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귀덕(대전언론문화연구원 이사장·변호사)


일본의 어느 유명 여성잡지에서 여성들을 상대로 이상형의 남자를 조사하여 보니, 이상형의 남자란 내가 사랑하는 만큼 나를 사랑해주고 도움이 필요할 때 나를 챙겨주고 나와 관점이 다르더라도 늘 자기 생각을 말해주고 성적으로도 항상 즐겁게 해주며 나와 내 자녀들과 함께 살 남자로 요약되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한국적인 정서를 고려해서 더 줄여보면 이상형의 남자란 나를 배려해 주는 남자 정도의 뜻이 아닐까한다. 비단 남녀 사이에서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남을 배려하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강요와 배려는 전혀 다른 것 같지만 그 한계가 모호하기도 할만큼 가깝기도 하다. 남의 입장을 무시하고 자신의 주장을 타인에게 강제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것이 강요라고 한다면 배려는 자신보다 먼저 남의 입장을 헤아려주는 너그러운 마음이 있어야 가능하다. 남에 대한 배려의 문화가 얼마나 정착되어 있는가를 기준으로 선진국과 후진국의 문화수준을 가늠하기도 한다.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 중요

일상에서 우리는 어떤가? 남이 위협을 느낄 정도로 울려대는 자동차 경적음, 회식자리에서의 음주강요, 비흡연자를 무시한 간접흡연의 강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울려대는 휴대폰소리, 확성기가 동원되는 시위대의 고성, 집과 사무실에 무차별 들어오는 광고지의 홍수, 싫다고 아무리 외쳐도 소용이 없다. 오로지 여기에는 강요자의 권리와 이익만이 존재하고, 강요당하는 자의 고통에는 관심조차 없는 것이다.

물론 법과 제도의 잣대로 그런 강요된 행위들을 제재할 수도 있겠지만, 이것은 법 이전의 기본적인 양심과 예의의 문제이다. 내가 남을 배려하지 않으면 그 만큼 고통을 강요하게 되는 것이다. 장애인을 배려하지 않으면 그들이 그만큼 고통을 강요당하게 되고, 아이의 교육문제를 아이의 시각에서 바라보지 않는 한, 아이들은 고통을 강요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가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강요된 행위들을 하나하나 찾아내어 법과 제도로 규제하고 처벌할 수는 없는 것이다.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을 먼저 배려하는 마음의 자세가 더 중요하다.

약자 돌보는 따뜻한 마음 필요

인간은 더불어 사는 사회적 동물이다. 내가 존중받고 싶으면 그 만큼 남을 인정하고 존중해야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남의 다양한 가치를 존중하는 열린 마음이 전제되어야만 사회는 유지되고 나아질 것이다. 배려의 문화가 우리 사회에 널리 스며들기를 간절히 바란다.

현재 우리 사회는 경쟁의 논리가 앞 서있다. 자본주의적 경쟁논리가 기초적인 경제문제를 해결하고 사회발전에 기여한 것도 사실이지만 이제는 경쟁논리에서 벗어나 상대를 인정하고 배려하는 한 차원 높은 통합의 사고가 필요할 때이다. 나와 남이 공존하고 협력할 때, 남을 이기는 것보다 더 큰 결과와 만족을 가져온다는 발상의 전환이 있어야 하겠다. 배려는 나보다 약한 자, 억울한 자, 상처 입은 자를 돌보는 따뜻한 마음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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