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핥기 여성발전 공청회


지난 25일 여성회관에서 열린 대전시의 '대전여성발전 비전과 전략(안)' 시민공청회는 허술한 기획안과 뜬구름 잡기 식의 세부계획으로 토론자들로부터 '알맹이 없는 공청회'라는 신랄한 비판을 받았다.

그나마 주제발표가 끝나기 무섭게 반 이상 빠져나간 청중들 덕분(?)에 지정토론자 몇 명의 비판에서 그쳤지만 이번 공청회가 지난 6월 1차 때에 이어 관련 부서 심의 이전의 실질적 최종 확정 단계임을 생각할 때, 보다 구체적 논의와 현실가능성 여부의 검증단계를 거쳤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대전시는 일반여성과 여성정책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대전여성의 현주소와 미래상에 대해 설명한 후 부문별 발전전략을 제시했다.

이날 제시된 발전전략은 교육, 경제, 정치·행정, 보건·복지, 정보·과학, 여성단체·문화예술 등 전반적인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

물론 이 중에 여성발전에 필요하지 않은 것은 없다. 그러나 6개 중점 목표와 32개의 기본방향 아래 103개나 되는 세부계획은 자칫하면 겉만 핥다가 정작 수박은 쪼개보지도 못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대전시가 이러한 세부계획과 비전을 기반으로 2020년까지 '남녀가 평등한 인권복지도시를 구축한다'는 목표라면 무엇보다 '인권복지'에 초점을 맞춰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일례로 교육부문을 한번 볼까. ‘평등의식을 통한 남녀평등 사회의 실현’이라는 기본방향 아래 ▲학교교육(예상비용 3,000만원), 사회교육(5,000만원), 직장교육 훈련(3,000만원)을 통한 남녀평등의식 확산 ▲남녀평등의식 교육프로그램의 개발(5,000만원) ▲교재의 개발 및 보급(5,000만원) ▲교육담당 전문인력의 양성(2,000만원)을 세부사업으로 제시하고 참여부족, 인식부족, 교재개발의 곤란, 기초자료의 부족 등을 저항요인으로 꼽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세부사업 계획은 말미에 ‘∼능력촉진, ∼적극지원, ∼교육, ∼참여기회제공, ∼대응체계구축, ∼서비스 내실화, ∼교육활성화, ∼대책마련, ∼기회확대’ 등등 구태의연한 표현을 사용, 정작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답은 찾기 어렵다.

또한 단기계획 중에는 이미 시행에 들어간 사안들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거나 시행됐어야 하는 기본적인 부분조차 너무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는 등 현실 진단이 부실하고 또 이에 따른 현황과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도 따르지 않고 있다.

허술한 공청회를 통해 제정된 기본조례 법안이 시행과정에서 불러올 잡음들은 불 보듯 뻔하다. 뼈대가 부실한 건축물이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겠는가. 시간과 노력, 예산만 낭비하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계획을 세우지 않고서는 대전 여성들의 비전 있는 미래를 꿈꾼다는 것 자체가 김칫국만 마시는 꼴이 된다는 것을 대전시는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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