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의 리옹리포트] 철저한 이용자 중심 교통체계

트램과 버스, 메트로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리옹의 대중교통 카드.

리옹의 대중교통 기본티켓은 1.8유로(€)다. 다소 비싼 편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왕복이용이 허용되고, 1시간 내 몇 번을 타든, 어디서 타든, 무엇을 타든 제한이 없다. 또한, 마지막 탑승이 최초탑승으로부터 1시간 이내에만 이루어진다면 1시간 이상을 탑승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예를 들어 오전미팅이 끝나고 오후 1시에 트램을 탑승해 중간에 전철로 갈아타고 호텔에 와서 맡겨둔 짐을 찾아서 다시 정류장까지 이동해서 오후 1시 59분에 트램을 타면 되는 것이다. 이용자의 입장에서 훨씬 많은 융통성을 보장해 주는 제도다.

한국의 경우, 무료 환승이 횟수를 기준으로 한 방향으로만 재탑승을 허용하기 때문에 이용자 입장에서는 융통성이 크게 떨어진다.

예를 들면, 통행하다보면 잘 못 내려서 다시 타야하는 경우도 있고 버스를 타고 간단한 일 보고 다시 돌아올 경우도 있다. 그러나 무료환승제에서는 이를 허용치 않고 있다. 한 개 정거장만 이동해서 일보고 다시 돌아오는 왕복통행의 경우 2번의 요금을 내야 하지만, 각각 다른 노선을 이용하는 경우 얼마를 가든 3번까지 탑승이 가능하기 때문에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또한 리오의 대중교통 탑승권 종류도 정말 다양하다. 2시간, 24시간, 48시간 등 시간티켓은 물론이고, 가족이 있는지, 18세미만 자녀가 있는지 등 세심한 부분까지 세분화되어 있다.

가족의 경우라면 수요일이나 주말에 함께 통행을 하면 모두 무료다. 요금정책에서도 가족을 배려하고 품고 있는 것이다. 여행자를 위한 관광 및 문화시설 입장권이 포함된 1일, 2일, 3일 티켓이 있고, 박물관과 함께 엮은 티켓도 있다.

특히, 공공자전거인 벨로브를 이용하는 경우 1시간까지는 무료다. 파크앤라이드(외곽주차장에 주차 후 대중교통이용)도 요금을 할인 받을 수 있는데, 대중교통노선의 외곽에 마련된 22개의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월간 22유로를 절약할 수 있다.

요약하면, 요금체계는 이용자의 거의 모든 통행패턴을 고려하고 있고,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세심한 배려가 결국 이용자를 대중교통으로 끌어들이는데 한 몫 하고 있는 것이다. 대중교통이용이 감소하는 원인을 이용자에게 떠넘기는 듯한 인상을 주기 싫다면 요금체계의 개편은 인프라의 설치보다 서둘러야 할 정책 중의 하나일 것이다.

리옹의 대중교통노선도

앞서 설명했듯 리옹의 대중교통네트워크는 메트로, 트램, 버스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수단들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있다는 특징이 있다. 여기서 유기적 연계란 환승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용자의 관점에서 통행의 처음부터 끝까지 연계하고 있다는 의미다.

우선, 트램과 메트로가 중심인 대중교통노선에 버스노선이 촘촘하게 빈 공간을 채우고 있어서 대중교통의 사각지대가 거의 없다. 버스는 트롤리버스로 불리는데, 28개 간선버스노선에 모두 굴절저상버스를 투입하고 있다. 용량이 보통 버스의 2배이니 혼잡한 경우는 드물고, 저상이라 유모차나 휠체어를 이용하는데 편리하고, 전기를 이용하기 때문에 출발과 정지시 부드러운 편이다. 이용자는 어디에서든 어떤 상황에서든 물리적 장애없이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하다. 통행을 흔히 사슬(trip chain)이라고 하는데, 이 사슬의 어느 한 부분이 막히면 전체 통행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유모차를 가지고 공항에 가야하는데, 트램이나 기차는 문제없지만 버스가 유모차를 이용하기에 불편하다면 당연히 대중교통을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용자의 전체 통행관점에서 또 한 가지 신경을 쓴 것이 노선도다. 시내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대중교통노선도가 표시하고 있는 정보에 모든 수단을 다 표시해 놓고 있다.

보통 우리는 지하철노선도, 버스노선도 이렇게 분리해서 표현을 하고 있거나 함께 있더라도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으나, 리옹의 경우 항상 간선버스와 전철, 트램노선을 같이 표기하고 있고 그 정보와 양이 이용자에게 꼭 필요한 만큼 제공된다는 점이 다르다. 중요한 관점의 차이인 것이다. 공급자 중심이 아닌 이용자 중심이다. 이용자의 입장에서는 통행의 완성이 최종 목적이기 때문에 다른 수단의 정보 또한 중요하다.

이러한 것이 다소 사소해 보일지 모르나, 중요한 가치와 관점의 차이를 내포하고 있다. 그 것은 누구나, 어디서나 불편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대중교통의 가치와 대중교통정책은 운영자, 공급자보다 이용자의 입장이 우선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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