나, 대변인을 통해 밝힌 한나라당의 '의례적인 사과' 정도로 끝날 수 있는 일이라고 믿는 사람은 없다. 'SK가 그랬다면, 다른 기업들은 오죽했겠느냐' 그렇게 민초들은 미루어 분노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꼭 들어야 하는 보험이 있다. '정치보험'이다. 그런데 이 보험은 한 정당에만 주어서는 큰 일 나는 희한한 보험이라서, 이중 계약이 필수적이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다 들어주어야 무사무탈이 보장된다. 실제로 이 정치보험에 소홀했다가 하루아침에 쪽박을 찬 기업들도 있다. 왜 그랬는지 까지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드러나고 있는 SK측과 정치권의 10억, 100억 스토리는 무조건 빙산일각임이 틀림없을 터.

김근태 대표 '양심고백' 제안 주목할 만

언젠가는 털고 가야할 숙제인 줄 알면서도 말못하고 살아온 온 나라의 숙제. 이제는 기필코 풀어내야 할 시점에 다다른 것은 아닌가. 대한민국의 도덕성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도래한 것은 아닌가. 부패공화국이라는 오명의 정점에 존재하는 정경유착의 고리를 확실하게 끊어낼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는 없는가. 그리하여 지금의 난국을 권언유착, 공무원 비리, 법조비리, 상거래 부조리, 교육비리....온갖 비리를 척결할 절호의 찬스로 둔갑시킬 묘안은 없는가.

통합신당 김근태 원내대표는 16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한 제안을 주목한다. 그는“자신과 관련 있는 정치자금 내역을 미리 스스로 밝히고 국민에게 용서를 구하도록 하는‘정치자금에 대한 특별법’을 제정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그의 제의가 비록 일정부분 자당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공세적 수사로서의 의미가 있다하더라도 정치권 모두가 심사숙고할 가치는 충분하다.

이대로 가면 극한 정치불신으로 일대 혼란 초래

물론, 모든 정치인들이 스스로 잘못을 고해하고 앞으로 나아가기에는 우리 사회와 국민수준이 훨씬 못 미칠 수는 있다. 흥분을 못 견뎌 정말 "몽땅 감옥에 처넣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고백성사가 '용서'를 전제하고 있듯이 우리 국민들은 정말 반성하는 사람을 쉬이 용서하는 넉넉한 특질도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고해'후에 정치를 계속할 것이냐 말 것이냐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특별법'의 정신을 살리되, 고백하고 난 이후에 검찰 등 사정기관의 수사에 의해 드러나는 불법은 엄벌에 처해야 한다. 고해내용에 대한 관용조건은 엄벌의 전제여야 한다는 얘기다. 이번 사태를 거듭남의 기회로 승화시키지 못하고 정략적 발상과 술수에 의해 미봉 일색으로 흘러가 버린다면, 이 나라는 엄청난 정치불신과 맹목적 충성의 충돌로 일대 혼란이 올 가능성이 높다. 적어도 지금의 민심이라면 그렇다.

"죄업의 악순환 끊어내라" 국민 명령 냉엄해

심상치 않다. SK로부터 제공된 대선자금 문제가 예전에 그래왔던 것처럼 한 쪽에서는 '법대로'를 외치고, 또 한 쪽에서는 '정치탄압'을 주장하며 국민들을 선동하는 장외집회를 꿈꾸던 방식으로 끝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대통령이 이미 모든 것을 걸고 '올인'을 외친 마당에 한나라당이 어찌해볼 방도도 없다. 정치권 어느 누구도, 드러난 부분만 놓고 눈 가리고 아옹하며 '우리는 아무 잘못이 없다'며 희희낙락해도 좋은 상황도 아니다.

국민들을 더 이상 속일 궁리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100억 먹은 상대방의 멱살을 붙잡고, 10억 먹은 나의 허물을 탕감하려고 하는 시도 또한 무망할 것이다. 지금의 민심은 우리 정치가 모든 것을 털어놓고 거듭 태어나길 바라고 있다. 그것이 양심고백이든, 고백성사든 언젠가는 털고 가야 할 숙제, 날이 갈수록 부풀어 가는 죄업의 악순환 그 추악한 고리를 끊어내라고 명령한다. 더 늦어도 될 여유가 전혀 없는 나라의 딱한 사정을 돌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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