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선장' 순천향대 서교일 총장

순천향대 서교일 총장 얘기는 인터넷 신문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여러 차례 들었다. 전 직장에서 서울 주재 때 만난 '이건영'이란 이름의 후배 입에서 그의 이름이 처음 나왔다. 이씨는 아산 출신으로 청와대 공보 비서관실에 근무하면서 정치적인 꿈을 가꿔온 진취적인 사고의 인물이었다. 그가 말한 서총장에 대한 평가는 "젊은 세대를 대변하면서 권위와 보수 등 기존의 틀을 부정하는 겸손한 사람"이었다. 극찬이었다.
◈순천향대학교를 이끌어가는 40대 젊은 선장 서교일 총장.

'인간적인 약점이나 보완할 점도 없진 않을 텐데...'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오랜 기자 생활 동안 비판이 체질화된 일종의 칭찬에 대한 직업병적인 거부감이다. 이후 몇몇 기자들로부터도 서 총장에 관한 얘기를 들었다. 대부분 이씨와 비슷한 내용이었다. 한번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 건 이 즈음의 일이었다. 몇 번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이런 저런 사정으로 날짜가 잡히지 않았다. 그런데 4월 2일로 기억된다. 그 날이 바로 순천향대 설립 25주년 기념일이었다. 이 걸 대담의 끌 턱으로 삼으면 되겠다 싶었다. 인터뷰는 그래서 이뤄졌다.

'아침', '느낌 좋은 대학' 40대 젊은 총장

4월 17일 약속된 날짜에 충남 아산시 신창면 읍내리 순천향 대학 총장실에서 서총장을 만났다. 첫 인상은 그랬다. 이 학교의 대학원생 정도로 착각할 만큼 젊게 보였다. 수수한 외모에다 쑥스러워하는 억양은 초면이라도 거부감을 주지 않았다. 총장실은 평범했다. '아침'이라는 한글로 된 창조체의 붓글씨가 벽면을 장식하고 '느낌이 좋은 대학, 감동이 있는 대학'이라는 형광 화이트 보드의 불빛이 서총장과 잘 어울렸다. 약속시간보다 약30분 늦게 도착한 결례에 대한 양해를 구하고 간단하게 '김중규가 ...' 난의 성격을 설명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인간적인 면을 취재하기 때문에 미리 보내드린 질문과 답변은 참고만 하겠다며 인터뷰에 들어갔다. 대담에는 송병국 대외협력실장, 이정규 홍보팀장이 동석했다.

서총장은 의학도로서 대단한 소질을 가진 인물이라는 게 주변 평가였다. 서울대 의대 수석 입학에다 장학생, 그리고 수석 졸업이라는 경력이 말해주듯 명의(名醫)로서 자질을 타고났다. 아쉬움에 그 얘기를 먼저 끄집어냈다.

- 의사로서 능력이 뛰어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총장이 되면서 의술을 펼 기회가 적어져 주변 분들이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총장께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서 총장은 설립자인 아버지로부터 인생 철학을 배웠다.(어깨 너머 사진은 설립자인 서석조 박사)

"좀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꼭 재능이 많아 아쉬운 것은 아니지만 의대에 들어가고 의사의 길을 선택했을 때는 나름대로의 목표와 길이 있었습니다. 의사나 의학 연구자의 길을 못 가고 있어 아쉽죠. 제 또래 의학자나 친구들이 학회에서 좋은 논문을 많이 발표하고 활동적인 학회활동을 펼치고 환자진료에 열의 보이는 명의로 소개되면 솔직히 부럽습니다. 저 역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 친구들과 보조를 맞춰 나갔는데...(웃음). 조금 뒤쳐지는 것 같기도 하고 다른 길로 가는 것 같아 상당히 아쉽습니다. 하지만 아직 젊으니까 학교에 조금 있다가 다시 돌아가서 연구자, 의사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있으리라고 봅니다."

촉망받는 의사 "의사친구들 보면 부러워"

- 학교와 병원을 물려주신 것 외에 아버님으로부터 받은 정신적인 재산은 무엇입니까.(설립자 서석조 박사는 서총장의 부친이며 1999년에 작고했다)

"아버님이 38세 때 저를 보셨습니다. 연령 차이가 많이 나 어렸을 적은 어렵게 대했지만 대학에 들어간 뒤 아버님이 저를 데리고 다니시며 밥도 사주시고 술도 사주시면서 같이 다니면서..."

- 어른으로서 인정을 해주신 건가 보죠. 자신의 철학을 아들에게 생활을 하면서 물려주려는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닌가요.

"예 목욕도 같이 다니면서요(웃음). 그러면서 아버님의 생활하시는 모습을 뵙게 됐거든요. 그 전까지는 병원, 대학 만드시는 모습을 보면서 매우 강한 분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가까이 지내보니까 굉장히 다정다감하시고 마음이 여리시더라구요. 나중에 학교에 와서 여러 교수님을 뵙고 나니까 모든 교수님들이 이런 사실을 모두 알고 계시더라구요(웃음). 교수님들 뿐만 아니라 말단 직원들까지 내 가족처럼 아끼셨던 이런 모습들이 지금까지 좋은 분위기로 이어져오고 우리 대학의 큰 힘이 되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아버님이 돌아가실 때는 약 3개월 간 정신을 잃으셨는데 그 전에 '학교 직원들, 교수님들은 처음부터 내가 채용하고 나와 고락을 같이 하셨던 자식과 같은 분들이니 형, 동생, 형제처럼 지내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귀여움 받는 총장 "실보다 득 많아"

- 집안의 가풍은 어떠했습니까. 평소 부모님이 강조했던 말씀이 있었는지요.

"아버님은 말씀은 많이 안 하셨지만 정도를 걷고 깨끗하게 살아오신 모습을 몸으로 보여주셨습니다.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이 가풍으로 남은 것 같습니다."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서교일 총장.

- 그런 모습들이 학교 경영에 도움이 되고 있나요.

"예, 나름대로 노력을 많이 합니다. 밖에서도 좋은 평가를 내려주시고 많은 칭찬과 격려를 주셔서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죠"

- 젊은 나이에 총장이 된 것은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을 텐데요.

"나이가 어려 좋은 점은 젊은 교수님들과 말을 쉽게 할 수 있다는 점, 서로 통한다는 점입니다. 학생과도 거리감 없이 친하게 지낼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단점은 그 뭐라 할까... 뭐 단점이라고 말하기도 어렵지만 총장 모임 장소에 너무 젊은 사람이 오다보니까 어디가도 비서실장으로 취급받는 경우도(웃음) 있죠. 그렇지만 실보다는 득이 많습니다. 많은 총장님들이 귀여워해 주시고 가르쳐 주십니다(웃음)"

- 학교 교수진들이 젊어지는 경향도 있지 않습니까.

"교수진의 구성은 사실, 총장의 나이보다는 학교의 연령이나 학교의 성장기간과 관련이 있습니다. 저희 학교가 25년 간 상당히 빠른 성장을 했기 때문에 성장 시기에 교수님을 많이 뽑았을 것 아닙니까. 30대 후반에서 40대 후반까지의 연령 분포가 가장 많습니다. 저와 비슷한 연배들이죠"

열차강의, 캠퍼스 무선랜 등 편히 공부하는 첨단 대학

- 총장님이 젊어서인지 언론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순천향대학교는 소위 기사거리가 많이 나옵니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화제가 됐던 열차 강의를 하는 등 젊음을 기반으로 한 학교 경영이랄까요. 경영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학교를 특화시키거나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은 쉽지 않다고 봅니다. 앞으로의 학교를 알리기 위한 아이디어가 있다면 하나 정도만 소개를 해 주시죠.

"사실 지난해 많은 언론에 소개됐던 열차 강의도 그런 아이디어 중의 하나였지만 열차강의 하나로만 구상된 것은 아니었구요. 유연 교육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강의실에 가서 정해진 교육을 받는 것만이 대학 교육이 아니라 학생들이 유연하게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한 것 중 하나가 열차 강의였구요. 버스 강의도 구상을 했었습니다. 지금 대학가에서 사이버 강의가 활성화되고 있지만 한발 짝 더 나아가서 전 캠퍼스를 무선 랜 구역으로 만들고 학생들이 강의실이 아니라 어느 지역에서나 노트북을 갖고 강의를 들어보게 하자는 생각으로 지금은 캠퍼스 전 지역에 무선 랜 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이것도 유연 교육 시스템의 일환입니다. 기숙사는 꼭 학교 안에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학생들 기숙사를 외부 아파트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 학교 주변에서 하숙을 치는 주민들과 자매결연을 맺어 순천향대 지정 하숙집으로 만들어 기숙사처럼 관리하고 있습니다. 소위 유연 교육과 관련한 많은 구상을 하고 있습니다. 보다 학생들이 편안하게 공부하는 것 자체를 즐기면서 생활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 냈고 앞으로도 확대할 예정입니다"

- 요즘 학생들의 가치관이 저희 세대와는 상당히 다릅니다. 이 중 좋은 것도 있고 나쁜 것도 있지만 기성세대를 부인하고 자신들의 영역만 만들어 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점에 대한 교육 방침을 말해지시죠.

"요즘 젊은이들을 보고 많이 걱정하시는 것은 기본적인 부분이 기성세대와 다르다는 부분에 있습니다만 저희 대학 학생들을 직접 만나보면 기본적인 예절이나 기본적인 인성 교육에 대해 가치관이 달라서 문제가 되는 것은 없습니다. 단지 방법론적으로 미흡한 적은 있지만요. 잘 아시다시피 현대 사회는 지식정보화, 세계화, 탈 근대화로 대변할 수 있지만 이런 특징 중 탈 근대화의 가장 핵심적인 화두가 과거에는 통합, 집중화, 스탠다드제이션(규격화)로 대표됐지만 지금은 개성 존중, 다양화 시대로 간 것 아닙니까. 그래서 지금 학생들의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는 것들을 통합하는 것은 전혀 필요 없는 일입니다. 다만 다양한 사고를 가진 학생들에게 어떻게 리더십을 발휘해 이런 학생들이 개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가르쳐 주느냐가 고등교육의 핵심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천안·아산 '크리스탈 벨트' 산학연 최고의 대학조건

- 요즘 '청년실업'이라는 신조어도 나왔듯이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은 잘 안 되는 상황입니다. 현실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데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는지요.
◈서 총장은 천안, 아산 지역의 지리, 산업적 특수성을 이용한 산학연 중심의 교육에 대학 사활이 걸렸다고 말했다.

"우리 학교라고 해서 지금까지 전무후무한 계획들을 만들어낸다고는 말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 학교 나름대로 강점을 이용해 취업을 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강점 중의 하나가 지리적으로 아산, 천안 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발전 가능성이 다른 어떤 곳보다 높다는 것입니다. 며칠 전 신문을 통해 '크리스탈 벨트'(크리스탈 벨트란 LCD(액정표시장치)의 주원료인 크리스탈에서 이름을 따 온 것으로 천안·아산 지역에 차세대 핵심산업인 LCD 공장들이 집중해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현재 삼성코닝정밀유리, 삼성전자 LCD 사업장이 가동 중이고 다른 기업들도 사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라는 이름도 붙었을 정도로 첨단 산업이 입지하고 있고 삼성이나 현대자동차와 같은 거대 기업의 진출이 활발합니다. 또 고속철이 입지하게 되면 천안, 아산 지역이 다른 어떤 곳 보다 활성화 될 것입니다. 이런 점을 이용해서 산업체와 연계해 산학 연계 프로그램을 만들고 맞춤 교육을 통해 인재를 공급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겠다는 욕심이 제일 큽니다. 이렇게 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고 몇 군데에서는 가시적인 진전이 있습니다. 이런 산학 연계 프로그램은 정부의 지방대학을 육성책과 같습니다. 이것은 취업뿐만 아니라 우리 학교의 사활이 걸린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얼마 전 아산 신도시 부지에 건교부와 양해협정을 통해 제2캠퍼스 부지를 마련해 놨습니다. 또 하나 우리 학교의 강점은 교육 공동체간의 갈등이 없습니다. 예를 들면 학생들이 엠티를 가면 교수님들이 따라가는 경우가 다른 학교는 거의 없지만 우리 학교는 거의 전 교수님들이 엠티를 따라가십니다. 사실 수업도 빼먹고 가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엠티를 따라 가시라고 말 할 수도 없죠(웃음). 학생들과 교수님들이 매우 친하십니다. 이런 점들을 이용해 교수님들이 학생들 취업에도 많은 신경을 써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서울대학, 지방에서 한판 붙자!"

- 천안까지 전철역 연계, 고속철도 개통 등 아산이 서울의 배후도시로 도약하면서 서울 학생들이 아산까지 내려올 수도 있지만 서울 소재 학교가 제2캠퍼스 등을 만들어 내려 올 수도 있다는 양날의 칼과 같습니다. 이럴 경우 경쟁에 있어 불리한 점은 없습니까.

"(강한 어조로)저는 서울 소재 대학들이 아산에 많이 내려와 경쟁을 좀 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도대체 서울에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지방대학과 서울 소재 대학과 경쟁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똑같은 위치, 상황에서 객관적으로 같은 여건으로 경쟁을 해서 그 대학들보다 못하다면 우리 학교가 역량이 부족하다고 밖에 할 수 없지만 같은 환경이라면 젊은 교수님들이 열심히 노력을 한다면 서울의 유명대학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공평한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 나은 대학으로의 발전 가능성도 있다는 말씀입니까.

"그렇습니다"

- 너무 딱딱한 얘기만 한 것 같습니다. 대학 총장으로서 생활과 가치관은 그렇고 집에서는 주로 어떻게 여가를 보냅니까.

"집에...잘 안 있는데요(웃음). 여가가 있을 경우 아이가 고등학교 2학년, 중학교 2학년이어서..."

"영∼ 못하는 남편, 아빠", 취미는 광범위한 독서

- 여기서 다니나요.

"아니요. 서울에서 다닙니다. 고2 아들 성민이는 현대고등학교, 중2 딸 유민이는 신사중학교, 둘 다 동네 학교 다닙니다. 집에 자주 못 가니까 아이들 어렸을 때는 자주 놀아주려 노력을 많이 했었는데 중, 고등학생이 되니까 어떻게 그렇게 바쁜지 공부한다고 바빠서 대화할 시간도 없어요. 책을 많이 읽습니다. 여러 교수님들을 모시고 이분들과 대화를 해야 하니까(웃음) 지적 능력을 높여야 해 이런 저런 분야의 책들을 잡식성으로 많이 읽다 보니까 잡식성이 된 것 같아요"

- 운동은 어떤 것을....골프는 좀 치십니까.

"골프는..."

- 잘 치신다고 들었습니다만...

"(웃음)잘 치지는 못합니다. 핸디가 12-13정도 됩니다. 사실 아까 오전 민관식 전 장관님이 오셔서 건강에 대해서 엄청나게 강조를 하셨는데...그 분은 매일 6시간 걷고 ...아무리 바빠도 운동 시간을 정해 놓고 기자랑 인터뷰를 하더라도 바쁘다며 나가라고 말씀하시더군요(웃음).

- 서울가서 민 전 장관님을 뵈었을 때 '저도 테니스를 좋아합니다'라고 말했더니 그 연로하신 나이에도 '나랑 할래'라고 말씀하셨을 정도로 민 장관님은 운동을 상당히 열심히 하시죠.

"저도 운동을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하고요. 특히 골프는 비즈니스 겸 운동이라고 생각해서 좀 하고요. 참 5월 달 학생 축제 때 마라톤 대회를 개최합니다. 지난해는 여학생과 함께 5km 밖에 못 뛰었는데 올해는 남학생들과 10km를 뛸 생각으로 런닝 머신을 구입해서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웃음)"

- 대학 총장으로서의 평가는 검증됐는데 집에서의 평가는 어떠신지요.

"가장으로서는 역할을 영 못하는 것 같아요(웃음). 특히 자식들에게 아버지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저도 아이들과 대화를 하기 위해 많이 노력을 하지만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하지만 제가 시간이 난다고 해서 아이들 불러 대화한다고 해서 진솔한 대화가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하고요. 그 점에 아이들에게 가장 미안합니다"

- 부인에게는 어떤 남편이신지요.

"제 처는 거의 포기하고 삽니다(웃음).(서총장 부인은 김정원씨로 나이는 42세, 전업주부이다)

- 포기라기보다 사회에 남편을 많이 빼앗긴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드는데요.

"요즘 젊은 세대들 중심으로 부부 동반 모임이 많이 있어 그런 장소에 같이 가려고 노력을 많이 합니다. 그렇지만 처가 같이 가고 싶어도 아이들을 돌보는 일 때문에 그렇게 많이 같이 하지는 못합니다"

의대시절 '가운 입고' 학생운동, 사회참여

- 술은 잘 드시는지요.

"사실 지금은 2차를 거의 안 갑니다. 제가 술을 좋아해서 술에 조금 취하면 다음부터 굉장히 많이 마십니다. 최근에는 2차는 절대가지 않고 1차에서 즐겁게 마시자는 '정책'을 정해 실천하고 있습니다.(웃음) 술을 많이 마신 다음날에는 집중이 잘 안돼요."

- 노래방에 가면 주로 어떤 곳을 부릅니까. 별 게 아니지만 보통 사람들이 부르는 곳을 누르면 인간적인 냄새가 나는 게 노래방이 아닙니까.

"노래를 잘 못하구요. 요즘 노래방이 많으니까 다들 잘 하시죠. 패닉의 '달팽이'라는 노래를 좋아합니다"

- 의대를 다녀서 학생 운동과는 거리가 멀고 공부만 열심히 했을 것 같은데요.

"그런 편이죠. 그렇지만 제가 본과 1학년 때 공부를 해야 하는 시기인데, 본과 1학년 때는 신 군부가 들어오면서...아시는가 모르시지만 학생들이 가두 시위를 할 때 서울 의대 학생들이 가운을 입고 길거리고 나갔죠. 그때 휴교령 등으로 약 6개월간 쉬었죠. 유신 시절에는 민주화, 자유의 가치에 대한 논의 자체가 어려웠는데 신 군부 세력 들어오면서 오히려 의대 안에서도 지성의 행동 방향이나 가치관에 대한 논쟁과 고민이 활발했습니다"

- 학생운동 과정의 에피소드는.

"해부를 하던 중간에 시위를 나간 적이 있었습니다. 시체 1구당 6명이 해부 실습을 했는데 저희들은 팔을 제일 먼저하고 머리를 하려고 하다가 시위를 나갔고 그 뒤로 휴교령이 내렸죠. 12월 달 막바지 공부를 하기 위해 학교를 찾아보니 여름을 넘겨 시체 내장이 다 썩어서(웃음) 저희들이 직접 치우느라고 고생 많이 했습니다"

"의사도 모르는 병 때문에 의대 선택"

- 의대는 본인이 원한 건가요. 아니면 선친께서 원하셨습니까.

"의대는 제가 원한 선택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초등학교 3학년때)심하게 앓았는데 원인을 알 수가 없었습니다. 당시 아버님은 이승만, 이기붕 씨 주치의도 할 정도였는데 제가 아픈 이유를 밝혀내지를 못하시는 겁니다. 죽는 게 아니냐는 말도 있었고 6개월 간 심하게 앓았습니다. 유명 의사를 다 찾아다녔는데 어떤 병인지 알아내지 못했고 결국은 4-5개월 돌아다니던 끝에 아버님이 안되겠다고 하시며 나름대로 치료를 하셨는데 상태가 호전 됐습니다. 그래서 그때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죠"

- 무슨 병인지는 지금도 모르시나요.

"그때 열이 나고 몸이 붓고 그랬습니다. 지금도 어떤 병인지 궁금합니다(웃음). 류마티스성 질환이 아닌가 생각이 들지만 사실 류머티스 질환 전문의는 불과 5-10년 전에 배출되어서 그 당시는 알 도리가 없었겠죠"

- 성장 과정에서 아버님이 의사이시고 외아들이어서 물질적인 어려움은 없었겠습니다.

"솔직히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물질적인 어려움은 없었죠"

-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성장한 분들이 빈곤층이나 소외 계층에 대한 생각이나 생활에 대해 이해를 못하는 부분이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의사로서 무료봉사 통해 소외계층 이해노력
◈서 총장은 매년 무료 의료 봉사에 직접 나서고 있다.

"예 맞습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데 너무 쉽게 접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실 제가 무료 봉사(서 총장은 매년 인근 주민들에게 무료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를 다녀 보고 어려운 분들을 도와 드리려 노력을 해 보니까 그런 분들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인격적으로 대우를 해 줘야 흔쾌히 받아들여진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렇지 않은 것은 배부른 사람의 자기 만족에 불과합니다. 저도 그런 것들을 이해하려고 나름대로 노력은 하는데 제가 그 사람들을 완전히 이해는 못하겠죠. 그렇지만 꾸준히 노력할 겁니다"

- 스스로 고쳐야 할 점과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지금은 많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좀 '샤이(shy:부끄러운)'한 면이 있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현대인이 모두 그런 경향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조금 부끄러워합니다. 심지어 처음 학생들을 접촉할 때 '저 친구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 내성적이라는 말인가요.

"예. 이런 면을 고치려고 많이 노력을 해 왔고 최근에는 사람들을 많이 접하다 보니까 상당히 고쳤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수님들이나 주변 사람들과 많이 친해졌죠. 성격도 노력과 훈련으로 변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 노력여하에 따라 성격이 변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저도 100% 동감합니다. 저도 어렸을 적 남들 앞에서 얘기도 못했는데 언론계 생활하면서 많이 뻔뻔스러워졌습니다(웃음)

"하!하!하!(웃음). 뻔뻔스럽지는 않으신 것 같은데요"

학교와 맞는 '클린'한 이미지 장점, 부끄러움 많이 타

- 본인의 장점은.

"제가 제 장점을 얘기한다는 것은 좀 우스운 얘기인데요. 남들이 저를 평가할 때 잘 웃고, 말하는 것이 순수하다. '클린'한 이미지다라고 말하고 우리 학교의 깔끔한 이미지와 잘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 기업이나 학교, 재단의 설립자 2세들은 나이가 젊으면서 권위적인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 면은 없으신 것 같습니다. 앞으로 해보고 싶으신 것이 있다면...

"지금 교육계의 대 변혁기입니다. 선친은 설립자이시지만 앞으로 10년, 100년 동안 발전하고 방향을 잡아가기 위한 초석으로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싶습니다. 인기가 없을 수도 있고 의견 통합이 안 될 수도 있지만 먼 미래를 바라보면서 준비해나가는 대학으로 키우는 것이 제 포부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튼튼한 기틀을 마련하고 의학계로 돌아가서 의학 연구자로 환자를 돌보는 의사로 돌아가고 싶은 것이 제 꿈입니다"

- 짧은 시간 뵙기는 했지만 의학계로 빨리 돌아가시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하!하! 그렇게 보였나요."

- '순천향(順天鄕)'이라는 이름이 참 좋습니다. 유성음 받침으로 부드럽고 참 이미지가 좋은데요.

"설립자께서 병원 이름하시면서 따온 대학 명칭입니다. 아버님 철학이 환자의 질병을 고치는데 의사의 노력이 아닌 하늘에서 치유를 하고 의사를 그 과정을 도와 편안하고 빨리 치유를 할 뿐이라는 생각이셨습니다. 환자를 보기 위해서는 그 당시 의사들이 너무 자만심이 있어 이를 경계하고 환자를 겸손하게 보라는 의미. 하늘의 명령을 따른 사람들이 모여있는 마을이라는 의미입니다"

- 오랜 시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서교일 순천향대 총장 과학기술 훈장 받아

국내 최초 인슐린 저항성 기전 밝혀

순천향대 서교일 총장은 21일 제36회 과학의 날을 맞아 과학기술부로부터 '생명과학분야' 과학기술진흥유공자로 선정돼 '웅비장'을 받았다.

서 총장은 국내 최초로 당뇨병 연구에서 인슐린 저항성에 대해 분자생물학적 기전을 밝혀 당뇨 치료 신약 개발을 위한 결정적 기초자료를 제공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번 연구 결과는 고지방 식이요법과 정맥을 통한 지질투여방법으로 지질산화를 촉진시켜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시키는 검증모델을 통해 국제학계의 당뇨병 연구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

이 연구로 지방섭취 증가나 만성적인 스트레스 등에 의한 서구화 경향의 당뇨병에서 비만 및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하는 기전규명으로 만성질환 예방 및 치료에 연구 결과가 폭넓게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인슐린 저항성 증후군 발생이 급격하게 증가되고 있는 상황에서 심질환, 뇌졸증 및 말초혈관 질환과 같은 동맥경화성 질환발생의 위험인자로 작용하며 우리나라 사람들의 가장 중요한 사망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인슐린 저항성 발생원인을 규명해 의미가 크다.

또 순천향 대학 및 대학 병원이 ▲지역협력연구센터(RRC.2002년) 지정 ▲폐 및 호
흡기질환유전체 연구센터 연구대학(2001년) 지정 ▲의료창업보육센터(1998년) 선정
등 대학 차원에서 과학기술진흥에 앞장서온 점도 수상에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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