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장치는 해 놓았것다.”시황제가 큰 눈을 부릅뜨고 물었다.“시황제 폐하. 염려를 거두시옵소서. 장인들로 하여금 별도의 장치를 해 두었나이다. 불시에 능묘를 침입하는 자가 있으면 화살이 발사되어 즉시 사살 되도록 하는 장치를 꾸몄나이다.”“실제로 해보았는가?”“아직 그것까지는 해보지 못했나이다.”“그러고서 어떻게 장치를 했다고 말하는고. 즉시 시험하여 결과를 보고하여라. 그리고 현실은 어떻게 도안이 되었는고?”시황제가 크게 꾸짖고 다시 물었다.장작소부는 오줌을 질이며 말을 계속했다.“현실 내에는 천장에 일월성진을 장식하고 바닥에는
대 역사가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고 있었다. 70만 명에 달하는 대 인력이 동원돼 30여년이란 세월동안 만들어진 여산능이 이제 그 모습을 갖춰가고 있었다.“노인장 하나만 물어봐도 되겠소?”자신의 얼굴과 똑같이 소조하는 모습에 적잖게 놀란 젊은 병사가 물었다.“이렇게 내 모습과 똑같이 만들면 내혼을 빼앗기는 것 아니오?”“그렇지. 자네는 이제 황제의 군사라네. 죽으나 사나.”“고향에 노모가 계시는데 이곳에서 혼을 빼앗기면…….”병사는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혼자 중얼거렸다.“여산능이 완성되는 날 나는 새가되어 훨훨 날아갈 걸세.”
□여산릉한편 함양궁 북쪽 위하의 늘 푸른 물줄기가 대평원을 휘돌아 나가는 강 남쪽 기슭 신풍원에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병사들이 햇살에 눈부신 창을 높이 들고 열을 지어 오갔다. 초막마다 진나라는 물론 천하에서 끌려온 장인들이 입에 단내를 풍기며 무언가를 열심히 만들고 있었다.손은 갈라지고 헤어졌으며 며칠째 잠을 이루지 못해 퀭한 눈으로 살기가 감도는 분위기 속에서 손놀림을 계속했다.그들은 북산 일대에서 캐온 돌조각을 자르고 숫돌에 갈아 돌 갑옷과 투구를 만들었다.“뭣들 하는 거냐. 서둘지 않고.”감독관들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여기저기
“유생들을 생매장시키신다면 시황제 폐하께옵서는 천대 만대 유생을 학살한 임금이 되실 것이옵나이다. 이를 누가 책임지겠나이까. 부디 바라옵건대 그들을 생매장하지 마시고 중한 벌을 내려 유배를 보냄으로써 다시는 그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시옵소서.”시황제가 그 소리에 돌아앉으며 말했다.“짐은 한입으로 두 번 말하지 않느니라. 그리고 부소는 들어라. 너는 아직 어려 사안의 중대성을 깨닫지 못하고 하는 말이니 내 용서하마. 하지만 다시 이 같은 일을 입에 올린다면 너 역시 죽음을 면키 어려울 것이야. 알겠느냐?”시황제가 단호하게 말했다
관원들이 노생과 후생의 집을 이 잡듯 뒤졌지만 이들에 대한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다만 집안에 여러 권의 시경과 서경 등 고서들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게다가 시황제의 폭정을 비난하는 글이 고서 속에 들어있는 것을 발견하고 관원이 급히 조정에 고했다.이런 사실을 보고받은 시황제는 유생이나 선비라고 칭하는 자들이 여전히 역서를 지니고 있다는 증거라며 모든 유생들과 선비를 찾아 그들의 집을 수색하여 노생과 후생을 찾도록 하라고 엄명을 내렸다.사태가 이지경이 되자 관원들은 함양궁에 있던 모든 선비들과 유생들을 찾아 그들의 집을 수색했으
“승상전하. 소신은 노생 술사를 모시고 불노불사의 생약을 구하기 위해 나선 관원이옵나이다. 헌데 조금은 이상한 것이 있어 아무도 몰래 보고를 드리오니 살펴 주시길 바라옵나이다. 이상한 것이란 노생 술사께서 벌써 산에 드신지 수개월이 지났지만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얼마 전에는 후생 술사께서 산으로 오르셨는데 그 또한 소식이 감감 무소식 이옵나이다. 우리 관원들에게는 부정 탄다며 산에 오르지 말라고 일러 이곳에 머물고 있으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듯싶사옵니다. 게다가 두 술사 분들께서 진인에게 선물을 올린다며 황금을 지니고 산으로 들어
"선생께서 어찌 이 누추한 곳을 찾아 오셨는고? 나를 밀고하기 위함인고?”노생이 곁눈질을 하며 후생의 안색을 살폈다.“아니옵니다. 어찌 제가 고명하신 어르신을 고하겠나이까. 솔직히 고민이 있어 찾아왔나이다. 시황제께서 영원히 죽지 않는 약을 구해오라고 명하셨는데 이일을 어쩌면 좋겠사옵니까, 물론 시황제 앞에서는 생약을 구할 수 있다고 장담을 하고 나왔습니다 만 어디 그것이 가능한 일이오니까?”후생이 근심어린 표정으로 말했다.“그러셨군. 선생께서도 나와 같은 고민에 걸려드셨군.”“그러니 이일을 어쩌면 좋겠습니까?”후생이 다시 물었다.
“짐이 요즈음 기력이 갈수록 쇠해짐을 느끼도다. 이러다 죽으면 어찌할꼬 걱정이 앞서는구나. 할일이 태산 같은데 짐이 죽으면 누가 통일제국을 완성할꼬. 죽지 않고 살 수 있는 비법은 없는지 이를 묻고 싶었도다.”“시황제 폐하. 없지는 않사온데 그것을 행하기는 어렵사옵나이다.”귀가 솔깃해진 시황제는 허리를 굽혀 그를 가까이 오도록 일렀다.“그래 무슨 비법이 있더냐?”“조용히 지내면서 명리를 멀리하는 것이 진정한 선약을 구하는 길이옵나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악귀를 물리치면 진인이 될 수 있사옵니다. 물에 들어가도 젖지 않고 불속에서도 뜨
□갱유사건분서정책이 천하를 뒤흔든 이듬해였다.새해 벽두부터 여산릉을 더욱 확장하고 아방궁을 추진하라는 령이 떨어졌다. 시황제는 여산에 조영 중인 능이 제후국 왕들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며 황제의 권위에 걸맞은 능을 축조하라고 지시했다. 아울러 함양궁은 비좁아 숨이 막힐 지경이라며 아방궁을 대대적으로 건설하라고 일렀다.여산릉과 아방궁은 승상 이사가 직접 챙길 것을 명하고 낭중령 조고는 불로초를 구하는 일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라고 덧붙였다.그가 이토록 영생을 꿈꾸며 동시에 죽음을 대비한 것은 자신의 기력이 옛 같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승상 이사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을 계속이었다.“시황제 폐하. 옛것을 가지고 지금을 비방하는 자는 일족을 몰살시키고 또 관리로서 죄상을 알면서도 검거하지 않는 자는 범죄자와 동일하게 처벌을 내리시옵소서. 이런 금령을 내린 지 30일이 지나서도 서적을 소각하지 않는 자는 4년간 이른 아침부터 성을 쌓는 노역에 복무하는 형벌을 내리시옵소서.”시황제의 눈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는 용상을 굳게 잡고 이사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표정이 점점 굳어져 가고 있었다. “시황제 폐하. 제거하지 않을 것은 백성을 구하는 의약서적과 점을 치는 복
“시황제 폐하. 순우월이 언급한 것은 하. 은. 주 삼대에 관한 것인데 무엇을 본받을 수 있겠나이까? 지난날에는 제후들이 전쟁을 치르며 부강을 겨루었사옵니다. 그러다보니 유세하는 선비들을 초빙하여 후하게 대접 했사옵나이다.”이사는 박사들을 둘러보며 눈에 힘을 주고 말을 이었다.“하지만 지금은 천하가 평정되었고, 법령은 하나로 통일 되었사옵나이다. 그러니 백성들은 농업과 공업에 힘써야 하고, 선비들은 법령을 학습하여 금지하는 것을 피해야 할 것이옵나이다. 그런데도 지금 여러 학자들은 현재를 표준으로 삼지 않고 옛것을 학습하여 그것을
다음은 박사 순우월(淳于越)의 차례였다. 그는 진시황의 정책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던 터라 주청신의 아첨이 귀에 거슬릴 수밖에 없었다.그는 깡마른 몸을 일으켜 앞으로 한걸음 나왔다. 몸이 약간 흔들렸다. 취기가 감도는 눈빛이었다. 시황제를 향해 절을 올리고 입을 열었다. “과거의 은나라와 주나라 두 시대는 천년왕국으로 칭송받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당시 왕들이 공자들과 공신들에게 봉국을 내려 제후로 삼고 그들로 하여금 왕실을 도와 보위토록 했기 때문이옵니다. 그러나 지금의 폐하께서는 천하를 통일하고도 공자들이나 신하들에게 봉국을
□분서사건시황제는 행렬을 이끌고 북방지역을 둘러본 다음 상군을 지나 함양궁으로 돌아왔다.함양궁은 변함없이 시황제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돌아온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수십 리에 나인들이 줄지어 도열하고 그를 맞았다. 물론 백성들은 땅바닥에 엎드려 그에게 절을 올렸다. 그 무리가 검은 띠를 이은듯했다.그해 정월이었다. 네 번이나 순행을 다녀온 시황제는 자신이 통일한 천하가 대단히 넓다는 것을 실감하며 그 기념으로 함양궁에서 마흔 여섯 번째 생일 연회를 베풀었다.이날 연회에는 문무 대신과 박사들을 모두 초청했다. 그리고 20명에 달하는
해가 거듭하여 기원전 214년이 되었다.백월 장군의 군대가 영남을 정벌하고 있다는 전갈이 시황제에게 전해졌다. 그는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백월을 칭찬했다.시황제를 따르던 많은 중신들도 시황제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백월의 충성심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송했다.그런데 전갈 말미에 영남은 산이 높고 길이 막혀 군수물자 이송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그러자 시황제는 즉시 중신들에게 이 문제를 논하도록 일렀다.“백월장군이 영남을 정벌함에 있어 어려움이 있다면 조정에서 이를 즉시 해결해 주어야 할 것이오. 따라서 경들은 이를
상궁이 처음에는 발버둥치며 반항했지만 얼마지 않아 어린 내관의 힘을 이기지 못한 채 받아들이고 말았다. 후궁은 그녀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고 내관이 일을 치르도록 도왔다. 결국 이들은 공범이 되어 많은 날들을 나누었다. 하지만 그 일은 누구도 알지 못했다. 물론 시황제가 궁으로 돌아온 뒤에는 스스로 나눔을 자제했지만 그래도 그들의 불장난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시황제가 북방지역을 순방하고 있을 때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길을 떠난 노생으로부터 급보가 날아들었다.“시황제 폐하. 소신이 시황제 폐하의 불로불사 생약을 구하기 위해 황해바다
호랑이 없는 골에 여우가 왕 살아먹는다는 말이 있듯이 시황제와 문무백관들이 모두 궁을 비우자 낭중령을 보좌하고 있던 시랑이 왕을 살고 있었다.수시로 궁인들의 기강을 확립한다는 명분으로 한자리에 모아 훈시하곤 했다. 그리고 나인들에 대해서는 행동거지를 조심하라고 각별한 주문을 거듭했다. 그러면서 밤이면 그들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궁인을 자신의 처소로 불러들여 불장난을 했다.내관들은 시랑의 지휘를 받아야했으므로 그에게 상납을 한 다음 자신들도 하나씩 꿰차고 숲이나 정원구석 등에서 사랑 놀음을 즐겼다.그것은 사내들뿐만이 아니었다. 상궁
화산이 피어올랐고 몸이 녹아내렸다. 계집들은 순서를 바꾸어가며 몸을 녹였다. 시황제의 피가 끓어오르고 있었다. 조금만 더 몸부림친다면 화산이 폭발할 지경이었다. 느낌으로 이를 안 계집들이 부랴부랴 몸을 식혔다.시황제 역시 끓어오른 몸을 재도남지 않도록 불사르고 싶었지만 불노장생을 위해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를 깨물고 참아야 했다. 눅눅한 땀이 배어나왔다. 머리가 몽롱했다. 길게 헛숨이 쏟아져 나왔다. 시황제는 어린 계집들과 여흥을 즐기고 때로 몸에 남은 불순물을 태우며 순행을 계속했다.시황제 일행은 중부 내륙지대를 둘러보고 그
온몸을 고운 손으로 안마해주고 솜사탕을 빨 듯 부드럽게 혀로 마사지를 해주는 것도 그들의 몫이었다. 또 몸 구석구석의 말초신경을 자극시켜 기분을 상기시키는 것도 또한 그들의 할일이었다. 세 명의 계집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으로 교미하는 뱀처럼 시황제를 휘감고 살을 비볐다. 따뜻한 체온이 복부에서부터 온몸으로 번져갔다.시황제는 눈을 지그시 감고 말초신경이 집중된 손가락 끝으로 촉촉한 습기를 느끼고 있었다.여체는 신비스러웠다. 시황제가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그려보아도 그것은 알 수 없는 수수깨끼를 안고 있었다.전장에서 가파른
□만리장성을 쌓다.“그래 언제쯤 술사께서 직접 생약을 구하러 나설 생각이오?” “시황제 폐하께옵서 갈석에 도착하실 때까지 한종과 석생이 생약을 구하지 못하면 신이 직접 나서겠나이다.”“그렇게 하시구려. 그리고 오늘부터라도 어린 계집들을 가까이 하도록 하겠소.”노생이 큰절을 세 번 올리고 마차에서 나왔다.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스스로 뱉은 말에 책임을 져야했으므로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 황제의 마차를 뒤 따르던 조고가 다가와 노생에게 물었다.“술사, 시황제 폐하의 심기가 풀리셨소이까?”“그렇사옵니다. 이제 어린 계집을 불러 마
승상 이사가 황제의 마차에서 물러난 뒤 시황제의 짜증은 정도를 더했다. 이를 직시한 낭중령 조고가 행렬이 지나는 지역에서 미색이 빼어난 계집들을 찾아 마차에 들여보냈지만 그 또한 시큰둥했다. 게다가 계집들의 방중술이 미흡해 시황제를 기쁘게 하지 못한 것도 한 원인이었다. 결재서류를 들고 들어가면 목숨을 연명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지경이었다. 연신 시황제의 큰소리가 마차 밖으로 새어나왔다.조고는 하는 수 없이 노생을 찾았다.“이보시오 술사. 시황제 폐하의 심기를 어떻게든 풀어보시오.”“제가 무슨 수로 시황제 폐하의 심기를 풀 수 있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